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12월의 어느 날. 오전 10시 30분경. 젊은 남녀 네 명은 외딴 산 중턱에 있는 폐업한 모텔로 향했다. 다 같이 죽기 위해서였다.
‘번개탄이랑 수면제 구했습니다. 다 같이 편히 죽죠. 산속에 조용한 장소 있음. 오세요.’
작은 집단에 불과했던 현생인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킴으로 인해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라는 말이 창안될 정도로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생물 종으로 등극했다.
"매제, 오느라 고생 많았죠?" 남자가 별장의 현관 앞 계단을 내려왔다. 키는 크지 않지만 덩치가 커서적당히 위협감을 드러낼 만했다.
우리 셋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7천만 원짜리 가죽 소파가 우리 집의 30만 원짜리 소파와 착석감이 비슷해웃음이 나오려는 걸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돈이 어처구니없이 많으면 삶에 공허함을 느껴 자살 충동이 생기기도 하는 걸까.
어느 여름날이었다. 한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엄마! 이거!" 대여섯 살 정도 되는 아이가 바닷가에서 조개 등을 줍다가 갑자기 어머니를 불렀다.
"추리소설 보고 경찰이 되기를 바라는 건, 인디아나 존스 보고 고고학자 되겠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진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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