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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고백 - 천재의 가장 사적인 편지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차르트 하면 천재 음악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비록 그 곡의 제목을 몰라도, 우리는 이미 그의 음악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광고 속 짧은 선율, 영화의 한 장면, 혹은 클래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들. 그 익숙함 속의 이름이 바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고백』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를 ‘음악의 신동’, ‘천재 작곡가’로만 알고 있었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 특히 사적인 감정이 묻어나는 글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과거 평전들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던 모차르트가, 그의 편지와 단상으로 직접 말을 건네는 책이라니 —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재의 내면, 그 고백의 언어는 어떤 빛깔일까?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붉은색 표지 디자인이었다. 강렬하면서도 클래식한 인상. 중앙의 타원형 안에는 건반 악기가 그려져 있다. 하프시코드일까, 아니면 그의 손끝을 상징하는 피아노일까. 음악이 곧 언어이자 표현이었던 모차르트에게 이 표지는 어쩐지 그의 내면을 시각화한 초상처럼 느껴졌다.
책은 1부 ‘이탈리아, 남쪽의 빛 속으로’, 2부 ‘첫 번째 사랑, 첫 번째 굴욕’, 3부 ‘파리에서의 고난과 어머니의 죽음’, 4부 ‘불멸의 멜로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부부터 4부는 그가 짧은 기간 동안 연이어 써 내려간 편지들로, 감정의 결이 생생하게 이어진다.
1부를 읽으며 가장 먼저 다가온 감정은 모차르트와 누나 난네를(마리아 안나)과의 관계였다. 우리는 흔히 ‘천재 모차르트’만 알고 있지만, 그의 음악적 시작에는 누나의 영향이 컸다는 사실을 이 책이 은근히 드러낸다. 어린 시절 누나가 먼저 음악에 재능을 보였고, 그 옆에서 동생 모차르트가 자연스럽게 음악의 세계에 눈을 뜬다. 『모차르트의 고백』 속 편지에서 그가 누나를 향해 보여주는 애정과 존경은, 우리가 알던 천재의 이미지와는 다른 다정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처럼 책은 단순히 작곡가의 기록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 일기처럼 읽힌다. 음악적 영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가 사랑하고 슬퍼하고 분노한 감정들이 어떻게 선율로 바뀌었는지를 추적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2부를 읽으며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요즘으로 말하자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베토벤의 아버지가 베토벤을 모차르트처럼 만들려 엄격하게 대한 것과 다르게 레오폴트는 아들의 재능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키워냈다는 것도 알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 보내는 모차르트의 편지를 읽으며 그가 음악만을 잘 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을 듯했다. 음악에 더 천재성을 보였지 그의 편지글도 흡인력 있게 읽힌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3부는 제목부터 슬픔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적인 시선으로는 1778년 7월 3일의 편지 순서가 뒤 바뀐 것은 이미 결말을 마주한 후 영화를 보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장문의 내용은 더 많았으나 결국 어머니의 죽음은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여정 중의 일이기에 가족들 없이 홀로 남겨진 20대 초반의 모차르트에게 얼마나 큰 슬픔이었고 경황이 없었을지... 물론, 당시의 20대와 지금의 20대는 다르겠으나... 예민한 감성의 천재 음악가에게는 더 큰 충격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편지의 글들로 봤을 때 파리는 모차르트에게는 그다지 좋은 기억보다는 슬프고 힘든 추억만을 남기는 곳이 되었을 것 같았다.
4부를 읽으며 3부에서도 느꼈으나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께 모차르트 같은 편지를 썼었는지 되돌아본다. 아버지께서 코로나 시기 병원에 계실 때 3개월간 옆에서 간병을 했던 게 아마 가장 친밀했던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린 시절에도 아버지와 친밀했던 때가 있었으나 나이가 들며 멀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모차르트와 레오폴트의 관계는 멀리 떨어져 있었고, 같은 음악을 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유대감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하게 된다.
사실상 책에서 다룬 편지 이후에 위대한 거장 모차르트의 시대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그의 성공이 우리가 단순히 천재 모차르트라 부르는 것처럼 쉽게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모차르트의 고백』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차르트를 다시 쓰게 만드는 책이다. 천재의 완벽함보다, 그 뒤에 숨은 불안과 사랑, 인간적인 고백이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차르트의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감상하게 해주고,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삶의 열정과 고독을 성찰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