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시청사 앞에서 낮은 단상 위에 놓인 동상을 만났다. 왼쪽을 지긋이 바라보는 키 높은 모자를 쓴 남자의 눈매가 왠지 슬퍼 보였다. 바로 안데르센의 동상이었다. 이 동상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인 1875년의 어느 날, 안데르센을 너무 사랑했던 코펜하겐 시민들은 덴마크의 위대한 동화작가를 위해 동상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초기 디자인은 그를 둘러싼 주변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동상의 모형을 사전 제작하여 안데르센에게 미리 보여주었는데,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 동상 주변에 아이들이 있는 것이 싫어요. 아이들이 나를 고통스럽게 해요." - P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