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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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오가와 이토는 음식을 맛나게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로 기억한다. 작가의 맛 표현력은 탁월하다 할 정도로 과정까지 섬세하게 잘 보여준다. 그런 작가가 동화를 썼다.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그렇게 멋진 작품은 아니다. 어찌 보면 어느 정도 글 솜씨가 있는 작가라면 누구나 쓸 것 같은 평범함이 있는 작가 같았다. 그렇지만 간단하게 이토의 글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이테가 있거든"
"나이테?"
"그래.
우리 나무는 내내 같은 곳에서 살아.
언제나 보고 있어.
그걸 잊지 않고 기억해 두는 게 우리 역할이란다."
"굉장한데요.
난 금세 잊어 버리는데."
"하지만 그 대신 너희한테는 날개가 있지.
생명체는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어.
그걸 완수하는게 인생인 거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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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부엌
우노 아오이 지음, 김현화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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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많이 나오는 일본 소설이다. 제목으로 혹평을 했는데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총 4명의 인원과 4개의 단편 스토리가 이어지는 연작 단편소설이다. 음식 이야기를 할 때 나름 음식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음식을 이야기하는 많은 작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런 것이 없다. 무슨 의도로 저렇게 음식 표현을 했을까 하고 눈이 찌푸려졌다.

음식에 대한 표현을 볼 때 최소한 먹고 싶다 혹은 궁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요리는 뭘까? 만드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듯하네 이 정도로 섬세한 표현을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하고. 작가 중 오가와 이토라는 작가가 참 그런 표현을 잘했다. 또 몇 작가들이 있었는데 주로 일본 작가들이 그런 표현을 참 잘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성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을 치유한다는 그런 주제를 위해 쓸데없는 조리 표현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음식을 장만하는 표현을 보면서 혐오감 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아무거나 막 집어넣으면 된다고 하는 그런 황당한 콘셉트는 뭘까. 심지어 맛있다는 표현에서 소설적 과장이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가 되었든 별로였다.

"일이나 가족을 위해서는 정성을 들이고 자신에게는 정성을들이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마코토 씨가 1엔의 가치도 없는 벽의 얼룩 이하에 스웨터 보풀보다 뒤떨어지는 존재라서인가요?"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발끈해서 거친 목소리가 나왔다.
"내가 한 말 아니에요."
"방금 말했잖아요!"
"마코토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리 말하는 것처럼 들려요. 저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제가 가진 자원을 무한으로 제공할 거예요. 돈도 시간도 노력도 유한하지만요."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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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사구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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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단편 소설을 재미있게 구성했다. 이 책은 재미있네 이 이야기 외에 딱히 할 말은 없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딱 그 정도로만 볼만하다. 오히려 드라마로 나와 영상미가 더해지면 좋을법한 소재가 아닐까 한다. 앉은자리에서 잠깐 시간을 투자하니 금방 다 읽었다. 머리 복잡할 때 읽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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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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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하면 늘 사람이 죽기 때문에 유머 코드를 심기 어렵다. 그나마 소설 아닌 만화에 유머 코드를 넣는 정도고 소설에는 잘 넣지 않는다. 간단한 유머 정도는 넣지만 전반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유머러스하지 못하다. 당연하겠다고 하는 게 내용이 도저히 유쾌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웃기게 한다면 생명 경시의 소설이라 비난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칭찬할 만하다 하겠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명 경시 혹은 소설이 가벼운 모습을 유지하지 않는다. 김전일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한결같이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그것도 탐정 추리소설이라는 근본은 유지한다. 적절하게 잘 조절한 셈이다. 아무도 이 책을 보면서 생명을 경시 여기고 추리 소설을 가볍게 썼단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거대한 섬을 밀실 삼아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밀실 살인은 흔한 소재라 섬을 무대로 하여 글을 썼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떠올랐다. 그녀의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반면에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러스하다. 그렇다고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언제 사람이 죽는다는 그런 숨 막힌 긴장감이 아닌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라 할까?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이렇게 유머러스한 추리소설이라 하여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홀로 남겨진 꼴이 된 게이스케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허리를 깊숙이 숙여 탐정과 변호사에게 사과했다. "볼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탐정님을 두고 구경꾼이라느니, 하이에나라니, 동생이 몹시 실례되는 말을......"
‘아니, 아니, ‘구경꾼‘과 ‘하이에나‘는 게이스케 씨가 한 말이잖아? 유코 씨는 그렇게까지 심한 말은 안했는데?
그런 생각에 사야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탐정은 방금까지오갔던 대화를 듣고 문득 현실을 인식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확실히 유코 씨 말씀이 옳습니다. 제게 이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의뢰한 사람은 없죠. 즉, 진실을 밝혀 본들 땡전 한 푼 안나오는 거야!"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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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여름이 닿을 때
봄비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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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 가장 큰 주제는 저거다.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바뀐다와 바뀌지 않는다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그럼 이 책은 어떻게 결말이 날까?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그 질문의 답을 쓸 수는 없다. 모든 타임슬립을 주제로 하는 책은 저 큰 줄기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저 명제를 결정하지 않고 가진 못한다.

사람은 살면서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 저때로 돌아가서 다시 결정할 수 있다면 다른 결정을 했을 텐데 하는 후회 말이다. 사실 나는 없다. 굉장히 이성적인 답일 수 있는데.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정보를 알고 있다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는 것에 다른 이견이 없기에 그럴 것이다. 답을 다 알고 있다면 아쉽겠지만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정보를 모른다면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그럼 정보를 알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결정을 할까? 그 질문에도 아니오로 답할 것 같다. 미래의 일을 알고 있다면 뭐 하러 그런 결정을 할까? 그 정보로 더 좋은 이득을 취하면 되지. 결론은 미래의 정보를 안다면 다른 방법으로 써먹을 듯하다. 그럼 책의 주인공은 어떤 결정을 할까? 이 책은 좀 더 다른 이야기를 추가했다. 타임슬립이 끝날 때 생이 마감된다는 이야기. 결국 과거로 돌아가 아무리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더라도 1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1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장치.

그래서일까? 식상했다. 너무 많은 타임슬립과 너무 많은 회귀물이 쏟아지고 있는 이때 이런 타임슬립은 큰 울림이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 대충 예상되는 그런 결말에 그 예상대로 이어지는 결말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 20년 전에 나왔다면 재미있었을 텐데. 그러기에 너무 늦게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처럼 살아야지. 아이는 ‘왜 이 놀이를 해야 하는가?‘라는물음을 제기하지 않아. 그저 재미있어서 놀 뿐이지. 아이처럼 삶이라는 놀이에 빠져서 그것을 즐겨야 해. 놀다 보면 내 삶의 주인이되어 그 순간을, 그 인생을 사랑하게 되지. 아모르파티에서 ‘아모르‘가 ‘사랑‘이란 뜻이거든.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최고의 삶이야."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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