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왠지 그리운 이름이다. 2년 전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던 첫 번째 혼자 여행의 장소였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에서 돌아오고도 한동안은 제주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올해 <알쓸신잡>에 재미를 붙이게 되어 찾아 보다가 제주도 편에서 '4.3'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 알게 된 역사라 코끝이 시큰했다. 동시에 죄스러움이 밀려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바다 너무 예쁘다! 밥 너무 맛있다! 만 외치던 철 없는 외지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창피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단순히 제주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길 닿고 눈길 닿는 곳에 서린 신화와 역사까지 소개되어 있다고 해서. 특히 제주 동쪽은 내가 좋아하는 동네라, 책장을 넘기며 어찌나 설레던지. 가장 좋아하는 해변인 함덕 서우봉 해변이 눈 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2016년에는 친구와 여행을 다니다 버스에서 잘못 내려 남흘동이라는 동네에 간 적이 있다.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름이 생각난다 ㅋㅋ) 다행히 둘 다 그런 것에 주눅들지 않는 성격이라서 한가롭게 동네를 구경하며 동네 강아지를 따라 길을 걷다가 문득 정신 차리고 지도 어플을 켜서 김녕 성세기 해변으로 갔다. 그 근처에는 해녀박물관이 있었는데, 우와 하면서 프롬의 '그녀의 바다'를 들었던 기억도 난다. 잘 어울리는 선곡이야! 하며 바람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다녔더랬다.
그때는 해녀 박물관에 들어가보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꼭 그 곳에 다시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녀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추운 계절 기꺼이 바다에 나섰다는 것도, 평화로운 행진으로 항일 운동을 했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꾸 인류애가 바닥나 가슴이 황량해지는 기분이었는데 구역 싸움을 하던 해녀들도 서로 한 발 양보하여 '학교바당'을 만들어 물질을 했다는 말에 힐링이 됐다. 그뿐 아니라 자맥질이 서툰 해녀들을 위해 상급 해녀들이 수확물을 나누어주는 바위가 있다는 사실도, 일부러 해녀의 급을 나눈 이유가 애기잠녀 등을 배려하는 것이라는 것도, 그 연대가 괜히 코끝을 시큰하게 했다.
작가는 말한다. '관광이라는 프레임만으로 제주를 본다면 아름다운 풍광의 속살을 제대로 살피지 못할 확률이 높다', 라고.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것만이 아닌, 비밀리에 숨겨 둔 상처까지 살펴 보는 여행을. 그리고 내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그것들을 글로 담아 나와 같은 사람을 또 만들어낼 수 있기를.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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