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미용실 - 교제 살인은 반드시 처단되어야 한다
박성신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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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거제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듣게 되었다. 교제하다가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의 말에 앙심을 품은 남자가 여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자는 사람을 때려 죽게 했다고 한다. 이미 여성을 수차례 폭행한 이력이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야 그 사람과 이별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이에서 살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가 되다니.

<로마미용실>은 1998년 여름, 무산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서른두 살의 공미조와 그녀보다 열두 살 많은 마흔네 살의 키가 크고 잘 생긴 전탁근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미조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함께 산다. 전탁근이 딸에게도 다정하고, 친절했기에 미조에겐 희망이 생겼고 둘은 깊은 사이가 되지만 머지않아 전탁근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조가 이별을 고하자 전탁근은 다른 사람이 되었고, 찬서가 보는 앞에서 미조를 칼로 찌르고 불 태워 죽인다. 그날 이후로 찬서는 엄마 같은 피해자를 만들기 싫어 순경이 되고, 엄마를 죽인 사람의 출소 예정일 가까워오자 사직서를 제출하고, 무산행 버스를 탄다. 찬서가 술을 먹다가 얼떨결에 눈 뜬 곳은 최초여성경찰서장 출신인 로라미용실 정원장이 운영하는 탐정사무실이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탐정이 되기로 마음 먹는데......

견디지 못한 민아는 나중에는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숨었다. 그는 어디든 쫓아왔다. 그녀의 실수라면 그 사람을 한순간이라도 의지했다는 것이다. 속았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게 너무 오래 걸렸다. 그게 다 그녀의 잘못 같았다. 그가 민아를 대하는 방식을 세상에서는 그루밍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p.104 중에서.

매년 이슈가 되는 교제 살인, 뉴스를 보면서 우리 딸은 무서워서 남자친구도 함부로 못 만나겠다며 혀를 찼던 기억이 떠오른다. 탐정으로 활동하면서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찬서를 보고 있자니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섬뜩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는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사건을 하나, 둘씩 해결해가는 찬서가 있어서 속시원한 부분도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읽을 만한 책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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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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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첫 힐링소설이라는 표지 글귀가 눈에 띄었는데, 더구나 <십자도 살인사건>으로 이미 만나보았던 윤자영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궁금했던 소설이다. 냉철하면서도 논리적일 것만 같은 추리작가가 쓴 따뜻한 이야기라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책을 펼쳐본다.

<라라제빵소>는 제빵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으로 주인공 안창석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대한민국 제빵 명장으로, 한 때 제빵 신이라 불릴 만큼 유명했지만 제과점 제자들의 배신으로 제빵 명장이라는 칭호를 잃게된다. 그러던 중, 배후에 제자들을 조종한 제빵 명장 스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에 화가난 창석은 술김에 주먹을 휘둘렀다가 유리창이 깨져 오른손 신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다. 빵을 만드는 제빵사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손인데, 그는 손과 함께 제빵 명장이라는 명예와 빵을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잃어버린다. 좌절한 창석은 강화도로 자신의 첫 스승님을 찾아간다. 82세의 스승님은 치매에 걸려 창석을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어느 날 멀쩡한 정신으로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장례식 이후 스승님의 손녀인 라라는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빵을 만들며 빵집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창석에게 제빵을 알려줄 것을 제안한다. 창석은 망설임 끝에 라라에게 빵 만들기를 가르치며 라라제빵소에 머무르기로 하는데......

나는 반쪽은 손라라에게, 반쪽은 진우에게 건넸다.

"맛을 봐봐."

진우가 받자마자 입에 단팥 슈크림빵을 입에 넣었다.

"우와 달아~.너무 맛있어요. 역시 아저씨는 제빵 신이에요."

진우의 어깨에 신 씨가 팔을 둘렀다.

"저도 너무 맛있습니다. 아버와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요. 아들과 이런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심장이 왜 자꾸 울렁거리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스승님이 말하는 사람을 살리는 빵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빵으로 추억을 찾아주고, 아픔을 치료하는 빵 말이다.

p.143 중에서.


