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다.

1.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이 가지치기 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이게 차별이 맞나 내 생각이 맞는 걸까 애매한 부분에서 차별이 맞다, 여성혐오가 맞다, 경중의 차이와 상관없이 혐오는 혐오다 라고 명확히 말해주니까 오히려 맘이 편해지고 열리는 느낌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것은 젠더를 적시하는 일입니다. 여성이 여성이라서 겪는 피해를 묶어 부르는 이름에서 ‘여성’을 뺀다면 아무것도 논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문제의 원인이 여성혐오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2. 6장에서는 효과가 썩 좋지 않았던 답변들이 적혀 있는데, 내가 종종 썼던 표현들이라 흠칫 했다.(“둘 다 나쁘긴 하지”, “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고” 등등) 읽으면서 그 말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나갔다. 그리고 나서 오늘 젠더 주제를 갖고 얘기를 해봤는데 좀더 명확한 느낌, 적어도 구렁텅이에 빠지지는 않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3. 7장부터는 “실전편“이다.
실제로 쓸 수 있는 표현을 적어두고 그 표현이 목표하는 바를 적어둬서 되게 실용적으로 쓰기 좋은 챕터라고 생각했다. 특히 10장은 연습하는 장이어서 참 독특했다. 몇 번 읽어보면서 입에 붙게 해도 나쁘지 않을듯. 사실 조금은 내 기준 과격한 표현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말투를 잘 다듬어서 연습해보려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젠더 이슈에 대한 내 생각을 명확히 할 수 있었고, 또 페미니즘 공부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말이 통하지 않고 이해하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키는 게 나의 의무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맘이 편해졌다.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이야기는 시도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젠더 이슈 자체를 아직 잘 모르고 생각이 아직 말랑말랑한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공부를 해보려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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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비슷하게, 예쁜 헛소리에 대한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들, 말을 참 점잖고 멋지게 합니다. ‘관용과 사랑을 베풀어서 우리 모두 더 나은 사회를 이룩해야 한다’, ‘이렇게 갈등을 일으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남성과 여성 똑같이 책임이 있다’, ‘그래, 남녀 둘 다 인정하고 갈등을 더 이상 일으키지 말자’, ‘여성은 원래 평화로운 존재다’, ‘이렇게 화를 낼 일이 아니라 이왕이면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페미니즘이라는 극단적인 말 대신 양성평등으로’. 책임도 좀 지는 것 같고, 어쨌거나 평등으로 가자는 말이고, 귀를 거스르지도 않고, 이성적이고 말씨마저 예쁩니다. 이중 일부는 아까 말한 극우단체 회원이 강남역에 써 들고 온 피켓 문구였는데,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점잖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본보기처럼 느껴집니다.
이들은 참 점잖고 느긋합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친 쪽’이 분개하면, 타이르기도 합니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중용을 지키며, 긍정적이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비슷한 예는 더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가 심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겠다면서 외모지상주의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게 건강에도 좋지, 학교폭력 당사자에게 아무리 그래도 친구인데 친하게 지내는 게 좋지,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학생이 무급 인턴으로라도 이력서를 한 줄 채워보겠다는데 굳이 거기에다 한마디 하기를, 그래도 다 네 실력을 쌓는 거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니 좋지, 가사 분담에 무책임했으면서 내 덕에 요리실력이 늘게 된 거니까 고맙게 생각해. 간단히 말하자면, 눈치가 없는 겁니다. 눈치 없이 혼자 느긋한 이유는 달리 없습니다. 느긋해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느긋한 채로 살 수 있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정해져 있어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는, 본인이 팔자가 좋다는 걸 드러내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느긋한 이유는 느긋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참 와닿는다. 어떤 점에서 나도 느긋하게 살아가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런 자기 검열 또한 지나치게 하지는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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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대방의 입장을 명확히 알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원래 다른 세계에 살았습니다. 처음부터 다르게 취급되었고 다른 말을 들었고 다른 기대를 받았습니다.”
-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원래 우리 싸우지 않고 지냈잖아, 다시 평화로웠던 때로 돌아가면 안 돼?“ ”왜 서로 싸우는지 모르겠어. 그냥 싸우지 않고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좋은 말이지만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원래‘는 여성혐오 논의가 격화되기 전을 의미하는데, 그럼 결국 차별이 공고히 되고 여성의 목소리가 묻히던 때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싸우지 말자‘는 말은 마찬가지로 여성의 목소리 때문에 사회가 혼란스러우니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견고하던 남성의 세계에도 이제야 균열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균열의 원인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상대는 ‘문제 없던 남녀 사이’가 갑자기 틀어져 당황스럽고 섭섭할 테지만, 한쪽에서는 내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그것이 비로소 그들의 귀에 닿은 겁니다. 그러니 이제 선택할 때입니다. 원래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던 것은 한쪽뿐이었기에 그리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시끄러운 목소리를 막아서 원래의 고요를 되찾고 싶겠지만, 이것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둘이 남습니다. ‘사랑해야 할 사이’인 상대방의 비명을 들으면서 그냥 살거나, 혹은 그들의 착각에서만이 아니라, 진짜로 남녀가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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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입장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

젠더 문제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디까지가 얼만큼 맞는 거고 또 얼만큼 틀린 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옛날에는 차별이 있었지만 오늘만큼 심하지는 않다”, “불평등이 없지는 않지만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볼 수도 없다” 등등… 그렇지만 평등이란 하나밖에 없고 불평등은 그 나머지를 전부 포괄한다고 책은 짚고 있다.

물론 예전보다 꾸준히 평등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말하다보면 이 사실이 흐릿하게 되기 때문에 이 점을 항상 짚어두고 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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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에 관한 주제를 놓고 더 잘 대화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가볍게 읽으면서 여러 배움을 얻어갈 수 있는 책이다.

0. 당신에게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
젠더 이슈와 관해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내 기준 전부 남자였다)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꽤 자주 있었다. 분명 차별은 존재하고 이를 정상화하자는 것이 기본권 차원에서 당연한 건데 이것을 어떻게 ‘이해시킬까’ 고민하다가 서로 생각의 차이만을 어영부영 인정하는 듯한 말들로 마무리한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첫 번째 장이 참 위로가 됐다. 감성적인 글은 절대 아니었지만 이 주제에 대해 내가 답하는 것은 결국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일종의 감정노동이기에, 모든 질문에 내가 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해하려는 사람’보다 ‘이해시켜달라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짚은 점도 좋았다. 이해시키려는 사람보다 이해하려는 사람의 노력이 더 있어야 한다는 말들을 통해 어딘가 갖고 있던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사실 나도 이 주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계속 읽어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해보고자 한다.

사회에 차별이 존재하므로, 우리는 크고 작은 부당함을 겪었을 겁니다. 물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성으로 살아가는걸 만족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좋아하니까요. 그러나 그와 별개로 차별은 분명 존재합니다. 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고, 다른 여성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고, 모두가 거의 예외 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었으니까요. 그러나 피부로 겪은 경험이 무시당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런 순간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일이 지금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남성에 의해서 주로 생겨납니다. 그때 남성은
‘내가 보기엔 아닌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동시에 가장 의미가 없습니다.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아래라 생겨나는 불평등이라는 주제에서, 남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채로는 영영 당사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본인이 직접 느낄 수 없으니, 일부러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은 한 혼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볼 수밖에 없는 문제를 자신은 볼 수 없다고 자기 입으로 밝혔음에도, 공신력을 얻는 쪽은 상대입니다. 내 경험의 정당성마저 남성이 결정하는 겁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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