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남들을 이어주는 유대치고 벼만큼 끈끈하고 오래된 것은 없다. 그것은 아마 벼야말로 ‘벼문화권이란 하나의 유대로 묶여 있는사람들 모두의 생명원으로서 수천 년 동안 서로 간의 문화적 공유성과 상관성을 줄곧 유지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유대는 결코 끊이지 않을 것이다. - P57

그뿐이랴. 벼는 생태적으로 환경을 보전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홍수가 지는 여름철은 벼농사가 한창인 때라서 논은 홍수조절기능을 하는 거대한 댐과 같다. 보통 논둑 높이를 27cm로 치면 우리나라전체 논(1,345,000ha)에 가둘 수 있는 물은 춘천댐 저수량의 24배에 맞먹는 약 36억 톤이나 된다고 한다. 다목적댐 건설비용으로 환산하면 무려 15조 원이나 공얻는 셈이라고 하니, 실로 크나큰 혜택이아닐 수 없다. 그 밖에 논은 비탈진 밭에서 씻겨 내리는 흙을 받아서보존하기도 하고, 물이 논으로 들어와 작물생산에 이용되는 동안 정화되어 수질이 좋아지며, 벼가 논에서 자라는 동안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대기를 정화하는 역할도 해내 환경이 보전된다. - P60

벼농사의 긴 역사가 보여주듯이, 친화성과 순화력은 문명의 산생과성장을 결과하며, 문명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조화시켜주는 중요한요인이다. 그것을 이탈하거나 상실했을 때, 문명은 생존 근거를 잃게되어 결국 도태되고 만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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