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 라이프
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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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 지 벌써 6년 차다. 그 경력이 무색하게도, 나는 내 생활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 다들 어떻게 제때 집을 치우고, 꾸준히 밥을 해 먹고, 필요한 것을 사다 채우고, 쓸모 없는 것은 처분하는 것일까? 혼자 살림을 꾸려나간다는 것, 1인 가구의 가장으로 산다는 것은 단지 생활비를 벌어 낼 수 있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반쪽짜리 가장인 셈이다. 동시에 내게 집안일을 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예를 들어, 이 현실이 게임이라면 오로지 '바깥일'에만 스탯을 몰빵한 게임 캐릭터인 셈이다.




남들은 눈치껏 잘 하는 것 같은 퀘스트를 뒤늦게 깨 볼까 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단순히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자, 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법, 필요 없는 물건에 정을 떼는 법, 건강하지 못한 관계들을 정리하는 법, 마음이 어지러울 때 가장 먼저 어지러워지는 집안의 모습 등이 적혀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특히 지극한 맥시멀리스트로 살아 와서(뭘 해야할 지 몰라서 일단 사서 쟁여둠) 갑자기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하는건지 혼란했었는데, '내가 좋으면 좋은 것'이라고 말해 주는 든든한 언니 같은 느낌이었다. 집이 어지러우니 집에 돌아왔을 때 오로지 침대에만 콕 박혀 침잠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곧 크게 한 번 치우고 사둔 채 방치한 아이템들로 나름 꾸며볼 생각이다. 지금 집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지만, 그만큼이라도 정을 붙이고 내가 애정하는 공간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한 번쯤 살아보기 위하여. 그리고 그것이 혼자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의 시작점이 될 것 같다.


다니고 있는 직장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모임을 꾸준히 하느라 정말 바빴다. 요즘은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줄이고(너무 줄인 것 같아 부업을 알아봐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고요한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구입하는 버릇이 어디에서 오는지, 집을 아늑하게 느끼면 덜 불안하고 덜 무기력할 건지 나 자신과 대화해야겠다.

우리를 둘러싼 것은 이미 복잡하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심플하게 살기로!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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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 라이프
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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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것은 이미 복잡하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심플하게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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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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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무용론이라는 다섯 글자가 얼마나 내 신경을 긁어대는지. 잊어버릴 쯤 등장해서 성질나게 하고 또 잠잠해진다. 경찰만이 아니라 여성은 사회 전반적으로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경찰처럼 '험한 일'을 하게 되면 기사도적인 정당성까지 부여돼 더 그러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 그 편견을 돌파한 형사가 있다. 그는 엉겁결에 형사가 되었으나 있는 힘껏 본분을 다 했다. 신창원, 정남규 수사를 이끌어갔다는 띠지를 보고 놀랐던 건 내가 수사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도 그의 이름 석 자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랑 장난 쳐?

읽다 보니 알았다. 그가 일부러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신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게 망설여진다고 했는데, 그 마음이 조금 이해될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아마도 평생을) 자신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에 대한 죄책감이 더 크다고 했다. 이것이 진짜 직업 윤리겠구나. 누군가는 이렇게 진실로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구나. 경외감이 들었다.




여성 형사가 쓴 에세이라기에 읽어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나이 상 결혼을 해서 일반적인 삶(?)을 산다면 별로 궁금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던 차에, 그가 제주에 책방 겸 서재를 운영하면서 후배 형사와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꿈꾸는 삶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 당장 이 책을 읽어야 했다.

