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를 보며. 누구든 즐겁고 행복하게 윤택한 삶을 누리고 싶을 것. 그럴 거면 어떤 일을 하든 긍정적 기대를 안고 하는 게 나에게 유리한 것.

- 호텔 객실 청소원들이 자신들의 일을 운동이라고 ‘인식‘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4주 후 ‘신체적 변화‘가 두드러지게 일어났다. 이는 정신, 인식이 실제로 신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슨 일을 하든 이것이 쓸모 없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무슨 일을 하든 나에게 도움이 되고 무언가라도 얻어가려는 사람의 삶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플라시보 효과는 우리 대다수가 깨닫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가짜 옻나무에 노출된 사람들에게는 진짜 발진이 생겼으며, 위약 카페인을 섭취한 사람들은 운동 능력 및 심박수가 높아지는 경험(피험자들이 카페인의 효과라고 믿는 다른 효과까지 포함해)을 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과 D. P. 맥칼리 주니어(D. P. McCalie Jt)는 협심증(극심한 흉통의 일종)에 몇 가지 플라시보 같은 치료의 유효성을 연구했고, 환자들이 실제로 치료 요법을 믿었을 때는 70퍼센트에서90퍼센트의 효과가 있었던 반면에 어떤 형태로든 회의적이던 사람들에게는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만이 효과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 P196

어빙 커시(Irving Kirsch)와 가이 사피르슈타인(Guy Sapirstein)은 항우울제 복용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 적이 있다. 2,318건의 분석 결과, 환자 가운데 25퍼센트는 실제 약물 효과에 반응을 보였고, 25퍼센트는우울증의 자연스러운 진행 덕분이었으며, 50퍼센트는 플라시보 효과 때문이었음을 확인했다. 다른 연구들도 의사가 처방한 약물과기타 치료법의 효능이 플라시보 효과 때문일 수 있는 경우가 65퍼센트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플라시보 효과가 건강 증진에 놀라우리만치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이 효과 역시 사전자극과 마찬가지로 양날의 검을 내포한다. 부정적인 기대감이 환자에게 부정적인 결과로 확인되는 경우 플라시보 반응은 역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효과를 ‘노시보‘ 현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암 진단 과정에서 미국인들이 지닌 가장 일반적인 사고방식은 암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확신이다. 암이 아직 신체 기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더라도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본인을 건강한 사람으로 여기기는매우 어렵다. 동시에 아직 암으로 진단받지 않았으므로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여기며 돌아다니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악성 종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실제 병의 진행 과정과 상관없이 쇠약해지기도한다. 죽음에 대한 단순한 예상만으로도 그런 결과를 촉진시킬 수있는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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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말이 정신을 지배한다.

- 조건부 언어가 불러 일으키는 창의적 사고
: 글을 쓸 때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표현들이 있다. ‘내 생각에는~‘, ‘~인 것 같다‘, ‘~라고 볼 수 있다‘, ‘~라고 생각한다‘, ‘~라고 할 수 있다‘ 등. 이런 표현들은 신뢰성을 떨어트린다는 이유로 지양된다. 이런 표현은 모두 ‘~이다‘라고 바꾸도록 유도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조건부 언어를 새롭게 보게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경직된 사고는 자기주장만을 강하게 표현하게 하는 언어사용방식과 연결되어있지 않을까. 자기도 확신을 덜 가지면서 괜히 있어 보이려, 신뢰성을 얻으려는 얕은 전략으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좀 더 언어 사용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언어를 들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첫 번째 연구에서는 도시 개발에 관한 교과서의 일부를 조건부로바꾸었고, 두 번째 연구에서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위해 기획된 교과서를 조건부로 바꾸었으며, 세번째 연구에서는 조건부 진술과 절대적 진술이 기재된 이름표(이를테면 "이것은 애견용 치아 장난감으로 사용될 수있습니다" "이것은 애견용 치아 장난감입니다")가 달린 물체를 보여준 뒤실험 참가자들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이용하는지 실험했다. 조건부로 제시받은 참가자들은 그 정보를 고민하며 창의적으로 이용했다. 만일 내가 당신에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위험하다고 말한다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뒤따를 것이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스트레스를 덜 받겠지만 아무 말도 듣지 않았을 때보다 건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조건부 언어를 사용하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 좀 더 의식을 집중할 수 있다. 물론 말하는 이의 태도와 상관없이 듣는 사람으로서 조건부로 알아들을 수도 있다. 언어와 경험은 똑같은 것이 아니며 차이보다 유사성에 중점을 둔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비슷하게 묘사하더라도 나의 건강상 경험은 나라는 개인의 고유한 것임을 깨달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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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화효과 : 사전 자극의 영향이 추후 자극에도 반응해 활성화되는 기억 효과


