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터 -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서보현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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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debater)는 격식을 갖춰 논의, 논쟁, 변론, 토론(debate)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9살때 호주로 이민을 간 작가는 언어적·문화적 장벽에 부딪히며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왔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상하고,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무심한 미소로 잠자코 '예스, 오케이'를 외치는 방법까지 시도해 본 후에야 긍정적인 태도를 활용하는 법을 찾는데가지 이르렀다. 자신의 유년기를 지배할 리듬을 비로소 찾은것은 학교 토론팀에 들어가게 되면이다. 호주 생활 2년차로 제법 익숙해진 5학년 무렵,  '반대'가 '불화'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 '좋은 논쟁'거리를 찾아 '좋은 반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에 더 귀기울여 존중하는 이 '소통' 행위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작가는 지역 토론대회 우승으로 호주 대표로 세계학생토론대회(WSDC)에서 우승한 이력에, 하버드대 상위 1%학생으로 세계대학생토론대회(WUDC) 재참가하여 다시 우승하게 되는 이력을 덧붙인다. 

한국인 최초 8'베스트 스피커(best speaker)' '인 그가 남긴 이 토론 기술에 관한 책에서는 1부에서는 토론의 다섯 가지 기술(주제선점, 근거 제시와 설득, 좋은 반대, 적절한 침묵, 감동 전략)을, 2부에서는 무례한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로 일상에서 접하는 '의견차이'를 토론의 기술로 삶에 적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 언급한다. 

토론을 하려면 국내 외 상황들과 역사, 과학, 문화 등 광범위하고도 방대한 '정보'를 매번 습득하며 공부해야하고 나아가 그 정보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일 줄 알아는 '기술'이 필요하다. 더욱이 토론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기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동기'가 있어야한다.
즉, 토론은 공감하고 경청하고 비판적이면서도 설득력을 갖춰야 하는 효과적인 교육 도구로 지식과 의견이 덧붙여진 종합 선물세트이다.
과정과 판단은 '공정'해야 하며, 반박하면서 더 나은 '의견'을 내야 하기에 더 나은 삶으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길로 걸어간다.
‘잘 반대하는 기술’들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기술과 태도를 배우게 한다. 패배했다고 틀린 의견이 아니며, 이겼다고 반드시 옳은 의견도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실제 신념과 다른 편에서 생각해보게도 하고, 때로는 상대편의 입장에 설득당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진실과 해결책들을 발견하머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행위다.

더욱이 토론은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토론자가 된지 18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좋은 반대', '수준 높은 반대'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저자는 토론에 있어 부드럽게 공감하고 타협하는, 인간적인 교감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다. 토론이 계속되기 위해 발언권을 주고 다시 받고 그런 이해와 이견이 공존해야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토론대회의 형식과 기능, 종류들을 실용적인 조언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며, 논쟁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아닌 하나로 모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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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 -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3
김수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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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지루한 삶이라 뭐하나 내세울게 없는 나는, 친절하지만 용기는 없어 나서서 무언가 바꾸진 못하는 나는, 그럼에도 올곧게 자신의 몫을 해낸다.

이런 나는 어설프게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랜덤뽑기에서 원하지않던 결과물처럼 여기기도 했다.
그렇기에 다른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을 늘 눈여겨보며 '관찰'해왔다.

늘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고 책임감 있는 반장 '정후', 왕따로 괴롭힘을 당해도 늘 당당한 '고요', 그림을 잘그리는 '우연', 관심과 호기심, 동경의 마음으로 친구들을 관찰하던 수현이는 평범한 '현실'에서는 전할 수 없었던 말들을 본모습을 숨긴 익명의 '온라인 친구'가 되어 대화하기 시작한다.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오가던 메세지들은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했고 응원했으며 힘을 얻었다.
인스타그램, 부계정, 비밀 계정, 팔로우, 맞팔로우, DM 등 말하기 어려운 속내를 '대나무 숲'인 온라인 상에서는 익명의 비밀 친구로 특별한 관계로 발전다기도 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날수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대화는 진지하면서 따뜻한 대화들이 오가고, "교실"에서는 용기없는 친절이 오가고, "동네 공원"에서는 연결고리가 되는 만남이 오간다. 