단언하자면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술술 읽히는 맛이 있기에 재미라고 명명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그는 여자 형사라서 느꼈던 한계나 여자 형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을 담담히 적는다. 모 다큐멘터리에서 본, 강력 범죄를 해결해 큰 건을 올렸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있던 형사들의 얼굴이 스쳤다. 그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편견을 한 꺼풀 덧씌웠는데 그들의 얼굴 구석구석을 아무리 보아도 구해내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범죄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누가 봐도 나쁜 인간에게 정의롭게 처벌하기 위한 경찰이 괜찮은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 생각에 변화가 없고, 직업마다 마땅히 지키고 따라야 할 직업윤리의 측면에서 경찰은 단지 처벌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누구보다도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고 피해자에게 공감해 주어야지, 쉽게 판단해버리는 자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들이 내 안전을 틀어쥐고 있다는 사실이 내심 불안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은 경찰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누군가는 직업 윤리를 단단히 지키며 피해자들을 보듬고, 가해자 또한 인간임을 잊지 않으면서도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무엇보다도, 깊은 우울로 피곤한 일상을 보내던 나에게 그는 "이 순간만은 살아 있자"고 말을 걸어 주었다. 사선을 넘나들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 인생 선배가 주는 조언이라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내 글에 온전히 집중하는 진짜 꿈을 이루면 제주 여행을 길게 떠나야겠다. 반드시 이 서점에 들러 그를 만나고, 덕분에 조금 더 꿋꿋해졌노라고 말해야겠다.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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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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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렇게 진실로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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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민지형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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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생각한다. 도저히 부끄러운 과거의 일들을, 절대로 흘려보낼 수 없는 상처들을 잊을 수 있게 된다면 나는 망각을 선택할까? 가끔은 잊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고민의 끝에서는 결국 내가 잊고 싶어하지 않을 것을 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끌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재이'라는 여성이 있다. 그는 부잣집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여러 불편한 상황들도 초연하게 넘기는 노련한 사람이다. 어느 날 그가 일하는 집의 사장이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라는 기계를 사 온다. 사장과 함께 광고를 봤기에 그것의 가격과 정체를 알고 있는 재이는 사장이 인생의 어떤 부분을 돌이켜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재이는 젊은 20대 여성이며,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위협적으로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들이 보기보다는 똑똑하므로, 재이는 주인집의 비밀을 찾아내는 일을 즐긴다. 어느 날 재이는 기회를 노려 사장의 '라이프 랜드스케이프' 기록을 찾아보는데, 이후 사장이 출장을 가게 되자 어딘가 이상한 사모의 행동을 보게 된다. 사모 또한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하는 것을 알게 되어 재이는 그의 기록도 살펴보고, 그 이후 재이는 점점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

 

 

처음부터 재이라는 캐릭터에게 왠지 모를 매력을 느껴 빠져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결말까지 망설임 없이 달려가게 됐다. 낯설면서도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소재가 등장하더니만 지극히 현실적인 흐름이 보였다. 언제나 선량한 의도로 만든 기술의 발전은 누군가의 손을 타며 변질된다. '라이프 랜드스케이프' 또한 그랬다. 다크웹을 통해 성범죄자들의 기억이 비싼 값에 팔리면서 피해자들은 참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냥 영상을 넘어 감각까지 공유된다고?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일 테다.

재이로 인해 변화하는 리사라는 캐릭터 또한 매력적이면서도 답답했다. 그는 호라이즌이라는 기업의 뒤를 잇고 싶어하는 딸이다. 가정폭력과 무시에 시달리면서도 끝끝내 기업의 대표 자리에 앉고 싶다. 그래서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발명했고, 아버지 노아의 부당한 요구도 전부 이행했다. 그런 리사에게 유일한 오점이 생겼는데 그게 바로 재이였다. 리사를 보기 좋게 속여 넘긴 재이는 어느 날 다시 리사 앞에 나타나고, 리사는 결국 무너진다. 재이 또한 리사를 위해 처음으로 목숨을 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변한 것이다. 그들이 변하게 된 변곡점이 무엇이었는지, 실은 그게 중요하다.

재이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가 있다. 툴툴대면서도 결국 재이가 위험해질 때면 반드시 달려오는 시안. 리사는 그런 둘의 관계에 생전 처음 호기심을 느끼고, 신기해한다. 가족에게조차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도통 믿을 수 없다. 책을 읽는 내내 현실의 고달픔 때문에 온갖 불합리를 무던하게 넘기게 된 재이가, 감정을 거세당한 듯 허망한 목표를 쥐려 달리는 리사가, 어떻게든 자신과 관련 없는 타인을 돕고자 동분서주하는 시안이, 텅 빈 눈으로 재이를 보다가 사라져 버리던 나리가, 전부 내 주위에 살아 숨쉬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그러할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그들은 내 곁에서 숨을 쉬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차마 알지 못했을 뿐.

리사가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심히 안도했다. 작품 속 여성들이 한없이 약하면서도 또 한없이 강해져서 다행이었다. 망가지는 대신 망가트리는 선택을 해서 다행이었다. 단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했다. 망가지느니, 망가트려야지.

책을 덮은 순간 책의 제목이 달리 보였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남긴다. 망각하지 마라. 반드시 기억하되, 힘없이 무너지지 마라.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한국소설 #장르소설 #망각하는자에게축복을 #민지형 #안전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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