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하나가 승주의 눈길을 끌었다. 영순이 삼춘이 10대 시절에 찍은 듯한 사진. 한 젊은 청년과 나란히 동백꽃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양장을 입은 영순이 삼춘은 선이 곱고 예쁜 미녀였고 옆에 선 청년은 이목구비가 단정한 미남이었다. 사진 귀퉁이에 '48년 2월'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영순과 한호열.' 영순이 삼춘이 10대 후반 무렵이다. 아직 혼인 전이니 옆에 있는 한호열이란 젊은 남자는 분명 삼춘의 남편이 아니다. 영순이 삼춘이 10대 시절에 연애했던 남자였을까?누구이기에 이렇게 밀몽해서 감춰놨을까.
2023년 제17회 황금펜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읽어보고 싶었다. 여러가지 문학상이 존재하고, 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서 읽어보면 전부 이해나 공감이 가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상을 받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더욱 호기심이 일었던 것 같다. 수상작은 어떤 부분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는걸까?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은 수상작인 <해녀의 아들>, 우수작인 서미애 <죽일 생각은 없었어>, 김영민 <40피트 건물 괴사건>, 여실지 <꽃은 알고 있다>, 홍선주 <연모>, 홍정기 <팔각관의 비밀>, 송시우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등 여섯 편의 우수작들이 실려있다.
#해녀의 아들
<해녀의 아들>에서는 주인공인 좌승주는 경찰이지만 모처럼 휴가를 받아 집으로 왔고, 해녀인 어머니를 따라 나선다. 그 때, 팔순이 넘은 해녀 영순이 삼춘이 물질 도중에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승주의 엄마는 올이 풀려 뜯어져 있는 망사리가 하루 만에 튿어진 건 말이 안되며 영순이 삼춘은 전날 망사리를 새로 갈았다며 이 일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누군가 삼춘을 죽였으니 살인범을 잡으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사건 현장으로 향하는데...... 승주는 자신에게도 애틋하고, 각별했던 영순이 삼춘의 죽음에는 제주 4.3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역사와 미스터리를 한데 잘 섞어 놓은 느낌의 <해녀의 아들>은 수상작답게 가독성 좋고, 뒤에 이어질 내용에 대한 궁금증도 불러일으킨다. 학살과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에도 사람들은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한다. 이 작품에도 희노애락이라고 하는 '인간의 감정'과 그에 따른 '인간사'가 잘 담겨 있는 듯하다. 또 비극 속에서도 감동과 안쓰러운 감정이 동시에 묻어나서 참 희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여섯 편의 작품들도 몰입도가 높아서 추리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