달의 앞면과 뒷면처럼 우리가 보고 있는 앞면과 속내인 이면을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이 다른 공간인것처럼 교차하면서 이루어지던 전개는 막판에 서로 현실에서의 문제 해결로 이어지면서 결국 달은 하나의 행성이며, 우리의 가려진 이면이나 온라인에서의 모습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연대와 친절, 배려, 용기, 자신이 가진 것을 반짝이게 하는 힘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고요한 우주속에서 떠도는 각기 다른 하나의 '행성'이다. 우주에서 그 행성들은 각각 스스로 빛이 나거나 타인에 의해 빛을 내거나 하며 공간속에서 은하계를 이룬다. 우리의 관계는 그 속에서 탐사하는 우주비행사의 모습과도 같다. 어떤 우주비행사는 달 표면에 착륙하며 발자국을 남기지만, 어떤 우주 비행사는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도 한다. 나와 같은 면을 보기도 하고 나와 다른 면을 보기도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일이다. 부러울 수도 있고 자랑스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은 결국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이나 너무 튀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용하며 모두가 각기 다른 행성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을 내며 우리는 서로 같은 공간안에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나는 네가 궁금해졌어.
그러니 평범해도 너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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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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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찾아왔어. 제대로 찾아왔어.


창비교육의 제 1회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꼬리와 파도』는 2021년 체육교사 무경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제자들을 보면서 이 '낯설지 않은 순간'이 자신의 일이였던 1999년도의 청소년 시절을 회상하게 되고, 그때의 도움이 꼬리가 되어 파도처럼 다시 현대의 연대로 이어지는 '모두가 지켜주고자 하는 이야기'이자 '지켜주는 이야기의 책이다.

이 책은 현재의 이야기로 시작해 과거의 이야기로 넘어갔다가 다시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오는데, 이런 액자식 구성을 통해 시대별 청소년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폭력의 고리 역시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담아냈다.

교사와의 갈등에서는 세대간 인식 차이 및 권위의 악용과 맞서고, 이성 친구와의 갈등에서는 청소년들의 성문제를 다루고, 동성 친구와의 갈등에서는 사이버/물리적 폭력과 보이지 않는 서열에 대해 다룬다. 즉 다양한 개성을 지닌 각각의 청소년이 저마다의 위기와 시련을 겪으며 폭력과 권위에 맞서며 연대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친구들과 같은 박자로 뛸 때의 발소리.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뭐든 될 수 있을것 같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넓고 따뜻하고 단단한 집을 짓자.


축구와 태권도를 잘하여 여러모로 인기 많은 무경, 학교 폭력과 왕따로 강해지고 싶었던 예찬을 중심으로 주변에 저마다의 상처를 앉고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 애쓰는 친구들이 등장한다.

세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적인 갈등과 위기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환기시킨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사건들은 우리가 보고 들어왔던 과거이자 바꾸지 못했던 현실이다. 결국 상처 입는건 청소년들이였고, 독자들은 이들의 성장을 바라면서 독자 자신의 성장의 발판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여고생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스쿨 미투 사건' 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82년생 김지영』의 여고생 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 속에서의 일상은 성희롱과 언어폭력, 성추행은 만연하게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때문에 '내가 만만하니까' '그런 일'을 당하게 되는 것 같고, 성희롱과 차별 발언 제보를 한다 한들 조사를 받는 교사는 '친근함의 표현'이었을 뿐이였으며, 조사를 받고 돌아온 교사는 자신을 지목한 사람을 찾아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내놓기 쉽상이다. 그런 분위기라면 주변 사람들은 되려 '피해자'에게 그게 뭐가 '자랑'이라고 들춰내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게 되었기에 '그런일'들은 흔하게, 사라지지않고, 계속해서 일어났다.

