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 마흔 넘어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박대영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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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인생의 길도, 실제 거리도. 걷기를 좋아한다. 시간이 되고 길이 된다면 걷는다. 집에서 나가면 만보 이상 걷는 게 습관이 됐다. 그래서 지인들이 피곤할 때 내 눈치를 보기도 한다. 강요하진 않으나 '나=걷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됐다.


  책이 끌린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 여행을 가면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을 걷는다. 그렇다고 산을 좋아하고 숲길을 찾아 걷진 않기에 여행 정보는 떠나기 며칠 전에 둘러볼 뿐이다. 제목과 부제가 날 잡는다. 나도 '지름길을 두고 돌아 걷는' 편이고, '마흔 넘어'에 해당하며 여행은 주로 '혼자'라는 편이기에 저자의 경험담을 듣고 싶었다. 여행을 가면 기록으로 남기는 편이라 글쓰기에 대한 관심사까지 코드가 딱 맞아떨어졌다.


  심플한 표지의 오솔길 사진이 눈길을 끈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내가 걸어본 길은 '문경새재 과거길' 외에는 없었다. 그 길을 걸을 당시에는 지금처럼 걷기를 좋아하던 시절이 아니라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었다. 그나마 동기들과 함께 걸었기에 장난치고 떠들며 걷던 스무 살(벌써 20년도 지난)의 추억이 남아 있는 길. 책을 읽으며 저자의 고난을 글로 경험한다. 사진을 취미로 갖고 있기에 빗길에 넘어지는 순간에 절로 아찔한 공감을 했다. 몇 장면으로 기억되는 장소로 지금은 그때의 모습이 여전할지도 장담하긴 어렵지만 그때와 다른 것들을 볼 수 있고 떠올릴 추억이 있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흔히 접하는 여행기와 다르게 사진보다 글이 더 많다. 그래서 더 읽기 좋았고 앞으로 내 여행기의 방향성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가본 곳보다 가봐야 할 곳들로 가득했기에 글로 먼저 발을 디딘 장소들이 궁금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경제적, 상황적으로 여건이 어렵지만 기회가 될 때 1년에 한곳이라도 찾아가며 만나고 싶은 장소들도 몇 곳을 찜해두게 된다.


  마흔이 넘어 걷는 길은 다르게 다가온다. 인생길도 그냥 길도... 별 차이가 없다고 여겨왔지만 받아들이는 것들이 다르고, 봐야 할 것들이 다르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걷기는 익숙하나 그 길이 같은 길은 아니고, 걷는 내가 과거와 다르기에 보이는 것과 보는 것도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띄엄띄엄 쉬면서 더디게 주변을 살피지 못하며 걸어온 길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어떤 길을 어떻게 걸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고, 다가올 여행을 어떻게 대할지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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