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밥은 바로 하지 않고 쌀을 씻고 물은 보통보다 적게 부어두고 다른 걸 준비한다. 김밥에 넣을 것 말이다. 김밥 안에 넣는 건 집집마다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기본으로 들어가는 건 시금치, 당근, 단무지, 소시지나 햄, 달걀부침 정도일까. 달걀만 부침이라 하다니. 시금치, 당근, 소시지나 햄은 저마다 적당하게 잘라서(썬다고 해야 할까) 알맞은 방법으로 익힌다. 김밥을 밖에서 사먹은 적은 별로 없지만, 파는 건 당근이나 햄은 익히지 않고 넣은 것 같다. 시금치 대신 부추를 넣은 김밥 먹어본 적 있다(그거 정말 부추였을까). 요즘은 우엉이나 오이도 넣는 듯하다.
내가 처음 김밥을 싸 본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가을 소풍 갈 때였던가. 그때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있었다. 소풍 가는데 그냥 갈 수도 없어서 가게에서 김밥 쌀 재료를 적당히 사다가 했다. 시금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넣지 않았다. 소시지, 당근, 단무지, 달걀부침만 넣었다. 아무리 어렸을 때 밥 하고 김밥 싸 봤다 해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다. 밥밖에는.
갑자기 그때가 생각났다. 오랜만에 김밥을 먹어서 그렇구나. 이상하게 난 식당 같은 데서 밥 사 먹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 가면 괜찮지만, 밖에서 누군가와 밥 먹은 적은 별로 없다. 집에서 먹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밖에서 먹는 건 더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김밥도 내가 사온 게 아니고 엄마가 사다준 걸 먹었다. 예전에는 가끔 엄마가 김밥을 싸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 없다. 어쩐지 아쉽다. 사다 먹는 게 편하기는 하다. 김밥이 먹기에는 편해도 싸려면 시간니 많이 걸린다. 사 먹는 건 정성이 2% 모자란 것 같기도 하다. 이건 점수 많이 준 건가. 김밥은 누가 해도 맛이 아주 나쁘지 않을 거다(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주먹밥이 그랬다). 맛없게 할 수도 있을까. 내가 어렸을 때 대충 싼 것도 맛은 괜찮았다. 시금치 넣었다면 더 나았을까.
요즘도 소풍 갈 때 김밥 싸갈까. 김밥 싸주는 엄마도 있고 가게에서 산 걸 싸주는 엄마도 있겠지. 내가 어렸을 때 가까운 데 김밥 파는 가게가 있었다면 거기에서 샀을 텐데 싶다.
갑자기 소풍 가고 싶다. 소풍 가서 바깥에서 밥 먹는 건 괜찮다. 김밥을 가게에서 사서 공원 같은 데서 먹어 볼까. 혼자여서 못하겠구나. 아무도 나한테 관심 갖지 않을 텐데.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밥을 잘 챙겨먹지 않기 때문에 귀찮다. 먹는 즐거움 잘 몰라도 사는 데 문제없다.
*더하는 말
지금처럼 더운 때 소풍 이야기라니. 이걸 썼을 때는 소풍가기 좋을 때였는데 어느새 시간이 흐르고 뜨거운 여름이 왔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