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8
한진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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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왠지 그리운 이름이다. 2년 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던 첫 번째 혼자 여행의 장소였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에서 돌아오고도 한동안은 제주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올해 <알쓸신잡>에 재미를 붙이게 되어 찾아 보다가 제주도 편에서 '4.3'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 알게 된 역사라 코끝이 시큰했다. 동시에 죄스러움이 밀려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바다 너무 예쁘다! 밥 너무 맛있다! 만 외치던 철 없는 외지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창피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단순히 제주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길 닿고 눈길 닿는 곳에 서린 신화와 역사까지 소개되어 있다고 해서. 특히 제주 동쪽은 내가 좋아하는 동네라, 책장을 넘기며 어찌나 설레던지. 가장 좋아하는 해변인 함덕 서우봉 해변이 눈 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2016년에는 친구와 여행을 다니다 버스에서 잘못 내려 남흘동이라는 동네에 간 적이 있다.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름이 생각난다 ㅋㅋ) 다행히 둘 다 그런 것에 주눅들지 않는 성격이라서 한가롭게 동네를 구경하며 동네 강아지를 따라 길을 걷다가 문득 정신 차리고 지도 어플을 켜서 김녕 성세기 해변으로 갔다. 그 근처에는 해녀박물관이 있었는데, 우와 하면서 프롬의 '그녀의 바다'를 들었던 기억도 난다. 잘 어울리는 선곡이야! 하며 바람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다녔더랬다.

그때는 해녀 박물관에 들어가보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꼭 그 곳에 다시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녀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추운 계절 기꺼이 바다에 나섰다는 것도, 평화로운 행진으로 항일 운동을 했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꾸 인류애가 바닥나 가슴이 황량해지는 기분이었는데 구역 싸움을 하던 해녀들도 서로 한 발 양보하여 '학교바당'을 만들어 물질을 했다는 말에 힐링이 됐다. 그뿐 아니라 자맥질이 서툰 해녀들을 위해 상급 해녀들이 수확물을 나누어주는 바위가 있다는 사실도, 일부러 해녀의 급을 나눈 이유가 애기잠녀 등을 배려하는 것이라는 것도, 그 연대가 괜히 코끝을 시큰하게 했다.

작가는 말한다. '관광이라는 프레임만으로 제주를 본다면 아름다운 풍광의 속살을 제대로 살피지 못할 확률이 높다', 라고.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것만이 아닌, 비밀리에 숨겨 둔 상처까지 살펴 보는 여행을. 그리고 내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그것들을 글로 담아 나와 같은 사람을 또 만들어낼 수 있기를.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회문화사 #제주동쪽 #한진오

#대한민국도슨트 #21세기북스 #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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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8
한진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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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제주도의 속사정까지 알게 되는 여행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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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기 좋은 방
신이현 지음 / &(앤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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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피형 인간이다. 주인공 이금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가끔은 어딘가로 숨고 싶어진다. 이금과 달리 대단히 극적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나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 또다른 도망자가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태정이다. 이 책은 이금과 태정의 이야기, 또 그들의 사이에 혹은 주변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한 이 책은 1994년 작가의 데뷔작이었고, 결말을 달리 하여 재발간되었다. 단언컨대 촌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금은 고등학생 시절 수학 선생님이 나무의 소리를 듣는다는 말에 매료되었고, 그것은 이십 대 초반이 되어서도 그를 사로잡았다. 이금이 태정을 만나게 된 건 사소하고도 엄청난 사건 때문이었다. 이금은 택시에 실수로 회사 통장, 카드 등을 놓고 내리는 바람에 곤란해졌고 질책을 당하다 참지 못해 잘 다니던 은행을 뛰쳐나오게 된다. 정처없이 걷다 오동나무가 건실하게 위치한 여관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 여관의 한 방, 테라스에서 무언가를 기름버너에 올리고 끓이는 태정을 만난다. 두 사람은 그렇게 도피를 시작한다. 애초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끝도 없이 도망을 치는 태정의 방에 매료된 이금은 시간의 흐름 따위는 잊고 한참을 보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영혼이 닮아있다는 것을 안다. 마치 쌍둥이처럼, 데칼코마니처럼. 불현듯 탈출해버린 이금은 자신에게 한없이 다정한 휘종의 도움을 받고 데이트를 하게 되어 엉겁결에 프로포즈까지 받게 된다. 이금은 지겨운 현실에서 도망치듯,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도피로 이번에는 휘종과의 결혼을 선택한다. 수도 없이 가득 찬 고급 옷과 푹신한 침대, 맛있는 식사를 매끼 챙길 수 있는 집에 살지만 이금은 때때로 권태롭다. 이금은 계속해서 '숨어있기 좋은 방'을 갈망한다.



