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반, 안중근은 감방에서 나와 호송마차에 올랐다. 감옥 동편 구석에 있는 사형장은 감방에서 제법 떨어져 있었다. 사형장에는미조부치 검찰관을 비롯해 구리하라 전옥, 소노키 통역 등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형 집행이 시작되었다. 구리하라 전옥이 형을 집행할 뜻을 알리고는 안중근에게 물었다.
"남길 유언이 있는가?"
"달리 남길 말은 없다. 다만 나의 거사는 동양평화를 도모하려는성의(誠意)에서 나온 것이므로 임검(臨)한 일본 관헌 여러분들도나의 충심을 잘 살펴 마음과 힘을 합쳐 동양의 평화를 기도해주길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동양평화 만세‘를 삼창하고 싶으니 특별히 허락해주기 바란다."
"그것은 불가하다."
구리하라 전옥은 만세삼창을 허락하지 않았다. 곧이어 간수들이흰 종이와 수건으로 안중근의 눈을 가렸다. 구리하라가 말했다.
"마지막 기도를 할 기회를 주겠다."
안중근은 약 2분간 묵도를 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기도였다. -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