- 흔히 노인에 대한 배려라는 명목으로 노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음. 사실 그건 배려가 아니라 기다려주지 못하는 성급함일 뿐.
-- 이번 주 할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일정 중 수국 축제도 있었는데 하필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 12시쯤이었다. 할아버지가 힘드시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할아버지가 제일 쌩쌩했다. 이모랑 엄마는 그늘에 앉아 쉬고 나랑 언니도 발이 아파왔는데 할아버지는 계속 직진. 결국 한 바퀴를 다 돌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할아버지도 계셨다. 다른 어느 가족은 휠체어에 할아버지를 모시고 수국 축제를 찾았다. 이런 단적인 예시만 봐도 각기 다른 개인을 ‘노인‘이라는 한 묶음으로 치부해버리는 게 얼마나 ‘배려 없는‘ 일인지 알 수 있다. 좀 더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자.

- 할머니가 짐을 들고 현관문을 열지 못한다면 할머니 탓을 하지 말고 짐을 둘 수 있는 선반을 만들어라.
˝우리가 세상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마땅히 우리와 더 잘 맞는 곳이 어디인지 고민해야 한다.˝

- 역할놀이에서 벗어나기. 예를 들어 병원에 간다면 ‘간호사‘와 ‘환자‘로만 존재하지 말고 그 간호사의 이름을 다시 한번 기억해라. 역할로만 존재했던 드라마에 ‘사람‘을 추가하면 캐릭터는 더 생생해진다. 어느 누구를 만나든 ‘사람‘을 만나라. 인격적 만남.

나는 제자인 마자 지킥 (Maja Dhikic), 새라 스테이플턴(Sarah Stapleton)과 함께한 연구에서 무의식적인 점화 효과를 뒤집을 수 있을지 알아40)보았다.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사람들에게 노인과 젊은이들의 사진 100장을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노인 사진과 젊은이들이 뒤섞인 사진을 젊은 사람들이 정리하는경우, 사진은 노년에 대한 사전자극을 활성화했다. 대조군에 속한사람들은 1번에 20장씩 ‘늙음‘이나 ‘젊음‘ 두 부류로 사진을 나눔으로써 노년에 대한 사전자극을 받았다. 이 집단은 이전 연구 피험자들처럼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반면, 실험군은 사진을 각각 20장씩 여러 부류로 나누되 나이와 관련되지 않은 새로운 기준(‘성별‘ 같은)이 분류의 근거로 주어졌다. - P157

우리는 대부분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또는 양쪽 모두 도전하기를 원한다. 새로운 것을 배워 숙달하면 기분이 좋아질 뿐 아니라 우리에게 이롭고 건강에도 좋은 의식 집중도를 길러준다. 이미 잘하는 상태보다는 잘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집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노인들은 이 같은 이점을 자주, 쉽사리 박탈당한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너무 쉽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으면서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지나치게 도움을 주려 한다. 돕는 사람 입장에서는 남을 돕는 행위가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겠지만, 자꾸 반복되다 보면 도움을 받는 사람은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버드 의과 대학교의 제리 에이본(Jerry Avorn) 박사와 나는 노인들에게 과제를 맡긴 다음, 직접적인 도움을 주거나 그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고 관찰해 보았다. 결과는 명확했다. 도움을 받은 이들의 과제 수행 성적이 가장 나빴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손길을 중단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한번 더 생각하고, 좀 더 시간을 주면 상대방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을 품어 보라는 이야기다. 혼자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건강해지도록 스스로를 돕는 셈이다. - P160

ADHD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 온종일 한 자리에 앉아 통행료를 징수하기란 고역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세상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마땅히 우리와 더 잘 맞는 곳이 어디인지 고민해야 한다. - P168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와 나는 이에 대해 실험해 보았다. ...
"당신은 병원에 누워 침상용변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매우 불편한 상태다. 평소 당신을 담당하던 간호사는 보이지 않는지만 병실 바깥에 다른 간호사가 있다. 당신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나머지 절반에게는 다음 같은 시나리오가 주어졌다.
"당신은 병원에 누워 침상용 변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매우 불편하다. 당신의 담당 간호사 베티 존슨은 보이지 않는다. 병실 바깥에는다른 간호사가 있다. 당신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상황의 유일한 차이점은 담당 간호사의 이름이 주어졌는지의 여부뿐이다. 그런데 더 많은 이가 이름을 알려 준 시나리오에서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응답했다. 한 사람의 이름을 제시한 것으로 모든간호사가 단순히 간호사일 뿐 아니라 사람이기에, 이름 없는 간호사보다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기분을 준 모양이었다.
가능한 한 고정된 ‘역할을 넘어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식을집중하지 않음으로써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본질적으로 개별화되지 않는다면, 무의식적으로 타인과 소통하게 될 위험이 있다.
역할 대 역할의 행위는 원칙에 얽매이며 규범적이다. 즉, 행동의전형적인 양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때때로 원칙을 무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리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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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1.

