사내는 잠잘 때 빼고는 늘 술을 달고 살았다. 한동안은 모아둔 돈으로 술을 사 마시고 돈이 떨어지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지만, 술 때문에 바로 그만둬야 했다.
돈이 다 떨어지자 사내는 어떻게 술을 구할까 했다. 얼마 뒤 사내는 마을 뒷산에 언제나 술이 차는 술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내는 술병을 찾으려고 마을 뒷산에 올라갔다.
뒷산은 아주 높지도 아주 낮지도 않았다. 사내가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술병은 잘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며칠 동안 산속을 헤매다 이제 그만두고 다른 방법으로 술을 구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때 사내 눈에 작고 흰 술병 두개가 보였다.
술병은 산속 연못에 반쯤 잠겨 있었다. 사내는 연못가를 몇번 지나갔다. 하지만 그때는 술병이 없었다. 술병은 갑자기 거기 나타난 거다. 사내가 술병을 잡으려고 손을 뻗자 술병이 조금 움직였다. 그 모습에 놀란 사내 목이 조금 움츠러들었다. 조금 뒤 사내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어이, 잠깐 기다려.”
사내는 깜짝 놀라 누가 말한 건지 찾으려고 둘레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내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또 소리가 들렸다.
“다른 데 볼 거 없어. 난 바로 자네 앞에 있어.”
목소리는 사내 앞에 있는 술병에서 들렸다.
“누구쇼.”
“나, 난 그저 술병속에 사는 도깨비야. 이것 참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온 건 아주 오랜만이어서 나도 모르게 말했네.”
“하, 그렇군요.”
“이봐, 자네 술이 늘 차는 술병이 있다는 소문 듣고 여기 왔지.”
“그렇수다.”
잠시 말이 끊겼다. 사내가 다시 손을 뻗자 도깨비가 말했다.
“어이, 잠깐 기다려. 거 참 성급하군. 나와 내기해서 이겨야 술병을 가질 수 있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
“뭐요.”
“화내지 말고. 자네 앞에 있는 술병 둘에서 난 어디에 있을까. 이걸 맞히면 술병은 자네 거야.”
사내는 술병 두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술병은 둘 다 똑같고 목소리도 둘 다에서 들리는 듯했다. 사내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하나를 골랐다.
“아, 아쉽군. 틀렸어.”
“뭐라고.”
“아까 말 안 했는데 자네가 지면 벌칙이 있다네. 벌칙은 자네가 나 대신 술병에 갇히는 거야.”
“……!”
마을 사람은 늘 술을 마시던 사내가 보이지 않아도 별로 걱정하지 않고, 그곳에 사내가 일할 곳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떠났다 여겼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