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Mal du Pays, 프랑스어예요. 일반적으로는 향수나 멜랑콜리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전원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정확히 번역하기가 어려운 말이에요."*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양억관 옮김, 민음사, 2013.
메뉴판을 보니 제주산 양식 광어회가 눈에 띈다. 주문을 받는 분은 여기 광어가 한국에서 온 거라고 몇 번을 강조하고 돌아갔다. 뉴욕 퀸스에서 제주도 출신 생선을 만나다니, 21세기의 놀라운 공급사슬과 유통망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지하철을 탄 시간만이라도 잠시 책을 본다든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여유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려는 MTA의 배려일 리는 없고, 어차피 뉴욕의 지하철은 오프라인의 작은 평화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하우스턴스트리트를 걷다가 친구에게 한마디 들었다. 길에서 나는 지린내를 언급하는 것은 뉴요커답지 못한 태도라는 것이다.
"우리 내려서 걸을까?"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교통 체증이 심한 뉴욕은 택시보다 걷는 게 더 빠를 때가 있다. 하지만 꼭 그래서 걷자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오랜만에 인파에 묻혀 타임스스퀘어를 걸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자주 먹는 피자는 동네에 있는 베쪼(Vezzo)라는 식당의 루콜라를 잔뜩 올리고 네 가지 치즈로 토핑한 화이트치즈피자다. 완벽한 피자란 언제나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피자’이기 때문에.
줄 서서 먹는 치킨오버라이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길거리 음식은 아마도 할랄가이즈의 치킨오버라이스일 것이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된’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은 먹을 수 있는 동물의 종류와 도축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 계율에 따라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음식을 할랄이라고 한다.
금년 들어 처음으로 오이를 먹는다. 오이의 푸른빛에서 여름이 오고 있다. 5월의 푸른 빛깔 맛에는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아련하고도 간질거리는 비애가 있다.*
* 다자이 오사무, 『여학생』, 전규태 옮김, 열림원, 2014.
과거 유럽에서 넘어온 노동자들은 로어이스트사이드에 많이 정착했다. 흔히 뉴욕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여 있는 ‘용광로(melting pot)’라고 묘사하는데 로어이스트사이드는 뉴욕이라는 용광로에 쇳물이 부어지는 곳이었다. 이곳에 터를 잡은 유대인 이민자들의 흔적은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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