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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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나가 승주의 눈길을 끌었다. 영순이 삼춘이 10대 시절에 찍은 듯한 사진. 한 젊은 청년과 나란히 동백꽃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양장을 입은 영순이 삼춘은 선이 곱고 예쁜 미녀였고 옆에 선 청년은 이목구비가 단정한 미남이었다. 사진 귀퉁이에 '48년 2월'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영순과 한호열.' 영순이 삼춘이 10대 후반 무렵이다. 아직 혼인 전이니 옆에 있는 한호열이란 젊은 남자는 분명 삼춘의 남편이 아니다. 영순이 삼춘이 10대 시절에 연애했던 남자였을까?누구이기에 이렇게 밀몽해서 감춰놨을까.

2023년 제17회 황금펜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읽어보고 싶었다. 여러가지 문학상이 존재하고, 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서 읽어보면 전부 이해나 공감이 가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상을 받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더욱 호기심이 일었던 것 같다. 수상작은 어떤 부분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는걸까?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은 수상작인 <해녀의 아들>, 우수작인 서미애 <죽일 생각은 없었어>, 김영민 <40피트 건물 괴사건>, 여실지 <꽃은 알고 있다>, 홍선주 <연모>, 홍정기 <팔각관의 비밀>, 송시우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등 여섯 편의 우수작들이 실려있다.


#해녀의 아들

<해녀의 아들>에서는 주인공인 좌승주는 경찰이지만 모처럼 휴가를 받아 집으로 왔고, 해녀인 어머니를 따라 나선다. 그 때, 팔순이 넘은 해녀 영순이 삼춘이 물질 도중에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승주의 엄마는 올이 풀려 뜯어져 있는 망사리가 하루 만에 튿어진 건 말이 안되며 영순이 삼춘은 전날 망사리를 새로 갈았다며 이 일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누군가 삼춘을 죽였으니 살인범을 잡으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사건 현장으로 향하는데...... 승주는 자신에게도 애틋하고, 각별했던 영순이 삼춘의 죽음에는 제주 4.3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역사와 미스터리를 한데 잘 섞어 놓은 느낌의 <해녀의 아들>은 수상작답게 가독성 좋고, 뒤에 이어질 내용에 대한 궁금증도 불러일으킨다. 학살과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에도 사람들은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한다. 이 작품에도 희노애락이라고 하는 '인간의 감정'과 그에 따른 '인간사'가 잘 담겨 있는 듯하다. 또 비극 속에서도 감동과 안쓰러운 감정이 동시에 묻어나서 참 희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여섯 편의 작품들도 몰입도가 높아서 추리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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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고 다 괜찮아지진 않았다
이경희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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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고 다 괜찮아지진 않았다>는 책 띠지에 "진정한 '나'를 찾으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라는 글귀가 공감이 가서 펼쳐보았다. '나'를 찾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공감이 가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을 정리해보니 잘 모르겠다. 불혹의 나이지만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내가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내면의 그림자가 작동하면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살지 못하게 된다. 일례로, 상사에게 지적받으면 과도한 긴장감 탓에 얼어붙는 사람들의 과거에는 어른에게 무섭게 혼났던 경험이 있다. "몸이 힘들었던 기억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긴다"는 어느 의사의 말에 무릎을 친 적이 있다. 마음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감정은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아서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자극을 만나면 묻어두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A와 B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B만 봐도 A가 떠오르는 식이다.

P.20 중에서

 

책은 심리 상담사이자 심리 상담사를 꿈꾸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을 하는 저자가 내 마음의 현 상태를 점검하고, 나를 알아가는 방법에 대해 여러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대수롭지 않았던 일이 갑작스럽게 떠올랐을 뿐인데,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이유를 이전에 경험에서 찾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나의 날 선 감정들이 이전 경험으로 인한 것들에 의해서라고 생각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는데, 저자는 모른 척 하고 있는 내 감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도 많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설명되지 않았던 나의 감정들을 조금 이해하게 된 부분도 있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해소되는 건 아니기에 괜찮아지지 않는 감정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유를 찾아보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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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설첫걸음 프리미엄(12개월 정기구독)
지학사(잡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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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설 첫걸음>은 잡지형태로 구성되어 월간으로 출간되고 있으며 만 5세부터 초등 3학년까지 독서 습관을 기르기에 유익한 책이다. 중학 독서평설을 접해본 적 있던터라 좀 더 어린 연령대를 대상으로 나온 독서평설이 궁금했는데, 좋은 기회에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독서평설은 '독서평설 첫걸음', '초등 독서평설', '중학 독서평설' 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역 별로 다양한 글을 싣고 있다.