억울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지만, 조용히 지나가는것만이 답인것 같은 날들이 말이다.

나만 그런것도 아니지만, 나만 시끄럽게 굴일도 아닌것만 같은 날들이 말이다.


우리의 몸을 버리지 않으려면, '알아서 조심'해야 하고, 누군가에 의해 침범당한 것은 '개인'의 처신 문제인것 처럼 여겨지게 했다. '쯧쯧쯧, 조심좀 하지'라는 시선으로 '네'탓을 하는 것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빼앗고, 권리를 빼앗고, 인권을 빼앗는 2차, 3차가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모른채.

우리는 누구에게 기대야 하는 것인가.

잘못한 사람은 있지만 잘못한 사람이 저지를 일을 당한 사람의 그 다음은 없었다.


학교 안을 둥둥 떠다니다가

어느순간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무방비한 아이들을 찌르는 말들, 성차별적이고 성희롱인 말들.

그 말을 한느 사람들과 그들을 방관하는 사람들.

그런 말들과 사람들을 수면위로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수면 위로 들춰내고 싸우는 일은 외로웠고 주변에서 등을 돌리는 일은 흔한 일었다.

그럼에도 목로리를 내는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분명 주변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또다른 용기를 퍼트리기 마련이다.


넌 잘못한 것 없다.

잘못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있었던 일이 없어지진 않아요.

아이들은 싸움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쓸데없이 흥분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목표를 위해서 차분하게 말하고 행동했다.

외로웠으나 의연했고, 두려웠으나 눈감진 않았다.

많은 것을 바꾸진 못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건 아니었다.


이들은 서로 품고 있던 상처를 드러내어 '너의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지나간 너의 상처와 앞으로 다가올 비슷한 상처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연대의식으로 아픔을 나눈다.

스쿨 미투의 꼬리는 포스트잇이였다. 멀리서도 볼 수 있게 With you 라는 글자와 혼자가 아니야, 지켜줄게라는 글자가 나타나며 번지기 시작했다. 이 책 속의 꼬리는 유등축제에서 나타났다. 자신과 친구들이 겪은 일들을 리본에 적어 유등 축제장에 전시된 유등에 몰래 매달아 긴 파란 꼬리를 이루었고 큰 파도처럼 인터넷 카페와 언론의 관심을 얻어내면서 연대의 긍정적인 목소리로 앞으로 보다 올바른 길로 바로잡아가며 나아갈 수 있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용감한 일을 하려면 용감해져야지.

우리는 마음을 꼬리라고 불렀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꼬리의 파도는 결국,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이 결국 '변화'를 이끌어 갈 수 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물결의 흐름으로, 우리의 지나치지 않는 실천력에 대한 호소이다. '나라도' 귀기울여 들어주겠다. 지나치지 않겠다.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잘 얘기했다고 다독이며 다정한 눈으로, 다정한 목소리로, 다정한 손길을 내밀어 주겠노라고. 그리하여 앞으로도 이어질 '성장과 연대의 가치'를 믿고 있노라고.

'우리'가 지켜줄게.

혼자서는 못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줄게.

친구들의 목소리에 응하는, 그런 마음으로.

'나도' 지켜줄게.


그리고 그 "지켜줄게"의 파도의 힘은 소설의 맨 처음 대사이기도 했던 '제대로, 잘 찾아왔어"라는 말과 다시한번 맞물리며 함께 다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대로 계속해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개개인의 목소리는 비록 작지만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성장하길 응원하는 친구와, 기꺼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어른과, 세상에 울림으로 퍼질 수 있도록 공동체가 모여진다면 세상은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한걸음씩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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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수호대 꿈꾸는돌 35
김중미 지음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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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이른바 『대포읍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는김중미 작가의 신작 『느티나무 수호대』가 출간되었다.

