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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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세상에 나고 살고 나이를 먹으면 마지막이 찾아온다. 세상에 오는 차례는 있어도 가는 차례는 없다 한다. 세상에 나고 얼마 안 된 아이가 갑자기 죽을 수도 있고, 어제까지 건강하던 사람이 잠자다 이튿날 죽을 수도 있겠지. 잠자다 세상을 떠나면 자기 자신뿐 아니라 둘레 사람한테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남은 사람은 조금 슬퍼할까. 혼자 사는 사람은 죽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발견될 수도 있겠다. 난 그게 그렇게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살다 죽은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난 이런 말을. 내가 그렇게 될 것 같아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혼자 살다 쓸쓸하게 죽었구나 생각하지 않아야 할 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나중에 글이라도 남겨둬야겠다. 갑자기 내가 죽을 리 없다 생각해서 미루는구나. 사람 앞날은 알 수 없는데.

 

 자신이 갑자기 죽어도 괜찮게 늘 정리하는 사람 있을까. 없지 않겠다. 위험한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할지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겠지. 거의 모두 오늘이 가면 어김없이 내일이 찾아오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러기는 하지만, 가끔 이상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생각하면 좀 달라져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책을 보고는 거기 나온 걸 생각한다. 이번에는 영정사진을 찍어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난 그런 거 안 할 것 같다. 그런 사진 볼 사람이 없으니. 이 책은 영정사진을 주로 찍는 사진관을 배경으로 여러 식구 이야기가 나온다. 네가지에서 두가지 두번째와 네번째는 끝까지 보지 않고도 알아챘다. 첫번째와 세번째 때는 걸리는 말이 있었는데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나중에 알았다. 여기에 나오는 수수께끼가 무언지 바로 알아채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은 죽음을 말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책을 보면 죽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말한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다. 잘 살다 떠나면 참 좋을 텐데.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은 식구겠지. 식구라고 해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다. 이것저것 다 말하는 것도 멋쩍고. 이건 나만 그럴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과 손자가 마음을 풀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는 아버지를 찾으려는 사람도 있고, 자기 아내가 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오해가 풀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서는 거의 영정사진을 찍지만 마지막 정리를 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사진만 찍으면 돈이 안 돼서 여러 가지를 하는 거지만,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곳은 식구가 있는 사람뿐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한테도 도움이 되겠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서 영정사진만 찍지는 않는다. 해마다 자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나온 건 아니지만, 그거 괜찮을 것 같다. 해마다 자기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그건 아무 사진기로 찍어도 괜찮을까). 식구 사진을 해마다 찍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그건 식구 사이가 좋아야 할 수 있겠다. 식구 사이가 좋지 않아도 억지로 사진 찍는 사람이 있을지도. 책에서는 시간이 흐른 뒤에 무언가를 알기도 하고 엉킨 마음을 풀기도 한다. 현실은 좀 다르다. 책을 보고 나중에 아쉬워하지 않으려고 잘하려는 사람도 있고, 엉킨 마음을 쉽게 풀지 못한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꼭 죽기 전에 그걸 풀어야 할까. 풀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사람은 그냥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언제 내게 끝이 다가올지 모른다. 언젠가는 올 거다. 그날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지금 잘 살아야겠지. 나이를 먹고 끝을 생각하기보다 가끔 생각하고 준비하면 더 낫겠다. 다른 건 잘 못해도 마음 비우기는 조금이라도 해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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