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악3호무덤의 실물대 모형 안에서 안악3호무덤! 한국미술사의 최대 논쟁거리인 이 무덤을 나는 결코 말없이 지나갈 수 없다. 안악3호무덤은 현재까지 북한과 중국에서 발견된90기의 고구려 벽화무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풍부한 벽화를 갖고있으며, 가장 이른 시기에 축조된 무덤으로, 묵서명(墨書銘, 먹으로 써놓은글씨)이 있어 고구려 고분벽화의 시원을 알려주는 기념비적인 유물이다. - P143
"북한에서는 저분을 고국원왕(國原王)으로 보는 학설이 굳어져가는 게죠?" "그렇습니다. 미천왕(美川王)설은 이젠 들어갔습니다." "남한에서는 아직 동수의 무덤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제 보시니 어떻습니까?" 우리의 선문답 같은 이 몇마디에는 사실상 안악3호무덤의 50년 연구사가 다 들어 있었다. - P144
‘동수‘과 ‘미천왕‘설 1949년 황해도 안악(安岳)의 한 언덕에서 이 무덤이 발견되었을 때 발굴 담당자였던 고고학자 도유호(都有浩, 1905~82)는 간단한 보고서를 통해 이 무덤은 묵서명에 보이듯 동수의 묘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끝나고 다시 발굴조사되면서 동수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크게 보강되었다. 문제의 동수는 『자치통감(資治通鑑)』 등 중국 역사책에도 나오는 연나라 장수다. - P144
안악3호무덤의 피장자 이 무덤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인가를 놓고 50년에 걸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남한에서는연나라에서 귀화한 장수인 동수의 무덤으로 보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미천왕릉설을 거쳐 지금은 고국원왕의 무덤으로 보고 있다. - P145
그리고 함남 신포시 오매리(梧梅里)에서는 압해산 (432미터) 절골에서고구려 때 절터 위에 발해 절간이 올라앉은 유적층을 발견했다. 이는 칠보산(七寶山) 개심사(開心寺)를 복구할 때 대들보에서 중창기 상량문을 발견했는데 거기에 826년, 즉 발해시대에 창건했다는 기록을 찾아낸 것과 함께 대표적인 발해 불교유적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 P154
이런 고고학적 성과는 발해라는 나라가 주민의 다수는 말갈족이었지만 그 상층부는 고구려인으로 고구려의 문화를 이어받은 한민족 역사의현장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유물의 양식과 세련미를 보면 마치고구려의 패기있고 활기찬 성격이 점점 다듬어진 듯 거친 맛은 정리되면서우아한 기품까지 드러내는 것이었다. - P154
"지금 중국에서는 북한 고고학자의 입국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만주지역 고조선 · 고구려 발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아주 예민하게 경계하고 있어요. 『조선유적유물도감』 전20권 중 제8권이 발해편인데 이 책을 위해 발해 상경의 궁궐터 사진이라도 찍어오려고 기자로 가장까지 해보았지만 귀신같이 족집게로 집어내듯 학자는 다뽑아냈습니다. 아주 안타깝습니다. 남쪽 학자들은 만주에 자유롭게가신다니 그쪽 답사는 남쪽에 일단 맡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154
이것은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훗날 일어날지도모르는 국경분쟁의 불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뜻인가? 설혹 그렇기로서니 학자의 입국까지 거부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P155
그림 속 목동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듯 어느 나라를 가든 나의 여행은 곧바로 박물관 관람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나의 본업이고 본색이다. 하물며 평양에 와서 그렇게 보고 싶었지만 사진으로만 접해왔던 우리의 유물들을 보지 않고 무엇을 보겠는가. 평양에는 세개의 큰 박물관이 있다. 조선중앙력사박물관, 조선미술박물관, 조선민속박물관 그중 나의 관심은 당연히 미술박물관에 있었다. 거기는 이른바 아트뮤지엄으로 우리가 예술의 진수로 손꼽고 있는 회화·조각·공예의 명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 P156
"평양의 박물관엔 조선시대 회화가 제법 있다지?" "그러나 명품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만약 관장님께서 소장처에대한 고려 없이 조선시대 명화선집을 편찬하신다고 하면 300점을 뽑아야 다섯 점 정도 고르실걸요." "무얼 꼽을 수 있나?" "이암(李巖)의 고양이와 강아지」, 김두량의 소몰이꾼(午睡)」, 이인상(李麟祥)의 소나무 아래서(松下獨坐)」, 김홍도의 「구룡폭(九龍瀑)」, 김득신(金得臣)의 농민과 양반(路上講見)」 정도겠죠." "자네는 그렇게 잘 꼽으면서도 적다고 말하나?"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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