이주민들의 가족들의 삶을 담은 이 책의 간단한 줄거리는 제목 그대로이다. 느티나무의 보호를 받던 친구들이 느티나무를 수호(守護: 지키고 보호함)하고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와서 인간사가 얼마나 복잡한지,

사람으로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지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한 곳에서 서서 수고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내가 부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도 봄부터 가을까지 쉼없이 일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땅 밑에서 하는 분주한 일들에 대해 잘 모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도 인간 못지 않게 복잡다단하다.

우리는 주변의 다른 생물들과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왔지만

때때로 우리를 해치는 존재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런것 처럼.

김중미 『느티나무 수호대』 中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숲'은, 나무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이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풀, 덩쿨을 비롯하여 작은 나무와 큰나무, 작은 동물과 큰동물들이 땅에서 어울렸으며 먼나라까지 여행갔던 철새들과 내그내새, 작은 벌레들까지 계절과 어울어지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숲의 속성이다.

지금은 비록 덩그러니 언덕 위에 홀로 남아 있는 느티나무가 하나 있다. 이 느티나무가 서있는 언덕을 이루는 '대포읍'이라는 마을은 베트남, 미얀마, 중국, 서아프리카 등 다문화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느티나무는 수백년전부터 이곳에서 자리를 마을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마을을 지켜왔다.

당산나무, 큰나무, 해나무라는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나무는 대포읍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애어른 할것 없이 추억이 얽혀 있다.


나는 대포읍의 당산나무로 홀로 살아남은 것이

자랑스럽기보다 미안하고 아프다.

수시로 숲의 일원으로 살 때를 그리워했지만

사람들 속에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가장 평화로운 때는 아이들을 누여놓고 간 엄마들을 대신해

산들바람을 불어 줄 때였다.

아기들을 돌보며 나는 마을 공동체와 유대감을 느꼈다.

조금씩 도시의 소음에 길들여지고,

어둠이 사라진 밤을 견디는 법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도시의 속도를 아직 따라가지 못한다.

김중미 『느티나무 수호대』 中



홀로 있지만 '숲'이라는 공동체를 이뤘었고, 지금은 '마을'과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이 느티나무에는 판타지적인 비밀 한가지를 가지고 있다. 500년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의 정령 '느티샘(홍규목)'이라는 사람의 모습으로 대포읍의 대포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쳐왔던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을 느티나무 안쪽의 신비한 공간으로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라는 환대하며 맞이하기에 아이들에게 있어 '소중한 곳' 이 될 수 있었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서로 연대하며 자신들이 받은 소중함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달하기도 하면서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


"다문화 꺼져라, 다문화로 감성팔이하냐", '"중국으로 꺼지래", "그런말 나도 똑같이 들었어. 아프리카로 가라는 말 한두번 들은게 아니야" 등의 말을 많이 들어왔던 친구들이였다. '다문화 아이들'을 '너희'라고 말하는 것에도 결코 다채롭고 다양하다는 뜻이 아닌 '루저'집단을 말하는 것만 같이 아파하던 시절도 있었다.


고맙고, 대견하다. 견뎌줘서. 너는 참 강한 아이구나

반가워. 언제든지 와서 쉬다 가도 돼.

김중미 『느티나무 수호대』 中


환대 받는 기분, 처음 본 나를 환대해줬어.

환대해 준 덕분에 용기가 났거든.

김중미 『느티나무 수호대』 中


고맙다, 대견하다, 반갑다는 말은 어려운 말이 아님에도 자주 건내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해 주며 정성껏 후하게 대접하면서 존재하며 견뎌냈을 애씀과 대견함을 인정해주고, 지금껏 힘내서 살아와줘서,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고맙다는 이 따뜻함이 가득 담긴 말은, 온 몸으로 '환대'받는 기분 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환대의 경험은 '인정'에서 나아가 '응원'이 된다. 앞으로의 삶에도 살아갈 '힘' '용기'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는 전달되어 퍼지게 된다. 이는 '희망'이 되어 더 나은 삶을 향해 세대와 세대를 이어준다.