작품에서는 명예을 비롯하여 빵 만드는 능력 등 많은 것을 가졌던 창석이라는 인물이 믿음의 단절로 인해 시련을 겪게 되지만 타인과의 믿음을 기반으로 다시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하고, 그야말로 진짜 제빵 장인이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늘 그렇듯 주인공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제법 감동적이고, 또 소중한 교훈을 남긴다. 따뜻한 이야기는 마음을 데우는 역할도 하는데, <라라제빵소>는 꼭 그런 이야기여서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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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이 하고 싶은 말 - 심리학자이자 아동문학가가 들려주는
패트리시아 페르난데스 비에베라흐 지음, 타니아 레시오 그림, 김영옥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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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타조는 자기가 한 일을 후회하고 있어요. 작은 새가 놀림을 받을 때 모른 척 했거든요. '하지마!'라고 말할 수도 있었는데 타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자코 있었어요. 아무도 모를 수 있지만 나 자신은 알아요. 죄책감이 머리를 짓눌러요. 도무지 아무 것도 집중할 수가 없어요. 타조는 용기를 내 작은 새를 찾아가요.

"미안해, 널 돕지 못했어. 많이 속상했지?"

죄책감은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돕는 마음의 경고등이에요.

기억해요. 우리는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멋진 거예요.

패트리시아 페르난데스 비에베라흐의 <내 감정이 하고 싶은 말>. 따뜻한 책 표지에 끌렸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 같아서 더욱 끌렸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을 찬찬히 읽어본다. 책은 그리움, 기쁨, 질투, 사랑, 화, 공감, 죄책감, 믿음, 쑥스러움, 안심, 불안 등 20개의 다양한 감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왼쪽 면에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감정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오른쪽 면에는 그 감정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다.

우리의 마음에는 수 많은 감정들이 공존하는데, 생각해보면 그 감정에 대해서 혹은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저 어떤 상황은 당연히 슬픈거고, 슬픈 감정은 이런거구나."라고 현상 자체에 주목하며 살았는데, 책을 통해 좀 더 깊이있게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특히 자존감은 "내가 믿는 내 모습"이라는 문장과 좌절감에 대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모두 배우는 중이며 배울 때는 실수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이 인상 깊다. 깊게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인데, 자존감은 일반적으로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이기도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믿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자신감도 떨어지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건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 여지껏 잘해왔고 잘하고 있으니 내가 나를 좀 더 믿어주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죽지 말고,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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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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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희미했던 기억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좋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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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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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불편한 편의점 1, 2를 읽고,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김호연 작가의 신간 출판 소식을 들었다. 이유 불문하고,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었다"는 표지 속 글귀가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어느새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고, 젊었지만 불안정했던 시절을 지나 그 때보단 안정적이지만 한창 때같던 열정이나 체력은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라 책이 더욱 공감가고, 와닿았던 것 같다.

외주 프로덕션 6년차 피디인 주인공 솔은 자신이 기획하여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은 프로그램에서 잘리고, 좌절한 채 고향으로 내려온다. 마냥 놀고 먹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기에 직접 기획하여 촬영한 것들을 유트브에 올리기로 마음먹는다. 촬영 소재를 찾던 도중에 어린시절 추억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비디오 가게 '돈키호테'자리에 카페가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비디오 가게 주인이었던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을 만나게 된다. 3년 전, 돈 아저씨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솔은 자신의 성장에 아저씨와 비디오 가게에서의 추억이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아저씨를 찾는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책을 읽다보니 책과 만화책을 함께 대여했던 '명화마을'이라는 우리 동네 비디오가게가 떠올랐다. 친구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곳인데, 한번은 친구 부모님이 외출하셨을 때 가게로 초대받아 친구들과 단체로 비디오 관람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고, 어른과 함께 동행했을 경우에는 18세 이상 관람가의 비디오를 빌리는게 가능 해서 아빠 찬스로 못 봤던 유명한(?) 영화를 빌려보기도 했었다. 지나온 날들이지만 그 때 봤던 영화와 만화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가슴 한 켠이 찡하기도 했다. 십 대 때, 만들어진 나의 감성에 꽤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김호연 작가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거나 마음 한 켠에 있는 애처로운 감정을 잘 이끌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향수에 젖어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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