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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이야기 - 춤과 반려동물과 패션을 금지해도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아
깊은굴쥐 지음 / 왼쪽주머니 / 2021년 7월
평점 :
나는 원래 이런 저런 문화 생활을, 다양하게 접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릴 때는 만화책을 금지당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아마도 부모님의 고정 관념 탓이었던 것 같은데, 나 또한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만화책으로는 학습적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고로 시간 낭비의 취미라고. (어릴 때 독서를 좋아해서 공부 시간에 몰래 책상 밑으로 독서하다가 금지당한 전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화나 책이나 공부에 도움 안 된다고 금지당할거면 그냥 둘 다 해도 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곧 웹툰의 자발적 노예가 되어 요일마다 보는 웹툰을 정해두고 매일같이 어플리케이션을 들락거리게 되었다.
스무 살에 연재를 시작하여 본 <치즈인더트랩>이 내가 대학을 졸업한 스물 다섯에 완결을 내었다는 사실은 공교롭다. 유정 같은 선배도 없었고 홍설 같은 동기도 없었으나 왠지 대학 시절을 치인트와 함께 한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손민수, 박상철, 오영곤 등 지나보니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만화는 나를 웃기고 울리고 가끔은 먹먹한 마음에 밤을 새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작가1의 <탈코일기>, <B의 일기>는 내 침대 옆 책장에 자리를 튼 채 단순히 책, 만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되었다. 자연스레 만화에 관해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고정관념은 자취를 감추었고, 나는 더욱 활발히 만화를 소비하고 곁에 두었다.
초등학생 때 학원에 63권 풀세트로 구비되어 있던 <삼국지> 이후로 역사 만화는 처음 읽어 보았다. 아무래도 좀 지루하겠지 하던 걱정과는 달리 너무 귀여운 수녀님들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종교에 귀의하여 성스럽고 정적일 거라고 생각한 수녀님들의 사연은 각자 다양했는데, 그 시절에는 아무래도 여성의 최대 목표이자 덕목이 결혼일 수밖에 없었으니 재산을 물려줄 형제를 줄이기 위한다거나 결혼이 성사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수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3부에서는 이디스라는 아그네스 원장 수녀님의 동생을 위한 신부수업이 진행되는데 수녀님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살려 이디스의 결혼 준비를 돕는다. 오로지 로맨스 소설로 신부 수업을 해온 이디스에게 현실 감각을 집어 넣어주기 위해 불꽃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수녀님들. 보다 보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특히 남편에게 생길 수 있는 사건사고를 대비하여 부인이 남편의 일을 도맡아 처리할 수 있게 부부가 한 팀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남편이 영주라면 부인은 영주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장원이 잘 돌아갈 수 있게끔 행정적인 처리는 물론, 사람들을 돌보는 등의 온갖 업무에 능통해야 했다. 남편이 목수나 대장장이라면 부인은 남편의 후계자가 될 제자들을 기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되어야 했다. 남편이 왕이어도 마찬가지. 왕비는 왕이 침략 전쟁을 몇 년씩 나가더라도 나라가 잘 버틸 수 있게 국정 전반을 이끄는 엘리트여야 했다. 이 대목에서 어찌나 띵하던지. 몇 년 씩 떠나 영토를 넓히는 왕들의 업적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 사이 나라를 든든히 지킨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소설, 만화 등 주로 스토리 위주의 독서를 하다 에세이와 시집은 물론, 정치, 심리, 사회 등의 전문 분야 서적으로도 독서 영역을 넓히는 중인데 솔직히 쉽지가 않다. 몇 번을 연거푸 같은 곳을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무엇보다도 자주 졸리다. 아마 이 책처럼 만화로 해당 분야를 읽으면 비교적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또한 만화의 순기능일 것이다. 귀엽고 유쾌한 수녀님들 덕에 즐거운 역사 수업을 듣는 듯한 시간이었다.
해당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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