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날 탐문수사에서 이 학생 커플과 환경미화원은 육십대 후반의 남자가 작은 시바견을 데리고 목에 건 수건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공원을 지나가는 걸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시바견에게 뭐라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학생 커플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환경미화원은 그가 시바견에게, "덥구나. 넌 어쩜 그리 기운이 넘치느냐."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고 한다.
"뭐든 때가 있는 법이다."
종이팩에 든 우롱차에 들어 있던 것은 이번에도 역시 청산가리라는 독극물이었다.
〈어느 날 애가 물었다. 아버지 명함에 있는 ‘차장’이란 어떤 일을 하는 자리냐. 다음 장次長이라면 누구 다음이냐. 아버지는 높은 사람이냐 아니냐. 그런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차장이란 묘한 직책이다. 조직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차장’이란 어떤 자리일까. 과연 존재 의의는 있는가. 그룹 전체 회사에 있는 차장 여러분의 속마음을 듣고 싶다.〉
"권한 같은 게 있을 리 없잖아?"
뭐든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꼭 독설가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발언이 독설로 들린다 해도 반드시 거기 진짜 독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웃으며 재미있는 기획이 될 것 같아서요, 라고만 말해 두었다.
나는 즐겁게 기획을 추진했다. ‘차장’이란 직책은 엄연히 연공서열을 기초로 한 일본 특유의 샐러리맨 사회를 이루어 온, 질서의 등고선을 구성하는 한 가닥 선이다. 회사에 따라 그 선은 굵기도 하고, 때로는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경우도 있다. ‘계장’이란 선과 구분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주임’과 같은 색이거나 약간 위에 그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역시 그 선은 ‘차장’이지 ‘계장’이나 ‘주임’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는 재미있었다.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해 본 ‘차장’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자기 직책의 존재 의의를 목청 높여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등고선이 없어지면 표시할 수 없는 지형이 있다고. 그 차이도 흥미로웠다.
"집이란 게 일생에 한 번 사는 물건이니까요. 저나 아내나 나름대로 공부를 해서 지식도 있다고 생각했죠. 새집증후군이라는 게 뭔지도 알고 있었구요. 신문이나 뉴스에서 자주 소개했으니까요. 다만 문제가 제게 일어날 거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주택업자가 공급하는 집이니 우리가 그런 문제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택용 건축 자재나 도료, 벽지의 접착제 등에 포함되어 있는 화학물질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쳐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나 천식, 두통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킨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것이 새집증후군이다.
"마치 태풍이 오기 전의 노인네처럼 부지런을 떨죠?"
절묘한 표현이다. ‘아, 큰일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유비무환이라니까’ 하며 팔을 걷어붙인다 ―태풍이 다가오면 우리 할아버지나 아버지나 늘 그렇게 바삐 움직였다. 태풍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나호코가 부지런 떠는 모습과 꼭 닮았다.
정확한 질문을 올바른 시기에 적합한 상대에게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는 그걸 게을리했다.
"직접 가서 물어볼까요?" 내 제안에 평소부터 ‘개인정보’라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버릇이 있는 가사이가 얼굴을 찡그렸다.
이 넓은 세상에는 우리의 상식 범위 안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가지고, 그 사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막연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특히 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면 싫어도 깨닫게 된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바로 옆에 나타나면 아무래도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게 된다. 화가 나면서도 공포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으로 연결해야 좋을지는 알 수가 없다.
누마타 사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기본의 기역자 정도는 쓰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르죠. 희망적으로 본다면. 그래, 어땠습니까? 그 여자 그쪽에서는 쓸 만했습니까?"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없죠. 몽땅 다. 어떻게 해야 그런 인간이 될 수 있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부모가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지 궁금하더군요."
화가 풀리지 않아, 앙갚음을 더 하고 싶다. 다 큰 어른이라도 그런 기분을 떨치지 못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자는 애는 그냥 자게 내버려 두면 되는 건데, 내가 깨우고 말았다.
감성치유 리라이팅북 세권째 필사 완료어쩌면 별들이~~~플러스10.01.~10.17.다음권은 클래식.윤동주, 한용운, 김소월, 백석, 이용악,박용래, 김영랑, 신석정, 이병기, 박목월빛나는 분들의 시 각 10편씩 총 100편그리고 플러스 12분 각 1편씩노자영, 임화, 박두진, 함형수, 조지훈,이장희, 오장환, 박인환, 이상화, 신동엽,이육사, 강경애
9월 중순인데도 최고기온이 삼십삼 도까지 치솟은 날이었다. 그는 오후 네시 반에 집을 나섰다. 애견 시로도 함께였다. 아직 강아지인 시로는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산책을 나가자고 졸라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