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호세 홈스 그림, 김수진 옮김, 스티그 라르손 원작, 실뱅 룅베르그 각색 / 책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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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서평에서도 썼다시피 나는 만화책을 그다지 많이 보고 자라지는 못했는데, 그 대신 애니메이션 영화만큼은 원없이 보았다. 현재는 쇠퇴해버린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디즈니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거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공할 때에 디즈니와 지브리의 2D 애니메이션 영화를 찾아 본다. 다만 그들이 나의 만화관(?)의 폭을 좁게 만들어둔 건 아쉽다. 성인이 되어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다소 투박한 그림체의 캐릭터들을 보며 당황한 기억이 난다. 내게 만화란 당연히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것이었는데 (굳이 예외를 찾자면 노틀담의 꼽추 정도? 그나마도 에스메랄다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뒤늦게 그 또한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된 셈이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들이 유행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만화 카페를 애용하게 되었는데 그럴 때면 흔히 접하기 힘든 작품을 읽어야 왠지 시간을 알차게 쓴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끔 마블 만화책을 읽었다. 그나마도 너무나 방대하고 어마어마한 양에 질려 관심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몇 권 정도나 얕게 발을 들인 정도였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됐다. 책이 워낙 유명해서 한 번 읽어보아야지 하던 참에 만화로 출간됐다고? 이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 또한 투박한 그림체를 자랑하는 덕에 가끔 당황하긴 했지만(민망한? 내용을 은유하는 장면이 조금 적나라함ㅋㅋㅋ).



정의로운 기사를 써서 유명해진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책의 포문을 연다. 그는 분명 정의를 위해 강자에게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드는 사람이지만 개인적인 윤리의식은 의문인 인물이다. 또 표지에서 그보다 훨씬 강렬하고 크게 자리를 차지한 리스베트가 있다. 그는 천재 해커인 동시에 간악한 강자들에게 휘둘리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영웅답게 고결하지 않은 결점투성이의 인간이라는 것, 강자에게서 착취당하는 약자라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아름다운 외모를 뽐내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은 영민한 머리를 바탕으로 한 기지로 먼 옛날에 벌어진 실종 사건을 해결한다.

두 사람 중 단연 마음에 드는 인물은 리스베트였다. 그는 거침없는 스크래치를 넣은 투블럭 헤어에 시종일관 인상을 쓰고 다닌다. 살가운 애정표현을 하는 것엔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을 짓밟으려 드는 강자에게는 반드시 복수한다. 그 복수란 혹자의 눈에 굳이 그렇게까지..? 싶을 정도의 수위를 지닌다. 너무 잔혹한가 싶은 그 복수가 마음에 쏙 들었다. 어쩌면 비현실에서 대리 만족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소올직히 미카엘이 인기 많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주인공 버프가 아닐까? 생각했음. 농담이고, 아무래도 우리가 현실에서도 유니콘을 쫓게 되는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일 거라 생각했다. 거대한 사회의 단면을 보듯이 이 책 속에서도 한쪽에서는 여성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이 나오고 한쪽에서는 미카엘의 보기 드문 정의감과 '남성성'에 이끌리는 여성들이 나온다.

아무래도 만화 장르다보니 완독하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순식간에 가상의 세계에 빠졌다 현실로 돌아온 느낌을 주었다. 동시에 다음 권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효과까지. 1권은 운이 좋아 구해 읽었지만 아마도 2권은 직접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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