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 만성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메건 오로크 지음, 진영인 옮김 / 부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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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대상포진이 걸린 후 컨디션이 나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왼팔의 신경통과 입안의 구내염이 돌아온다. 고통을 잘 참는 편이기에 엄살을 피운다는 얘기를 들을 때 어이가 없었다. 대상포진 증상과 통증 등의 경험을 말로 전하기에는 어렵기에 그런 이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그들이 걸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저자는 책에서 자가면역질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구하지 못했고 여전히 구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라고 말하며 글을 시작한다.



  책은 '장애물', '미스터리', '치유'의 총 3부로 구성된다. 자가면역질환은 이미 일을 하며 조금씩 알아가며 그나마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어 있었다.


  1부의 글을 읽으며 내가 아닌 우리 '환자방' 톡방의 지인들이 떠오르는 내용들이 보인다. 주위에 자가면역질환을 겪는 이들도 많이 보기에 글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그 통증에 대해서는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기에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종종 인용되는 내게도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이 표현한 고통이나 아픔에 관한 글을 만나게 된다. 그 글들은 아파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내용들이었다.

  나는 그나마 저자와 다르게 확실한 병명을 알 수 있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피로감 등은 어쩌면 비슷한 질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인종과 성별에 따른 진료의 차별이 있다는 것도 접하게 된다. 성별에 따른 약의 효과 차이는 코로나 백신을 통해 들었던 게 생각이 나기도 했다. 편견이라는 장애물은 병력이 없는 사람이 질환이 있는 사람의 증세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예로 들 수 있을 듯하다. 최근 나타난 내 후유증에 대해 겪어 보지 않은 이는 쉽게 생각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으니... 나도 누군가 아픔을 호소할 때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감염이 자가면역질환과 영향이 크다는 내용도 눈에 들어온다. 어지간히 아프지 않은 이상은 참거나 하며 병을 키웠던 기억이 떠오르는데(대상포진도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다 와버렸기에...) 그런 요소들도 내게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고 어디선가 면역계를 교란 시키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2부를 읽으며 면역계를 다시 들여다본다. 면역계가 몸을 돌보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으나 암세포를 돕는 일도 한다는 내용은 내겐 새로운 내용이었다. 면역계가 나를 부정하며 정상 세포를 공격해 문제가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은 알았으나 종양을 키우는 공장이 될 수 있다니... 스트레스에 대한 부분에서 과거 내 병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 수 있는 문장을 만난다. '만성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 감염과 병이 슬슬 찾아온다'(p.220) 이미 1871년 쓴 책을 통해 이미 신경이 혹사당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었고, 20세기 초 스트레스가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도 증명되었다지만 그 상식을 알더라도 피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어떤 책에서는 적당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했었는데 그 정도를 넘어서는 스트레스는 독이 된다. 현재 내 후유증 발병도 지속적인 스트레스 누적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웃음 치료' 부분에서 마음가짐이 치유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에 나 역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악의 순간'에 시작 전 인용된 글이 와닿는 것은 와병 중인 아버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지신지 이제 1년이 되어 가시는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 문장을 통해 떠오른다.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들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치료를 받는 내용은 신기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간절한 데 타인이 뭐라 할 수 없을 듯하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기에... 2부의 거의 마지막 문장이 여운을 남긴다. '아픈 사람은 인정받고 싶다.'(p.336)


  3부를 읽으며 치유가 결국 함께 가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 역시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고 신경 안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나올지 모를 일이기에 증상의 차이를 떠나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기에... 코로나 후유증이 범위가 넓다는 점과 수많은 의료 전문가가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는 것은 조금은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명확한 병명이 없었던 만성질환을 겪은 고통을 전문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제대로 알아보고자 한다는 것은 유의미한 일일 것이다.

  '만성질환을 앓으면, 병을 관리하며 살아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많이들 듣기 꺼리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p.392)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 질환을 관리하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할지도 생각하게 된다.



  만성질환을 떠나 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고통에 무감각하게 반응하며 질타하는 이들이 서럽게 다가오는 게 현실이다. 저자와 달리 잔병치레가 많고, 가끔은 무조건 참아보려다 병을 키우는 사람으로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고통을 공감하게 됐던 것 같다.

  아픈 게 죄가 아닌데 죄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만성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살아가거나 그런 병을 가진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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