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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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많은 사람을 속이고 사는 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뿐일까. 그건 그냥 사기꾼이라 하면 되겠다. 사기꾼은 마음먹고 거짓말 하고 남의 돈을 빼돌리는 사람이다. 거짓말은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는 주지 않으면 어떨까. 그런 사람도 그렇게 괜찮다 말하기 어렵겠다. 사람은 다 거짓말 한두 가지는 한다. 그건 일부러일 수도 있고 그저 아니다 말하지 못하는 것과 아예 말하지 않는 거다. 말하지 않는 걸 거짓말이라 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넓게 생각하면 말하지 않는 것도 들어가겠지. 누구나 하는 건 그게 아닐까 싶다. 그건 그냥 봐줘도 괜찮겠다. 인류는 거짓말을 해서 살아남았다는 말도 있다. 처음부터 우리 안에는 거짓말을 하는 유전자가 있었다.

 

 소설가 ‘나’는 신문에서 어떤 소설을 쓴 사람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았다. 소설 앞부분을 보니 예전에 자신이 쓴 소설이었다. ‘나’는 신문광고를 낸 사람한테 연락하고 진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진은 그 소설을 여섯달 전에 사라진 자기 남편 이유상이 썼다고 했다고 한다. 남의 소설을 자신이 썼다 말하다니, 그건 《난파선》이라는 소설이 제대로 나온 책이 아니어서였다. 이유상은 남자 이름이지만, 이유미기도 하고 이안나기도 했다. 그건 이유상이 사라지기 전까지 쓴 일기에 쓰여 있었다. ‘나’는 이유상이고 이유미기도 하고 이안나기도 한 사람한테 관심을 가졌다. ‘나’가 소설가여서 그랬을까. ‘나’는 오랫동안 소설을 쓰지 못하고 남편하고도 헤어지게 생겼다. 딸이 하나 있다. ‘나’는 딸을 길러야 했다.

 

 이 소설은 이유미를 말하려는 건지 소설가 ‘나’를 말하려는 건지. 아니면 진일까. 진의 남편 이유상은 이유미, 여자로 태어났다. 어떻게 여자가 남자가 됐을까 싶겠다. 그러고 보니 여자가 남자처럼 된 소설 있다. 천명관이 쓴 《고래》다. 거기 나오는 사람과는 다르지만. 이유미는 어쩌다가 이안나로 다음에는 이유상이 될까. 이유미는 자신이 먼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말을 하면 그렇다고 하고 그걸 들키지 않으려 하지만 들킨다. 이유미는 나쁜 사기꾼은 아니지만 괜찮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사람이다. 이유미는 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아니다 말하지 못하고 거기에 휩쓸려 갔을까. 아니다,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유미가 아니다 말했다면 이런 소설은 나오지 않았겠구나.

 

 이유미는 대학에 들어가지도 않고 대학 교지 편집부에서 일했다. 신기하게도 그걸 잘 하고 이유미가 쓴 글을 사람들이 좋아했다. 두번째에는 피아노 학원에서 일하려고 가짜 이력서를 쓴다. 처음에는 어쩌다 거짓말을 하게 됐지만 다음에는 스스로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할수록 부푸는 건가 보다. 이유미가 그저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유미는 남자를 사귀고 그 남자와 아는 사람 소개로 전문대 강사로 일하게 된다. 그때는 가짜 학위증명서를 만든다. 난 그런 생각만 해도 무서운데, 이유미는 아무렇지 않았을까. 그다음에는 의사라 속인다. 지금 세상이 의사도 아닌 사람이 의사라 속일 수 있을까. 옛날에는 그게 어렵지 않았겠지만. 외과의사만 아니면 그럴 수 있을지도. 이유미가 큰 돈을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저 조금 편하게 사는 것을 바랐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유미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다보니 다른 책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똑같지는 않은 것 같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나’가 이유미한테 관심을 보인 건 자신과 닮았다 여겨설지도. 이유미와 ‘나’가 닮기도 했지만 다르다. 누구나 이유미와 닮은 점이 있을 것 같다. 큰 거짓말은 언젠가는 들킨다. 그렇다고 작은 거짓말이 괜찮다는 건 아니다. 말하지 않는 것도 크게 보면 거짓말이라 했지만, 거짓말 하는 것보다는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 난 큰 일 없이 하루하루 살아서 이렇게 말하는 거겠지.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 소설처럼 사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렇다 해도 거짓으로 삶을 쌓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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