마을의 재개발추진으로 느티 언덕이 통채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언제든 끝이 있는 법이야" 라며 계속해서 사라지던 숲과 자신의 가족과 조금씩 변하고 있던 주변 환경 속에서 이미 자신의 끝을 받아들인 느티샘과는 달리 아이들은 샘을 지키고 싶어 한다. 재개발과 느티샘의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레인보우 크루' 2기를 만들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티 언덕을 알리고 지켜내고자 한다.

"이번 청소년 댄스 대회는 온라인으로 열린대. 각 팀이 동영상을 찍어 올리면 거기서 열팀을 뽑아서 한국 결선 대회를 열고 유튜브로 중계한대. 그때 우리 느티나무 얘길 하려고."

BTS는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통해 환경, 평화 등의 주제를 많이 알렸던 그룹이다. 때문에 BTS의 노래와 춤으로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같고 같이 목소리를 낸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이들은 '다문화 청소년 댄스 그룹'인 '레인보우 크루'를 다시한번 만들어 내고자 했다. 춤을 통해 이전과 달라진 자신감 있는 모습과 그 자신감과 용기가 이어질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하며 스스로의 능력을 끌어 올리면서도 공동체 문화까지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우린 서로 다 다르지만 그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진 않아요.

이렇게 대포읍에서 서로 차이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거예요.

김중미 『느티나무 수호대』 中


레인보우 크루 친구들은 우리 모두 '동등'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으며 '함께'하는 책임감, 우정, 연대 의식으로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기대거나 일방적으로 빼앗기보다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 받으며 살아왔다.

위기가 닥치면 나 이외의 존재에게 더 집중하고 살핀다.

위기일수록 이웃과의 협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들만큼 슬기롭고 이타적인 존재는 드물다.

내게는 그것만이 희망이다.

나는 아직도 절망보다는 희망을 더 믿는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 안에서 살아있는 생명의 힘을 믿는다.

김중미 『느티나무 수호대


『느티나무 수호대』 의 느티샘과 대포읍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기대거나 일방적으로 빼앗기보다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 받으며 살아왔다.' 일방적인 의존이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지지와 버팀목이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줄 알며, '함께' 살아갈 줄 안다. 느티샘에게 받았던 다정함을 기꺼이 타인에게 베풀고 공유하며 키워나가는 모습은 아직은 우리에게 누구도 다스리지 않고 살아가는 연대의 힘을 믿고싶게 만든다.


나는 사람과 함께 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

누구도 다스리지 않고 서로 협력해가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김중미 『느티나무 수호대』 中


📚#느티나무수호대 #돌베개 #김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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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서 배워라 - 해나 개즈비의 코미디 여정
해나 개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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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언 스타 해나 개즈비만의 농담이 담긴 에세이 『차이에서 배워라』가 출간되었다.

1997년까지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에서는 동성애가 범죄였다. 그런 '태즈메이니아 출신의 뚱뚱하고 뭘 해도 어색한 레즈비언' 인 그녀는 한때 ‘자기비하 유머’를 구사하는 코미디언이었다.

사회적 약자들을 서슴없이 웃음거리로 삼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그러한 기존의 코미디 문법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그렇게 넷플릭스에서 방영하게된 스탠드 업 코미디 쇼가 바로 「Nanette」(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이다.


이제 해로운 농담은 끝내야 한다.

그런 코미디는 하지 않겠습니다.

스텐드업 코미디 쇼, 나네트 中


스스로 '코미디 역사상 가장 의도적으로, 철저하게, 웃기지 않는 한시간 짜리 무대'이자 '스탠드업 카타르시스', '트라우마 변환 실험' 이라고 평가한 이 무대는,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시대 한가운데에 투척되었다. 가부장제를 비웃는 장광설을 시작으로 이 속에는 복잡한 모녀관계, 커밍아웃, 트라우마, 우울증, 성인 ADHD와 자폐 진단, 자기혐오, 그루밍 성폭행, 술과 마약 중독, 젠더퀴어라는 성수자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차이를 포용하지 못하고 다양성을 억압하는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신랄한 코미디를 선보인다. 또한 창작자로서의 작품 창작 과정 등에 대한 경험을 섬세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자신의 수치스러운 경험과 상처들을 과감없이 드러내며 이를 농담으로 승화시키기에 우리는 그녀의 노련한 입담에 웃음, 분노, 성찰, 용기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 제 생각에 저의 문제는, 코미디때문에 아직도 청년기에 머물러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매번 농담이죠.