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편안한 얼굴이었다. 이 남자가 늙으면 어떤 얼굴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야위고 작은 담담한 표정의 늙은 남자.

p 159

이금과 태정은 서로의 닮은 점에 치를 떨며 또 사랑에 빠진다. 문득 이금은 태정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지없이 그 생각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태정의 모습이다. 너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금은 기대하지 않는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나와 닮은 사람에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 전에도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나와 같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힘든 일일 것이다. 혹은,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서 편할까?

처음에는 이금을 보며 마음이 복잡했다. 외로운 것도 권태로운 것도 알겠고 여러 환경이 몰아치는 것도 알겠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계속 읽다보니 그런 것조차 오만한 평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흘러가는 인생이 버겁고 버거워서 고여버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정작 나부터도 툭하면 고여버리던 것이 떠올랐다. 더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한기까지 느껴지는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책장을 덮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 걷다보면 이금, 태정과 스쳐갈 것만 같은 기분. 두 사람이 다정히 손을 잡고 걷던 어느 날의 뒷모습을 내가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숨어있기 좋은 방을 찾는 이금은 그 방을 찾았을까? 사주를 볼 때마다 서른이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던 이금은, 사랑을 찾고 술술 풀리는 인생을 일궜을까? 그건 이 책을 읽어야 가닥을 잡을 수 있을 질문이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장편소설 #신이현 #숨어있기좋은방

#넥서스 #앤드 #소설추천 #현대소설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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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기 좋은 방
신이현 지음 / &(앤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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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마음 한 켠에 있을 이금과 태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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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러브 안전가옥 앤솔로지 7
표국청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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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에서 신작이 나왔다.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제목, New Love라는 두 단어를 달고. 메가박스와 합작하여 공모전을 진행한 뒤 선정된 다섯 작품을 실은 앤솔로지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나 또한 이 공모전에 공모한 바 있다. 당연히 똑 떨어졌으나, 오랜 시간 머릿속에 구상만 하고 중반부까지 가보지도 못했던 소재를 끝맺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뿌듯한 작업물이었다. 좋아하는 출판사 공모전이라 떨어진 게 속 쓰리긴 했지만... 발판 삼아 언젠가는 꼭 안전가옥의 크루가 되리라 열의를 불태웠더랬다. 다섯 편은 각자 다른 사랑에 대한 정의를 선보였다. 이런 소재를 생각하다니! <인간의 얼굴> 속 서희가 표정을 훔쳤듯 나 또한 그들의 아이디어를 훔치고싶을 정도였다.



코로나 때문인지 나이를 먹었다는 반증인지 사랑에 대해 무뎌진 지 조금 된 것 같다. 실제로 공모전에 참가하려 글을 쓸 때에 꽤나 애를 먹었다. 사랑이 뭐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뭐지?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형태지? 고민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냈으니 될 거라는 생각도 별로 안 했다. 호기심과 질투심으로 받아든 <뉴 러브>에서는 오랜만에 풋풋한 애정을 엿보기도 했고, 희생적이거나 파괴적인 사랑의 형태를 보기도 했다. 그 중 황모과 작가의 <나의 새로운 바다로>에 나온 앵지와 벨카의 관계가 너무 귀여웠다. 인공지능 벨루가라는 소재가 신선하기도 했다. 채린이에게 빌려놓고 아직 읽지 않은 황모과 작가의 단편집이 있는데 얼른 읽고 반납해야겠다...(급 참회) 오랜만에 풋풋한 감정을 다룬 글을 읽으니 누군가에게 철없이 푹 빠지던 것이 그립기도 했다. 이래놓고 또 금세 좋은 사람은 없어, 하며 투덜거리겠지만.

가장 좋았던 건 하승민 작가의 <사람의 얼굴>이었다. 첫 문장부터 확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주인공 서희가 너무 특이해서 게걸스럽게 읽었다.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짐작이 안 되었다. 無에 가깝던 서희가 타인의 표정을 훔치며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과정이 불안하면서도 궁금했다. 이 책을 다 읽고 거울을 보았더니 얼굴이 달라 보였다. 웃을 때 입술 옆에 보조개도 아닌 것이 옴폭 패이는구나, 눈가에 깊은 주름이 생겨 예전보다 눈매가 길어 보이는구나, 콧망울이 퍽 동그랗구나, 이제 보니 콧볼이 그렇게 넓진 않은데? 등등. 내가 서희를 만나게 되면 서희는 내게서 훔치고 싶은 표정을 찾아낼까? 괜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오랜만에 사랑이 과다한(?) 책을 읽고 나니 다시 사랑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사랑에 대한 정의를 끝내지는 못했지만, 한없이 다양한 사랑의 유형을 파헤쳐 탐나는 글을 쓰고 싶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고, 이럴 바엔 혼자 살지 다짐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럼에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사랑이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장르소설 #뉴러브 #안전가옥 #앤솔로지

#안전가옥공모전 #표국청 #황모과 #안영선 #하승민 #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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