요양원
장애인

개인의 부족함으로 돌리지 말고 환경을 바꾸려 노력하자

사회적으로 구성된 환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것을 본인 잘못으로 여기곤 한다. 문제를 환경 탓으로 돌리거나 욕구가 충족되도록 구성을 바꾸려는 시도는 좀체 하지 않는다. 부엌 꼭대기 선반의 접시에 손을 뻗다가 사고로 떨어뜨리면 자기 부주의로접시를 깨뜨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때 접시에 손을 뻗으면서 딴생각을 한 탓이라고 여긴다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이다. 그 선반이나보다 키 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탓임을 인식한다면 더욱 나아질 것이고 말이다. 이런 깨달음과 함께 ‘나‘의 필요에 더 잘 맞도록 선반을 다시 설계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 P152

‘유니폼‘을 없애자 나는 과거에 얻은 특정 지위가 아닌 현재에 놓인 한 사람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이는 아주 신나는 일이었고,
나는 끔찍하게만 여겨지던 요양원에서의 시간을 고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곧 간호사들에게도 유니폼을 벗어던지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했지만 그들도 결국 나를 따랐다. 그 요양원에서 내가 하던 일은 연구가 아니라 자문이었으므로 데이터는 수집하지 않았지만, 일단 유니폼을 벗어 버리자 뚜렷한 변화가 생겨났다.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인들과 간호사, 의사, 자문 위원 사이에는 여전히 나이와 지위 같은 차이가 존재했지만, 이러한차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이 줄어들었다. 노인들은 간호사를 부르는 일이 적어졌고, 간호사들은 노인들을 좀 더 존중하는 듯했다.
도대체 왜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바깥세상이 이처럼 의료 기관에서 도우려 하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일까?
어쩌면 그 해답을 과거의 경험이 종종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현재 행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하고 있는 사회 심리학 연구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과거의 경험이 두드러진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꽤나 흔하다. - P155

<도전이 길러 주는 의식 집중도>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을 위해 일상을 가능한 한 쉽고 편하게 유지한다. 겉보기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면 성취감을 느낄 여지 또한 거의 없다. 정말로 쉬운 인생을 살기 바란다면, 초보자 코스에서만 스키를 타고, 악기로는 음계 연주로만 만족할 것이며, 혹시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또는 양쪽 모두 도전하기를 원한다. 새로운 것을 배워 숙달하면 기분이 좋아질 뿐 아니라 우리에게 이롭고 건강에도 좋은 의식 집중도를 길러준다. 이미 잘하는 상태보다는 잘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집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노인들은 이 같은 이점을 자주 쉽사리 박탈당한다. 우리는 그들의삶을 너무 쉽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으면서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지나치게 도움을 주려 한다. 돕는 사람 입장에서는 남을 돕는 행위가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겠지만, 자꾸 반복되다 보면 도움을 받는 사람은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버드 의과 대학교의 제리 에이본(Jerry Avorm) 박사와 나는 노인들에게 과제를 맡긴 다음, 직접적인 도움을 주거나 그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고 관찰해 보았다. 4 결과는 명확했다. 도움을 받은 이들의 과제 수행 성적이 가장 나빴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손길을 중단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한번 더생각하고, 좀 더 시간을 주면 상대방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을 품어 보라는 이야기다. 혼자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건강해지도록 스스로를 돕는 셈이다. - P159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만족시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애인과 맞닥뜨렸을 때 덜 피하게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는 먼저 참가학생들에게 일방 투시 유리로 다리에 커다란 보조기를 찬 사람을 관찰하도록 한 뒤, 곧이어 한 방에 있을 때 학생들이 그 사람과 얼마나가까이 앉는지 그 거리를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놀라울 것도없이 갑자기 그 사람을 소개받고 함께 앉으라는 요청을 받은 학생들보다 미리 구경한 학생들이 더 가까이 앉았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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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무엇이 우리를 병들게 만드는가?

