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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쓰러졌다 - 세 남매의 치매 아빠 간병 분투기
고바야시 유미코 글.그림, 하지혜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세상에 나오면 부모 도움을 받고 자란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건 힘들어도 기쁘고 즐거운 일이지만, 반대로 자식이 아픈 부모를 돌보는 건 힘든 일이다.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해서 그런 건 아닐 거다. 아이는 어느 정도 자라면 아이 스스로 무엇이든 한다(몸이 안 좋은 사람은 어렵겠지만). 하지만 몸이 아프고 치매까지 걸린 부모는 갈수록 안 좋아지고 힘이 들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렇지만 그것도 좋게 생각하면 다를 수도 있겠지. 책 같은 걸 보면 그걸 잘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힘들게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는 부모를 보고 빨리 죽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간병에 지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지금은 쉽게 죽지도 못한다. 죽으려고 하면 살려내니 말이다. 병원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죽음이 다가오기 전에, 아니 그보다 더 빨리 자신이 어떻게 죽으면 좋을지 적어두면 좋겠다. 한국은 그런 게 적용되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런 법(?)을 만든다고 한 것 같은데. 연명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서류가 있으면 그걸 따른다고. (범죄 소설을 봐서 그런 건지 가짜 유서를 만드는 것처럼 그것도 가짜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숨만 쉰다고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깨어날 수 있다면 모를까. 깨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죽는 게 더 낫겠다. 아주 젊은 사람일 때는 그대로 보내기 어렵겠지. 식물인간이었다 깨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은 어려울 거다.
긴병에는 효자가 없다고 한다. 아프지 않고 살다 죽으면 좋을 텐데. 아니 나이를 먹으면 여기저기 아프기도 하겠지. 그런 건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거다 여기고 받아들여야 한다. 갑자기 쓰러질 수도 있다. 아무리 건강해도 그럴까. 여기 나오는 사쿠라이 집안 아버지 사쿠라이 시게키는 정년을 맞고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려고 밥이나 술을 조절하고 운동도 했지만 쓰러졌다. 뇌경색이었다. 나이는 일흔셋이다. 그 나이에는 그런 병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 아버지가 쓰러지고 자식 셋은 걱정한다. 응급병원에는 잠깐 머물다 나와야 하고 재활병원에도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이 움직이다 움직이지 못하면 괴롭겠지. 자신뿐 아니라 둘레 사람도. 가장 힘든 건 아버지와 사는 어머니였다.
일본에는 간병 보험이라는 것도 있는가 보다. 한국은 어떤지 모른다. 그런 거 알고 지내는 사람 있을까. 간병 보험이 있어서 아버지를 간병하는 도우미가 오기는 했다. 그러면 조금 나을까 싶지만 어머니는 나이가 많고 허리도 아팠다. 어머니도 쓰러진다. 병원에서 검사를 하니 뇌종양으로 앞으로 여섯달밖에 살 수 없다 했다. 그런 일이. 안 좋은 일은 이어서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구나. 사쿠라이 집안 자식 셋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나 한다. 어머니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해 병원에서는 위루, 위로 영양을 넣는 것을 할지 묻는다. 세사람은 이야기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고 어머니가 남긴 글을 본다. 거기에는 자신이 쓰러지면 연명치료는 하지 마라고 쓰여 있었다. 어머니가 그걸 남겨둬서 다행이겠지. 어머니는 집에서 마지막을 맞았다. 아버지는 시설에 맡기고 셋이 돌아가면서 만나러 갔다. 아버지를 시설에 맡긴 건 치매도 와서다.
사쿠라이 집안 자식 셋은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꼭 그렇지는 않을까. 나름대로 이런저런 걱정을 했겠지. 부모가 아플 때 어떻게 할지 자식은 먼저 생각해야겠다. 부모는 갑자기 쓰러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것보다는 부모 스스로 어떻게 죽기를 바라는지 생각하고 그것을 자식한테 말하는 게 낫겠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평소에는 그런 거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좋겠다. 나도 그래야 할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