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쯤 나를 좋아할까

 

 

 

 

 

 내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지만 나를 떠나가는 사람은 있다. 시간이 흐르고 만나지 않아서 서로 멀어진 사람도 있고, ……다음은 생각 안 난다. 나와 알게 되었다 해도 더는 가까워지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생각하고 사이를 이어가지 않기로 한 사람도 있었겠지. 친한 게 어떤 건지 난 잘 모르겠다. 어떤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건 보이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해 본 적 한번도 없다. 다른 사람하고는 그렇게 해도 나와는 거리를 두었다. 그건 내 탓이기도 하겠다. 어둡고 무거운 나여서.

 

 이제는 정말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여전히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다른 일이 없어서 그런 생각에 빠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쓸 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이런 거나 쓰고. 아직도 내가 나를 그렇게 많이 좋아하지 않는가 보다. 잘하는 것도 없고 사는 것도 그저 그래서. 모자란 나도 좋아하고 싶다. 오랫동안 잘 하지 못하는 거구나. 내가 나를 좋아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이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한다 여기는 거겠지. 진짜 그렇다 해도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내가 무언가를 잘한다고 해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나 자신이 기쁠 뿐이다. 내가 나를 기쁘게 하는 것도 괜찮겠다.

 

 책에서 나 같은 사람을 보면 ‘그게 아니잖아’ 하는데, 내가 그 처지에 놓이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 작가도 그런 일이 있어서 쓴 걸까. 그런 걸 쓰면 마음이 달라지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질까. 가끔 죽으면 다 쓸데없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니 아쉬움 없이 살면 더 좋을 텐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여기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 내일은 없는데. 이런 말로 이어지다니.

 

 내가 가진 좋은 점을 한번 찾아볼까. 찾아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없다 해도 그게 뭐 어때서 해야겠다. 사람은 다 다르고 글도 사람마다 다르게 쓴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 더 잘하고 싶으면 그것에 시간을 들이면 되겠지. 시간을 들여도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아니 애쓰면 아주 아주 조금은 늘 거다. 그걸 즐겁게 하는 나를 좋아해야겠다.

 

 

 

 

 

 

 

 

  

 

 

장미는 벌써 졌겠지

그래도 다시 만날 수 있다

 

 

 

 

 

 

 

남자는 여자와 다른 어려움이 있겠지

 

 

 

 

 

 악스트가 나온 지도 세해가 됐다니, 이건 생각하지 못했다. 한해와 두해가 됐을 때는 벌써 그렇게 됐구나 했는데. 올해는 다른 때보다 시간이 더 빨리 가는 듯해서, 다른 건 생각하지 못했다. 여름이 오고는 여름이 천천히 가겠다 생각했다. 여름 자체가 그렇게 느끼게 하던가. 무척 더우면 시간이 멈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은 언제나 똑같이 흐를 텐데. 낮이 길어설지도. 하지가 지나면 다시 조금씩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여름 해는 다른 철보다 늦게 모습을 감춘다. 해가 모습을 감추어도 그 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주 더운 곳에 살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런 곳은 습기가 없어서 그늘에 들어가면 무척 시원하다고 한다. 나무 그늘은 어디서나 시원하겠다. 나무 많이 심으면 좋을 텐데. 나무가 많으면 비도 아주 많이 내리지 않을지도. 아니 나무가 많으면 기온이 조금 내려가서 비가 덜 오는 거 아닐까. 나무가 있어야 비가 내린다고도 한다. 이건 좋은 거다. 단비.

 

 처음 악스트가 나왔을 때는 소설을 소개했다. 언제부턴가 주제를 정하고 글 쓰는 사람한테 소설을 보게 했다. 책은 글 쓰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하고 주제를 생각하고 글을 썼다.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사람이 주제를 듣고 거기에 맞는 책을 봤겠지. 뚜렷한 주제가 있다 해도 책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난 아직도 그런 거 잘 못한다(여러 가지로 보는 거). 그저 책을 보고 무언가 생각나는 걸 쓴다. 내가 생각한 게 다 맞지는 않겠지만. 책을 보는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저마다 글을 쓰겠다. 권여선이 소설 쓰는 방법은 소설가 숫자만큼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난 누군가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말을 하면 꼭 그렇게 해야 할까 한다. 앞으로는 그런 방법도 있구나 해야겠다. 권여선은 예전에 이름 알았지만 소설은 별로 못 봤다. 권여선을 만나 이야기 한 것에는 이번 열쇠말 ‘남자’와 이어지는 것도 있다. 그런 소설이 있어서 나온 말일지도.

 

 남자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여자가 아닌 사람. 세상이 남성 중심이 된 건 언제부터일까. 기독교도 그런 것 같다. 아담 갈비뼈로 하와를 만들었다고 하니. 동양은 유교사상이 좀 그렇다. 남성은 힘이 세고 여성은 힘이 없어서 그렇게 된 걸까. 꼭 그런 건 아니겠지. 여자 처지에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남자가 더 나을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남자는 남자대로 힘든 일이 있을 듯하다. 집안을 이어야 하고 울고 싶어도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말에 묶여 쉽게 울지 않는다. 그런 것도 남자가 정한 거 아닐까. 여자는 거기에 따르다니. 오래전에는 그랬다 해도 지금은 좀 다르구나. 앞으로 더 바뀌어야 한다. 남자라고 힘이 세야 하는 건 아니다. 치마는 여자 바지는 남자가 입는 것이다고 누가 정했을까. 지금 여자는 바지를 입지만 치마를 입는 남자는 없다(아주 없지 않던가). 남자가 치마 입는 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닐 거다. 치마를 즐겨입는 남자가 생기는 것도 괜찮을 텐데.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난 사람을 여자 남자로 가르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은 이런데 남자는 대하기 어렵구나. 남자뿐 아니라 사람은 대하기는 다 힘들지만. 이건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겠지. 오래전에는 여자든 남자든 모두 머리카락이 길었다. 동양만 그랬던가. 동양사상에는 부모한테 받은 몸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서양문물이 들어오고 여자는 긴 머리 남자는 짧은 머리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자기 마음대로구나. 많은 게 남자 여자 구분이 없어지기는 했다. 그대로인 게 더 많겠지만.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말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남자다움 여자다움은 별로 안 좋은 말이구나. 사람다움이 낫겠다. 여자 남자보다 사람답게 살자. 성이라는 걸 아주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안 될까.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 하지 않으면 좋겠다.

 

 두달에 한번 어떤 주제를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는 거니. 다시 생각하니 악스트에서는 시대에 맞추는 것 같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잘 모르는 거였을 때도 있다. 그런 때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이번에도 조금 그랬다. 소설은 많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거의 비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소설 여자가 더 읽을까 남자가 더 읽을까. 남자가 더 많이 읽고 바뀌려 하면 좋을 텐데. 그러면 남녀차별이 줄어들 것 같다. 여자라고 고쳐야 할 점이 없는 건 아니구나. 예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고 꼭 그걸 지켜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거다. 옛날 생각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사람을 더 생각하면 그게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있을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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