- 현대인들은 자유(특별히 자율로서의 자유)를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가치이자 권리로 생각한다. 모두 삶을 살아감에 있어 ‘나만의 것‘을 보존하고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것들에 자율성을 쉽게 내준다. 나의 건강상태에 대한 판단을 의사와 약사에 전적으로 맡기고, 사회에 대한 나의 주관을 (내가 어디선가 접했던) 통계적 결과에 기대어 형성하고,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이미지를 미디어에서 접한 편집된 사실들로 형성한다. 이 말은 의학적 검진, 통계적 결과, 언론 정보들에 반대한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그것들에 아무 생각 없이 의존한 끝에 만들어지는 무의식적인 상태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율성의 상실을 건강과 관련하여 썼지만 오늘날 자율성의 상실, 혹은 주체성의 상실은 비단 신체적 건강 분야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눈 뜰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수많은 정보를 마주하는 삶에서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것들에 의해 사회와 자신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고 그것을 기초로 행위를 선택하고 결정한다.
여기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대상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보편적인 정보가 아니다. 예를 들어 책 속에서 든 예시처럼 우리는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를 마치 당연한 사실로 여긴다. 그러나 이 말은 보편적인 게 아니다. 단지 여러 통제된 연구들의 결과로 드러난 ‘일반적인‘ 사실이다. 일반적이라는 것은 예외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로부터 기억력 감퇴와 나이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자신이 의미있다고 지각하는 것들에 따라 기억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재밌는 예시로는 상반된 건강 관련 기사들을 들 수 있다. 어떤 기사에서 ‘아침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라 소개된 것이 다른 기사에서는 ‘아침에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이라 소개되기도 하며, 어떤 곳에서는 걷기가 최고의 다이어트라 하고 어떤 곳에서는 아무리 걸어도 다이어트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하기도 한다. 들여다보면 이는 각자 ‘아침‘, ‘다이어트‘ 등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달라서 발생하는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접하는 정보들은 생산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의 관점이 배제되기 힘든 것이다.
이와 연결되는 두 번째 문제는 그러한 정보들이 ‘연구결과‘, ‘과학적 통계‘, ‘기사‘, ‘전문가의 말‘ 등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틀에 담겨 제공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게 하고 쉽게 퍼트리게 한다. 그렇게 공유되고 수용되는 정보들은 일상 속 우리의 무의식에 침투하여 주체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더 편안하게 생각하며 벗어나지 못할까?
여기에 세 번째 문제가 있다. 인간의 확증 편향 문제다. 확증 편향이란 사람들이 외부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자신의 어떤 관념이 일단 형성되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들만을 더 주목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앞선 경로를 통해 들어온 정보가 우리의 무의식을 더욱 강하게 잠식하도록 도와준다. 이는 정치적 태도나 특정 집단에 대한 인식(이미지)에 관해 생각했을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수 정당을 보다 선호하는 사람은 보수 정당에 우호적인 언론의 뉴스를 선택적으로 챙겨본다. 진보 성향을 지닌 사람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예시로, 여러 말들이나 기사들을 통해 한의학을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같은 기사들과 댓글들에 더 주목하며 자신의 생각의 정당화 근거를 강화해간다. 한의학으로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나 그에 우호적인 정보는 무시하거나 예외로 간주한다. 이러한 태도에는 자신이 지닌 관점이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진실이라 믿는 믿음에 근거해있다. 이 믿음은 또 다시 선택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강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다양한 관점의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게 한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통해 우리는 균형잡힌 관점에서 더욱 멀어지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진다. 이처럼 확증편향에 따른 믿음은 외부의 것들이 무의식을 더욱더 잠식하게 함으로써 자신과 사회에 대한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주체적인 사고를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마치 자기 자신은 정당한 근거에 의해 주체적이고 매우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만들어 낸다. 나는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소통의 문제를 불러 일으킨 주요 요인 중 하나이고, 자유를 외치지만 누구보다 사회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양산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요양원에서의 삶을 사는 것과 같다. 나에게 맞춰진 삶이지만 사실은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삶.

글이 너무 길어지니...짧게 쓰자면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필요할 것. 그런 태도로부터 서로에 대한 관용을 기반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가능할까?그래야 할 텐데) + 객관성에 대한 환상 내려놓을 것. (우리는 공룡을 실제로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즉, 객관적이라 여겨지는 사실에 대한 무비판적 태도를 내려놓고 가변성을 캐치할 것(요게 저자의 핵심주장).

*결코 전문가의 판단이나 기사, 통계가 무용하다는 게 아님. 그게 아니라 수없이 다양하고 어떤 때는 상반되기까지 하는 정보들을 객관성, 전문성 등의 이름 아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주체성의 상실과 불통을 일으킨다는 것.

요양원에서 지내 보지 않은 사람이 그곳의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않다. 개인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언제나 열려 있고, 모든 일이 나를 위해 이루어지지만 일정에 내 의사가 반영되지는 않는다. 식사는 물론이고 샤워는 언제 할지, 어디에 갈 수 있고 없는지 결정하는 일이 모두 나의 권한 밖이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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