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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습니다 - 일본군 위안부가 된 남한과 북한의 여성들
이토 다카시 지음, 안해룡.이은 옮김 / 알마 / 2017년 3월
평점 :
한국과 북한이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언젠가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예전에는 조선이었는데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었군요. 광복이 되고 바로 일본이 저지른 일을 알고 친일 정리도 제대로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지요.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독재나 군사정부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로 못했다면 조금씩이라도 해야 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은 사람 일과 상관없이 잘 흘러가고 이런저런 일을 잊게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예전에 일어난 일을 잊지 않게 하려고 역사책을 쓰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요. 시간에 조금이라도 이길 수 있는 게 있다면 기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오래 남아야 그렇겠지만.
광복이 되고도 오랜 시간이 지난 1991년에 김학순 님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걸 밝혔습니다. 예전에는 이것만 알았는데, 이 책을 쓴 이토 다카시가 김학순 님을 만나서 다른 것도 알게 됐습니다. 김학순 님은 딸 아들이 있었는데 다 죽었습니다. 어쩌다 그런 일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는 결혼하지 않고 자식도 없이 혼자 힘들게 사는 사람이 더 많았겠습니다. 이토 다카시는 일본 사람이어서 한국 사람은 만날 수 없는 북한에 사는 분도 만났습니다. 이걸 보고 저도 이제야 생각했습니다. 북한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있다는 걸 말이에요(북한과 가까운 중국에도 있겠네요). 그때는 조선이었으니 어디에서나 여자(아이)를 끌고 갔겠지요. 일본 사람이 만나자고 했을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만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참고 만나고 말했습니다. 일본사람은 싫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지금 사람한테 알리려고 그랬겠지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거나 부모가 없어서 힘들게 살던 사람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고 일본군 위안부가 됐습니다. 어떤 분은 한국(북한) 지도를 무궁화로 수놓고 일본은 나팔꽃으로 수놓았다고 끌려가서 고문받고 정신을 차려보니 후쿠오카였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사람을 끌고 가고 고문하다니. 일제강점기에는 그런 일이 많았겠지요.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 간 여자아이들이 조선사람이라는 걸 숨기려고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일본 이름을 지어준 거겠지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죽이고 가슴을 도려내고 성기에 총을 쏘기도 했답니다. 그런 모습을 여자들한테 보게 하고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을 잘 들으라 했어요. 일본사람이기에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한 걸까요. 전쟁이 그렇게 만든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사람이 베트남 전쟁 때 잔인한 짓을 했다고도 하잖아요.
이 책 빨리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빨리 보면 안 될 것 같아서였는지 보기 힘들어서 그랬는지. 둘 다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고 잘 말하지도 못하다니.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닙니다. 김숨은 많은 자료를 보고 《한 명》을 썼던데, 그거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지금 듭니다. 소설 쓰기는 더 쉽지 않았겠지요. 몇달 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만나고 그 이야기를 담은 김금숙 만화 <풀>을 만났습니다. 어쩌면 그것을 봐서 이 책도 본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은 한국사람이 아닌 일본사람이 썼다는 데 뜻이 있습니다. 일본에도 자기 나라 역사를 제대로 알고 많은 사람한테 알리려는 사람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이 많다면 좋겠습니다. 아니 많지 않아도 그런 사람이 끊이지 않고 나오기를 바랍니다.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이런저런 증거를 없애려고 많은 사람을 죽였지요. 거기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분이 있어서 우리가 그때 일을 아는 거네요. 그분들 이제 몇 분 남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자신들한테 책임이 없다 말합니다. 돈을 받고 그 일을 했다거나 억지로 끌고가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때 여자아이를 끌고 간 사람이 증언하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고 그런 사람도 거의 죽었을 것 같네요. 돈이 중요한 건 아니지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바라는 건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겁니다. 그 분들이 아직 살아있을 때 일본이 사과해야 할 텐데요. 우리는 이런 아픈 역사 잊지 않아야 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