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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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하면 늘 사람이 죽기 때문에 유머 코드를 심기 어렵다. 그나마 소설 아닌 만화에 유머 코드를 넣는 정도고 소설에는 잘 넣지 않는다. 간단한 유머 정도는 넣지만 전반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유머러스하지 못하다. 당연하겠다고 하는 게 내용이 도저히 유쾌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웃기게 한다면 생명 경시의 소설이라 비난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칭찬할 만하다 하겠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명 경시 혹은 소설이 가벼운 모습을 유지하지 않는다. 김전일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한결같이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그것도 탐정 추리소설이라는 근본은 유지한다. 적절하게 잘 조절한 셈이다. 아무도 이 책을 보면서 생명을 경시 여기고 추리 소설을 가볍게 썼단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거대한 섬을 밀실 삼아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밀실 살인은 흔한 소재라 섬을 무대로 하여 글을 썼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떠올랐다. 그녀의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반면에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러스하다. 그렇다고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언제 사람이 죽는다는 그런 숨 막힌 긴장감이 아닌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라 할까?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이렇게 유머러스한 추리소설이라 하여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홀로 남겨진 꼴이 된 게이스케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허리를 깊숙이 숙여 탐정과 변호사에게 사과했다. "볼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탐정님을 두고 구경꾼이라느니, 하이에나라니, 동생이 몹시 실례되는 말을......"
‘아니, 아니, ‘구경꾼‘과 ‘하이에나‘는 게이스케 씨가 한 말이잖아? 유코 씨는 그렇게까지 심한 말은 안했는데?
그런 생각에 사야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탐정은 방금까지오갔던 대화를 듣고 문득 현실을 인식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확실히 유코 씨 말씀이 옳습니다. 제게 이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의뢰한 사람은 없죠. 즉, 진실을 밝혀 본들 땡전 한 푼 안나오는 거야!"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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