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뵤시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유행한, 그림을 곁들인 이야기책
"제가 딱 한 번 화가 나서 꾸며 낸 이야기가 얼마 전에 독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그 얘기는, 그러니까……."
그제야 고헤에도 아하, 하며 짐작했다. 감춰 둔 자식이 생겼다는 이야기와 연결되나?
"아빠, 제가 바로 그 생이별을 한 딸이에요, 이러더군요."
"자기 말로는 게이샤 출신이라던데, 가끔 들리는 샤미센 소리나 노랫소리는, 원 세상에, 그런 엉터리가 없어요. 그냥 몸 파는 여자예요."
고헤에는 굳게 닫힌 오유키네 문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사람 입이 화근이지, 라고 생각했다. 요스케가 화가 나서 생각난 대로 떠든 이야기가 어디를 어떻게 돌았는지 이 여자 귀에까지 들어가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그래서 긴은 하루에 정확히 두 번 사다리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어 왔다. 아침에는 ‘자, 또 하루가 시작됐네’, 밤에는 ‘어서 와, 이제 푹 자야지’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 소리가 지금은 ‘긴, 이제 너도 하녀 일에서 헤어났구나’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백십일 ‘이백십일’은 입춘으로부터 이백십일째 날을 가리킨다. 대개 9월 1일이며, 태풍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 농가에서 꺼리는 액일이었다
그러니 긴 씨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저는 통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보통 깊은 원한이 아니었나 봐요…….
눈 아래 거리를 향해 긴은 새하얀 종이 눈보라를 찬바람에 실어 계속 날렸다.
하지만 여자 혼자 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어린 자식을 돌보고 자기 먹을 것을 줄이며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니 어디든 고장이 나게 마련이었다. 오이치에게는 그것이 눈병으로 나타났다.
마침내 살림은 궁지에 몰렸고, 긴이 여섯 살 나던 해 겨울, 며칠 뒤면 그믐이 찾아오는 십이월, 새하얀 눈이 지붕에 쌓인 날, 오이치는 두 자식을 데리고 동반 자살을 꾀했다.
어찌 잊을까. 엄마와 오빠가 죽던 그날 이렇게 새하얀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이즈쓰야 지붕에서 그런 눈보라를 흩날리게 하겠다고 생각했다.
오이치의 동생, 그러니까 긴의 이모가, 어차피 우리도 가난뱅이고 자식들만 수북하니 한둘쯤 늘어나도 고생하기는 매한가지라며 흔쾌히 거두어 주지 않았으면 아마 긴도 엄마, 오빠를 뒤따라야 했을 것이다.
두 자식까지 길동무하려고 한 까닭은 아마 남겨 두면 이즈쓰야가 빚값으로 둘 다 어딘가에 팔아 버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이모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왜 나만 살아남았을까.’
엄마와 오빠의 한을 풀라는 것이 아닐까. 그 일을 하라고 신께서 나를 남겨 두신 거다. 긴은 그렇게 생각하며 세월을 보냈다.
어서 원수를 갚고 아빠, 엄마, 오빠가 있는 곳에 가서 편안하게 사는 거다―긴은 그렇게 생각했다.
긴은 왜 세상에 고리대라는 장사가 있을까, 하고 몇 번이나 진지하게 생각했다. 왜 신은 이런 장사를 내버려두시는 걸까.
처음에는 긴이 무엇을 뿌리는지 몰랐다. 하지만 팔랑팔랑 춤추며 하얗게 떨어지는 종잇조각을 주워 모은 사람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알아차리고 말했다.
"이봐, 이거 차용증이잖아. 차용증을 잘게 잘라 뿌리고 있네."
긴은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이 일을 하려고 살아온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엄마와 식구들 곁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길 건너 그릇가게 주인은 말한다.
"그 아가씨, 웃고 있더군요……."
마침내 기울기 시작한 햇살이 긴의 눈가를, 수척한 뺨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 얼굴을 희미한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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