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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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재난을 당하면 사람은 자신이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만 생각할까. 작은 나라나 한 나라에서 한 지방에만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도우려고 한다. 그건 어떤 마음일까. 힘든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이겠지. 자신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남을 생각할 여유가 있겠다. 그런 여유를 언제나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모든 것을 제대로 생각하기보다 본능을 더 앞세울지도. 사는 데 별 문제가 없으면 사람은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어느 때라도 그래야 할 텐데. 이렇게 말하지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나도 혼자 살려고 애쓸지도. 하지만 누군가를 해치고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살아남아도 그 뒤 사는 게 편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마음 안 좋게 사느니 손해 보는 게 더 낫다 싶다. 이건 살기를 그만두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살 수 있으면 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싶다.

 

 이 책 속 세상에는 기괴한 바이러스가 퍼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건 어디나 그랬다. 백신을 만들어도 다시 바이러스가 바뀌어서 백신을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 있을까. 바이러스가 퍼지고 한국을 떠난 사람이 모두 죽지 않은 걸 보면, 백신을 만들었거나 바이러스가 사라졌을 듯하다. 살던 곳을 떠나면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을까. 한국에 남아도 살기 힘들었다. 법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을 떠나 가는 곳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다. 부모가 차례차례 죽은 도리와 동생 미소 자매, 딸 해림이 죽은 류와 남편 단과 아들 해민, 그리고 지나 식구과 건지. 다른 나라에 가서 한국사람을 만나면 반갑겠지.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어떨까. 반가운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더 클지도. 류는 딸 해림이 죽고 모든 것을 버리고 남편 단과 아들 해민만 생각하고 러시아로 갔다. 도리와 미소 둘만 다니다 지나를 만나고 지나 아버지와 친척이 모는 탑차에 함께 탄다. 건지는 지나와 가까운 곳에 살아서 함께 다니게 됐다.

 

 도리는 지나를 만나고 지나가 지금을 살아가는 걸 본다. 어려운 세상에 지나 같은 사람이 많으면 좋을 텐데. 아무 일 없어도 지금보다 나중에 잘 살려고 소중한 것을 모르는 체하는 사람도 있겠지. 류는 한국에 살 때 그랬다. 한국을 떠나고서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시간이 남아돈다는 말도 했다. 평범한 일상이 좋다는 걸 그때 깨달았겠다. 평범한 일상이어도 자신이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사람만 있지 않다. 건지는 부모한테 맞아서 차라리 모두가 힘든 지금이 더 낫다고 했다. 세상이 괜찮을 때 부모와 덜어졌다면 나았을 텐데. 지나는 도리가 준 립스틱을 받고 그걸 무척 기뻐하고 지금 자신한테 있어야 하는 거다 생각했다. 그때 지나는 엄마 화장품 같은 걸 가져오지 않은 걸 아쉽게 여겼다. 세상이 망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할지 모르겠지만, 살았으니 그런 걸 좋아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전쟁이 일어나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만나고 좋아한다. 도리와 지나도 그랬다. 둘 다 여잔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것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한 모습이다. 류는 도리와 지나가 만나는 모습을 보고 위로 받았다. 세 사람, 아니 해민과 미소까지 다섯 사람은 잠시 한 곳에 있었다. 혼자가 아니고 그렇게 함께 있어서 조금은 나았겠다. 나중에 류는 남편 단을 만났을까. 만났다면 좋을 텐데. 도리와 지나는 한번 떨어졌다가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고 하지만 책 속 세상은 그런 희망을 가지기에는 무척 어둡다. 그래도 희망을 갖는 게 나을까, 희망이 없다 해도 살아있어서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게 나을까. 조금은 나아질 거다 생각하는 게 낫겠다.

 

 어떤 때라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남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만 생각할까. 꼭 그렇지 않을 거다. 세상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니, 그 말 맞는 것 같다. 그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만 있는 건 아니다. 세상과 자신이고 세상 모든 것이다. 애매하게 말했지만 세상이 끝나도 사랑만은 남기를 바란다.

 

 

 

희선

 

 

 

 

☆―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지는 않을 거야. 재앙이 바라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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