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과 장미
오스카 와일드 지음 / 내로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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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서글픈 동화지만 사랑에 관해 철학적 고민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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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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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느 영화에서 주인공이 말하기를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생애 첫 번째로 하는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라 하더라고 전했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는 데 성공하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고, 첫사랑에 빠지는 강렬한 순간들이 기억 사이사이에 기둥처럼 솟아올라 구획을 만드는데, 처음 접하는 경험과 자극이 드물어지고 빤한 일상만 반복하다 보면 긴 시간이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어서 점점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p 51, <오프닝 건너뛰기>

<애주가의 결심>,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해>라는 책을 쓴 작가의 신작이라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우선 작가의 이름이 무척 특이하고, 그래선지 책 제목도 눈이 확 가는 신선함을 지녔으니까. 이번 책 또한 (요즘 여고추리반 때문에 애청하고 있는) 티빙 구석자리에 떡하니 위치한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제목으로 했다는 점에 끌렸다. 본디 책을 쟁여놓기만 하고 새로운 책을 또 찾아 나서는, 북시멀리스트(Book+Maximalist 당연히 내가 방금 만든 단어)로서 좋은 기회를 지나치지 못하고 서평단 신청을 하게 된 흔한 경위였다.

나는 곧 서른에 접어드는 아슬아슬한 나이인데(?) 그래선지 세 단편 중 <오프닝 건너뛰기>에 특히 감정 이입을 했다. 스스로는 아직 철딱서니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이제야 뭐 좀 해보려나 싶어하는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다들 간당간당하다고 하니 또 그런가 싶은 시기다. 친구들을 돌아볼 때에 누구는 한 직장에서 몇 년을 존버한 지구력 대장이 되었고, 누구는 차근히 경력을 쌓으며 하고픈 일을 향해 반 이상 진도를 뺐고, 누구는 알콩달콩 얌전히 연애를 하다 결혼이라는 새 장을 펼쳐 아득히 머나먼 어른이 되었다. 가끔은 내가 많이 느린건지, 조금은 유별난건지 고민도 해봤다. 연애한지도 5년이 훌쩍 넘었고, 이제야 안정된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궁극의 목표를 향한 조그만 발걸음도 작년에야 겨우 떼 봤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금세 불안을 잠재우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때쯤 들이닥쳤던 인생의 노잼시기가 여지없이 찾아들었다. 전에는 이걸 하면 내 기분이 좋아져, 확신했던 것들에 시들해져 버렸다. 인용구를 읽고 나서 알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성이 생긴다는 것임을. 조금 슬프기도 했다. 가끔 친구들이랑 푸념처럼 하던 말도 떠올랐다. 우리는 다시 전처럼 풋풋하고 서툴고 뜨겁게 사랑할 수 없을 거야.

그러다 세 번째 단편인 <앙코르>를 읽고 마음이 무척 따스해졌다. 세영과 가람이 함께 낯선 곳을 헤집고 다니며 지난 상처를 꺼내어 보듬어주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 켠이 서럽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다는 모난 질투심이었다. 동시에 내가 세영이라면 용기낼 수 있었을까 고민도 해 봤다. 망설이기만 하다가 용기내지 못하고 내내 마음에 걸려하지는 않았을지. 매일 뉴스며 사람에 치이다보니 인류애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가깝고도 쉬운 방법으로 다시 사랑을 충전한다. 다시금 되새겨본다. 선함을 강함으로 삼을 것. 셀 수 없이 흔들리고 매번 넘어지더라도 버텨서 선한 사람이 바보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불어 나만의 사랑을 찾아도 좋겠다.

별 생각 없이 늘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애용하던 사람으로서 철딱서니 없고 눈치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경호가 한 말이 문득 생각난다. 왜 오프닝을 안 보냐는, 오프닝에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집약돼 있다는 말. 괜히 그 버튼을 모른 체 하며 오프닝을 멍하니 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본 포스팅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프닝건너뛰기 #은모든 #자음과모음