농담과 달리 이야기에는 3가지가 필요해요. 서론,본론,결론.

농담에는 2가지만 필요하죠. (배경과 펀치라인이 들어간) 서론, 본론이요.

저는 커밍아웃에 대한 코미디쇼를 진행하면서,

가장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성장의 시기를 상처로 남기고 농담으로 매듭짓고 말았어요.

그 이야기가 원동력이 되어 명성이 쌓였지만 결국 그건 농담으로만 남았고, 그 농담은 제 기억을 희석했죠. 제가 현실에서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는데에는 역부족이었답니다.

펀치라인엔 상처가 필요해요.

펀치라인엔 긴장이 필요하고, 긴장은 상처로부터 나오거든요.

저는 동성애가 범죄로 치부되는 도시에서 자라면서, 저 자신까지 혐오하게 되고 말았죠.

뼛속까지 혐오했어요. 자존감은 외부로부터 오는데 한번 심어주면 울창한 숲이됩니다.

아이는 중력처럼 자기 혐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죠.

그렇게 수치심에 숨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벽장 안에 숨어있었습니다.

숨는다는건 눈만 가릴뿐 수치심을 막지 못해요.

하지만 저는 제 이야기를 '제대로' '온전히' 전달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무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걸 저는 큰 대가를 치르고 배웠거든요. "


'나의 커밍아웃을 가지고 코미디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성장기의 아픈 경험을 상처로 남기고 농담으로 매듭지어버렸습니다. 내 이야기가 소재가 되어 반복되다 보니 내 실제 기억을 흐려버렸어요.' 라는 그녀의 말 속에서 자신의 소수자성을 농담거리 소재로 삼으며 코미디를 이어온 그런류의 농담이 결국에는 자기 존재를 해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되면서, 상처와 수치심을 진정성 있게 털어놓으며 진정성 있는 새로운 코미디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농담을 발명했다.


해나 개즈비는 2006년 호주 '맬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며 10년 넘게 영국과 호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던 스타였다. 「Nanette(2018)」로 코미디의 역사를 바꾸었다는 평을 듣던 그녀는 그해 에미상 버라이어티 스페션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다른 나라에도 유명해 질 수 있었는데, 미국의 어느 토크쇼에서 '하루 아침에 유명해지니 어떤 기분이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무례함이 아니라, 뭔가 아시아인, 흑인, 성소수자, 여성, 흑인등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들에 대한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잣대로 판단하는 일종의 '주류 문화'의 거만한 시선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 책은 해나 개즈비의 비 전형적(atypical)인 두뇌가 들려주는 독특한 방식의 이야기 이다. 엉뚱하고 신선해서 도무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결말은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입담'이 담겨있다.

일본에는 '만담'이, 미국과 영국에는 '스텐드업 코미디' 라 장르가 우리나라에게는 사실 크게 익숙하지는 않다. '토크쇼' 정도로 생각하면 될런지도 모르겠다. 이번 책을 계기로 나네트를 챙겨보았는데, 뮤지컬이나 콘서트가 아닌 단 한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서서 한시간 동안 '말'만 하는 것을 보기위해(오락 도구가 오직 '언어'뿐) 그 비싼 티켓팅을 하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가득 매울정도로 사람들이 모이는 '스텐드업 코미디'가 우리 문화에 잘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마디 한마디 할때마다 꺄르르르 웃어주는 청중들의 모습도 신기했다. 처음엔 영어권의 농담과는 개그코드가 잘 맞는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몰라했지만, 중반부쯤부터는 그녀의 몇가지 말에 '오 좋은 말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마지막엔 '스탠드 업 코미디란 이런거구나' 라며 적응 하게 되었다.