둘째 아이가 초등 3학년이기에 <독서평설 첫걸음>을 더욱 유심히 읽어보게 되었는데, 연령대에 맞게 큼직한 글자와 그림이 적절하게 배치된 형태로 구성되어 일단 읽기가 수월하다. 또 '독서지능', '통합지능', 수.과학 지능', '사회지능'과 같이 영역 별로 나뉘어져 그에 맞는 글들이 적절히 매칭되어 있어서 꼼꼼히 읽는다면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고루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서평설 첫걸음 12월호>는 2,500여 개의 도서관을 세운 카네기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글이 인상깊었다. 어렸을 때 매우 가난했던 카네기는 철도 회사에서 일해 번 돈으로 산 농장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부자가 되었고, 이 돈으로 철강회사를 세운다. 그는 노인이 된 뒤 철강 회사를 팔아 기부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곳곳에 2,500여개의 도서관을 만들고, 뉴욕을 대표하는 음악 공연장인 카네기 홀을 지었다고 한다. 전 재산의 90% 이상을 기부했다고 하는 카네기 이야기를 보며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니 흥미로웠고, '카네기'의 삶 자체가 배울게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마음 키워드를 제시하고, 키워드에 맞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점이나 창작 연재 동화나 교과와 연계된 만화를 싣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랑 함께 읽으면서 여러 주제로 대화하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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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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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토피아>는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라는 부제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미스터리물일 것 같아서 덥석 읽게 된 책인데, 막상 책을 받아들고 보니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다. '크로노토피아'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용도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같은 공간이지만 낮에는 교실로, 밤에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세계로 가는 법

1.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탄다.

2. 4층-2층-6층-2층-10층 순서대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사이 아무도 타면 안 된다.

3. 5층으로 간다. 젊은 여성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1층을 누른다. 어떤 대화도 하면 안 된다.

4.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가지 않고 10층으로 올라간다. (젊은 여성은 사람이 아니다.) 9층을 지나면 거의 성공한 것이다.

5. 이세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p.10 중에서.

아홉살 소원은 집에 엄마의 손님이 오는 날이면 아파트를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던 중,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현우 형이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4층-2층-6층-2층-10층 순서대로 '이 세계'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어느날 소원은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현우 형이 말한대로 과거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엘리베이터를 매개로 과거로 타입슬롯하게 된 현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늘 배고프고 심심한 소원은 엄마에게 학대 당하면서도 그것이 학대인지 모를 만큼 어리다. 애정과 굶주림의 결핍으로 외로운 아이가 방황하면서 맨발로 서성이는 장면을 떠오르니 마음이 아려온다. 우리 사회에서 없었던 일이 아니기에.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인물을 내세워 평범함이 가져다 주는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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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쓰는 편지 : 두 번째 이야기 길 위에서 쓰는 편지 2
길 위에서 만난 승객들 지음, 명업식 엮음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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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색감과 귀여운 그림의 표지에 시선이 머무른다. 책 띠지까지 꼭 한 세트 같다. <길 위에서 쓰는 편지: 두 번째 이야기>는 승객을 위해 노트를 싣고 다니는 단 한 대의 택시 이야기이다. 택시 기사이자 저자인 '명업식 자기님'은 짧은 이동 시간이지만 승객들에게 마음 속의 말을 적어달라는 권유를 하고, 그렇게 하나, 둘씩 적히게 된 승객들의 사연과 속마음은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된다. 전작에 이어 두 번째 작이 출간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읽게 된 책이다. 잠시 머무르는 공간에서 승객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끄쩍였을지 궁금해진다.


책은 누군가와 한번쯤은 이야기 해봤음직한 평범하고도 일상의 이야기이 담겨있다. 세 살짜리 딸을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는 엄마, 미래가 불안한 취준생, 10년지기 고향 친구, 감당하기 힘든 업무와 조직 생활에 지친 공무원, 어깨가 무거운 가장, 서른에 대학교 진학을 한 만학도, 돌아가신 아빠를 그리워하는 딸이 쓴 편지, 사랑하는 연인에게 쓰는 편지...



매일 오늘은 더 나은 상태이기를, 오늘은 어제보다 나쁘지 않기를, 나의 능력이 누군가를 위해 보다 잘 발휘되기를 기도하며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이는 순간의 반복이지만,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진실한 마음으로 거짓 없이 임한다면 제 기도가 닿아 그들에게 전달될 것이라 믿습니다.

p.38 중에서.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왜 이러한 사연들을 엮고 싶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다양한 글씨체의 소유자들이 써놓은 사연은 결국 우리의 이야기였다. 꿈, 장래, 직업, 직장, 가족, 연인 등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잠시 택시 안 일기장을 뒤적거린 또 다른 승객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울고, 웃으며 감동까지 더하고 있는 200여개의 일기는 그렇게 서로를 위하며 따스한 기록으로 남아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쉼을 선사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저자의 택시에 탈 수 있기를 고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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