#단편집 #단편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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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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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호하는 출판사 리스트에 새롭게 끼어든(?) 현대지성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나름대로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이름은 수도 없이 들어봤으나 정확히 어떤 가르침을 주셨는지 알지 못하는 선생님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였다는데 특이하게도 스승과 달리 이데아를 거부했다. 무언가의 본질은 관념이 아니라 형상에 있다고 보았던 것. 그래서인지 그는 철학뿐만이 아니라 과학, 예술 등 다방면의 분야를 끊임없이 탐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는 당시 1000편이 넘는 저서를 남겼는데(대부분의 저작물의 두께가 얇았다고 함) 대부분이 소실되고 제자들의 강의 노트 등을 바탕으로 복구하여 그의 가르침이 전해지고 있다.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모방을 중요하게 보았다. 그가 말하는 시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운문은 물론이고 극까지 포함되는 폭 넓은 예술 분야다. 그래서 '비극은 사람이 아니라 행위와 삶을 모방'한다고 하였다.(희극에 대한 저서는 소실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고귀하다. 시는 보편적인 것을 말하고 역사는 개별적인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원전, 지구 반대편에서 살았던 사람이지만 시에 대한 의견만큼은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런 문학마저 AI가 모방할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현대의 인간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궁극적 목적을 행복으로 보았다. 여기서의 행복은 덕에 부합하는 영혼의 행동을 뜻한다. 이것을 알고 밑줄친 구절을 읽으니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어떤 사람의 특성은 성격이 결정하지만, 행복과 불행은 행위가 결정한다.' 여태껏 내가 타고난 성격에 불만을 가지고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지만 그건 나의 특성에 불과한다고 생각하라니 허탈한 것 같으면서도 한 발짝 나아간 기분이 들었다. 시에 대해 강의를 하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인생 조언을 해주는 선생님이라니! 친절하고 훌륭하다. 학창 시절에는 만나본 적이 없는 유형의 선생님을 이제야 책들에서 만나뵙는 느낌도 제법 괜찮다.

어느 순간 내가 고전을 왜 읽지?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빨간 약을 먹고 나서는 별 생각 없이 넘겼던 문장들이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이 주는 사유의 깊이가, 힘이 있다. 거슬리는 건 무시하고 얻어야 할 건 악착같이 움켜쥐며 나의 덕을 쌓아 궁극적 행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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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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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해 알려주신다더니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셔서 너무 많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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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강펀치 안전가옥 쇼-트 7
설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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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쯤 되면 설재인 작가님의 팬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설재인 작가님의 <세 모양의 마음>을 읽고 내친 김에 숑님이 빌려 준 <내가 만든 여자들>을 읽은 다음 안전 가옥의 신작인 <사뭇 강펀치>까지 막힘 없이 읽어 왔으니. 실은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질투가 불처럼 번진다. 이토록 생생한, 신선한 이야기꾼이라니. 간혹 건강한 질투심을 불러 일으켜 나를 책상에 앉게 만드는 작가들이 있는데 설재인 작가님이 그렇다. 내 게으름을 퇴치하다니, 이 콘스탄틴같은 사람.

설재인 작가님은 선생님으로 근무하다가 복싱도 배운 사람인데(숑님이 블로그 이웃이라고 추천해줘서 처음 알게 된 분이다) 그 경험을 살려 첫 번째 단편인 <사뭇 강펀치>를 썼다. 청소년 운동계의 불합리를 고발하면서도 희망까지 심어주는 내용이었다. 사실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서(걷는 것도 못 하는 사람) 책으로 읽거나 영화로 보는 것에도 큰 감흥이 없는 편인데 무척 재밌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읽고,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해놓고 바로 일어나지 않아 생기는 잠시 동안에도 읽었다. 밥 먹으면서도 읽으려다 한 손으로 먹기가 영 불편해서 그만두었다.


누군가가 날 구해 주길 바라는 바로 그 마음이 내 가슴을 찌르고 치사량의 피를 내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어느 누구에게도 잘못한 적이 없는데, 왜 내가 속한 이 왜곡된 세상에서 나는 이렇게 하찮아졌을까.

p 87 <그녀가 말하기를>

내가 설재인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가 여성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생생한 언어로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다시 학교에 다닌다면 여성학을 공부하고 싶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는 무척 성공률이 높은 작가인 셈이다. 이 단편집도 주인공이 모두 여자였고, 전작들도 여성들이 주연을 맡았는데 특히 <내가 만든 여자들>은 읽으며 눈물도 찔끔했다.

말 나온 김에 추천하기. 세 가지 단편 모두 마음에 쏙 들었지만 <그녀가 말하기를>을 읽으며 찝찝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매번 착취당하는 주인공. 덤덤하게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걸 체념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구원을 기대하며 자라게 길러졌으니까. 나 또한 어릴 때는 막연한 미래를 꿈꾸며 백마탄(백마까진 아니어도 뭔가를 탄) 왕자같은 남자와 지금의 나이 정도에 결혼하여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며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분명한 행복의 지표라고 믿었다. 지금에 와서는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것이 구원이 아니라는걸 안다. 매일 되새기며 살기로 했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건, 오직 나뿐이라고.

편향적인 독서는 아닐까? 생각하지만 적어도 동성의 작가님들이 낸 책을 읽으면 실패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든다. 눈쌀을 찌푸리는 표현도 적고, 다양한 모습의 여성상을 발견할 수 있다. 가끔 고전도 읽긴 하지만 대개 여성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 또한 지향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더 다양하고 더 다채롭고 더 쾌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더 더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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