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도 쉬셨습니다
페터 아벨 지음, 임정희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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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한국 천주교회 236년 역사상 최초로 미사가 중단됐다. 미사가 중단되어 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만큼 필요한 조치였기에 가톨릭 신자로 용단에 지지를 보냈다. 어쩌다 보니 이번에 읽게 된 캐스 리더스의 책 제목도 '하느님도 쉬셨습니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과연 하느님께서 쉬고 계실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미사 중단되기 전 2월 초부터 예정이었던 내 모든 업무가 취소가 됐다. 말 그대로 백수다. 요트 비시즌을 좀 빨리 끝내나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로 비시즌이 장기화가 됐다. 당장의 경제생활이 어려워 다시 구직활동을 하는 중이나 괜히 이직을 했던 게 아니었음을 재확인하는 중이다.


  이번 책은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영적인 방법'을 다룬다. 창세기에서 따온 제목으로 하느님께서도 쉬셨음을 상기시키며 번아웃으로 지친 이들에게 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전한다. 저자의 직책이 들어만 봤던 '종신 부제'여서 신기했다.


  해먹에서 책을 읽다 잠이 든 표지의 주인공처럼 쉬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떻게든 스스로를 태우다 타버릴 것조차 없어 의욕을 잃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번아웃.


  나는 그 정도로 날 태우진 않았다. 내가 현재 하는 일도 그렇게 꾸준히 있는 게 아니라 태우기 전에 쉬는 날들이 많았다. 다만, 받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시간을 가져가기에 하는 일들을 참다 참다 타버렸던 것 같다. 일한 만큼의 보람에 대한 보상이 따른다면 공들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희망 고문과 툭하면 바뀌는 갑의 계약 조건... 여전히 내 살길을 찾아 타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쉽이 필요해'로 '번아웃'에 대해 자가 진단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1장은 '당신도 번아웃인가요?'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나도 잘 모르는 것이기에 먼저 질문들로 진단부터 시작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었나 생각된다.


  '번아웃이 왔다'에서 보게 되는 번아웃의 징조가 낯설지 않다. 2013년 대상포진에 걸려서 퇴사를 했을 당시에 모든 징조가 해당된다. 현재도 그 징조의 반 이상이 내 상황에 맞아떨어진다. 무기력함이 생기고 우울감이 생기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나 보다. 그때 이후로는 나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 자리를 구하는 어려움 때문에 또 태우고 있나 보다. 미사를 드린지 1개월이 되어간다. 그 영향이 있기에 지금의 시간이 더 힘든지도 모르겠다. 책의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일로 인한 피로의 끝에는 영적인 근원이 자리한다.(p.89)


  2부는 '번아웃과 작별하기'로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들을 다룬다. 첫 장부터 '멈추기'인 것은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힘을 얻기' 과정에서 각각의 단계에서 '고요한 시간을 갖고 스스로를 살펴보자'의 내용은 평소 내게 잘 하지 않던 질문이나 꼭 필요한 질문임을 알게 된다. 이제 준비가 어느 정도 됐을 시기라 '번아웃 벗어나기'에 돌입한다. 멈추고, 힘을 얻은 뒤라면 보다 수월하게 번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번아웃 상태에서 그냥 '벗어나야지!' 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좌절감만 쌓여갈지도 모른다. 일곱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배우며 번아웃에서 차츰 나오는 것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에서는 요한 23세 성인 교황님의 '평정의 십계명'을 바탕으로 대화 방식으로 정리된 내용이 위안을 준다.


  적절한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 이런 것도 주님의 은총이라 할 수 있겠다. 내게 필요한 것, 내 현재 상태를 바라보라는 뜻이었을까? 책을 많이 읽지만 영적 독서량은 적은 때 정말 내게 필요한 책이 왔다.


  시간도 없고, 정신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이들이라면 잠시 숨을 돌리며 책을 읽어보며 자신을 바라볼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어쩌면 당신도 번아웃 상태로 빠르게 타 들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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