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호랑이
정석호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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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턴가 호랑이를 무척 좋아했는데, 아마도 그들의 강인함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정확히 시기를 꼽을 수 없는 그 언제부터 나는 강인해지고 싶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흔들리면서, 나를 스치고가는 바람에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나는 늘 내가 보란 듯이 버티어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인생은 쉬이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나는 호랑이보다는 고양이에 가까운 기세로 버텨 왔다.

때마침 다가오는 2022년이 호랑이의 해라고 해서 반가웠다. 호랑이에 관련된 물품들도 쏟아져 나와서 즐거웠다. 수묵화 그림체로 호랑이의 성장을 담담히 그려낸 그래픽 노블 <불멸의 호랑이>도 2022년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었다. 하얀 눈 속에서 태어난 것만 같은 백호가 주인공이라니. 백호 애호가(?)는 안 볼 이유가 없다.



사실 그림을 감상할 목적으로 폈던 책이라서 첫 장에서 이 글을 읽고 나도 모르게 조금 울었다. 요즘 마음이 좀 버거웠는지? "호랑이의 용맹한 눈빛은 굳은 마음의 심지로부터 나오기에 내면의 힘을 믿는 존재에게는 반드시 나아갈 길이 있다."는 문장이 특히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이미 이 책에 대해 잔뜩 열린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나는 백호가 꿋꿋하게 살아남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백호는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

백호를 휘청하게 하는 것은 모두 작은 자갈뿐이었다.

백호는 자신의 길에 놓여 있는 모든 자갈들을 밟고 나서야

큰 산을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p 51

사실 퇴사한 이후 여러 번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한 데는 스스로의 나약함에 대한 매서운 질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그런 것을 버티지 못한 나 자신을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바쁘게 보내려고 서두르다가 또 가끔은 제동이 걸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여러 날이 갔다. 전에는 타인의 질책이 두려워 몸을 옹송그렸는데, 이제는 스스로가 퍼붓는 힐난이 가장 두렵다. 옹송그려봐야 결코 피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큰 자갈 혹은 작은 바위에 걸려 넘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발에 연신 채이는 자갈들을 밟다 보면 어느 샌가 큰 산을 넘어 지평선이 드넓게 펼쳐진 어딘가에 닿을 것이라고.

불곰에게 소중한 가족들을 모두 빼앗긴 조그마한 백호가 기어이 끈질기게 살아 남아 호보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2021년을 마무리하고 2022년을 맞이하는 지금, 이 책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래픽노블 #불멸의호랑이 #정석호 #마음의숲 #임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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