미술사학을 전공했던 그녀가 '남성들이 부흥시켰던 예술'로 인해 미술관에 발가벗고 있는 여자들에 대한 불편한 심리와 그속에도 레즈비언은 없었겠지 하는 생각, 고흐의 약물 복용과 예술의 상관성이라던가 피카소의 큐비즘과는 별개로 여성 편력과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줄때는 매우 흥미롭기도 했다.


"(미투시대 이후) 지금이 격변의 시기라는거 압니다. 처음으로 주류에서 벗어났으니 당황했겠죠. (남성) 여러분도 이제 새로운 롤모델을 찾아야 될겁니다.

제가 인간대 인간으로 드리고 싶은 조언은, 방어적인 자세를 버리라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여유가 생기면 유머를 배우라는거죠.

웃음은 사람에게 좋은게 사실이에요. 긴장이 완화되죠. 웃음은 전염성이 짙어요.

사람들 많은곳에서 함께 웃으면 긴장의 완화력도 더 커지죠.

다른 사람들게 함께 웃는겉이 혼자 웃는것 보다 낫기도 하고요.

긴장은 인간을 고립시키고, 웃음은 소통의 장이 되어줍니다."

그녀는 웃음으로 소통하는 '웃음의 힘'을 믿으며 어떤 존재도 소외하거나 모욕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양성의 가치와 다름을 존중받을 권리에 대해 논하며 자신만의 웃음 코드로 쉬온 농담 뒤에 존재하는 진실을 표현하려 했다. 그녀의 진솔함과 솔직함을 갖춘 이야기의 힘 덕분에 성소수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은 물론, 인생에서 실패를 겪어보거나 세상과의 불화로 자기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그녀의 이야기에 웃고, 분노하고, 공감하며 대중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속에는 어쩌다 이 모양으로 태어나 이해할 수 없는 사회에 내던져져

감당하기 벅찬 생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연약한 인간이 있다.

고통 한가운데에서도 어떻게든 죽지 않고 버텨가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어제보다 나아지려 몸부림 치는 사람.

이걸 생존본능이라 해야 할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실은 우리 대부분이 이렇게 살고 있는것 같다.

해나 개즈비, 『차이에서 배워라』 서문 해나 개츠비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인 이유 中


우리가 타인의 삶의 이야기를 듣거나 책이나 영화 등의 창작물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이유는 내가 겪은 생을 기준으로 비슷한 삶의 모습에 '공감'하거나, '홀로 있지 않음'에 안심하며 '연대'하기 위함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이든, 타인이든 한 인간을 깊이 알아가고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가장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깊이 있게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우리는 외롭게 홀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연약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는 매일 우울과 자책 속에서도 눈을 뜨며 하루를 시작하고, 일을 하고, 사랑을 주고 받기 위해 노력하고, 아파하고, 치료하고, 그러다가도 가끔은 세상이 잠깐씩 환해져 행복해지기도 하고, 제자리걸음인것 같다가도, 어느순간 돌아보면 멀리 걸어온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렇게 삶의 모양은 제각각이여도 문득 드는 삶에 대한 생각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우린 '솔직'하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느낀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과 생각들을 다른 곳에서 찾게 될 때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되는것 같다. 유머와 분노의 그 어딘가 쯤에 존재하는 이 '블랙 코미디'에서 우리는 수치심을 성찰로 바꿀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해나 개즈비는 '솔직함'이 가지고 올 역효과를 반복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너의 이야기가 결국 아니며 공감을 가져올 순 있지만 모든 트라우마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는 없다고.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해 나간다.

이 책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코미디언이 되기 전의 초년 인생과 코미디 업계로 진출하기로 한 이후의 이야기다. 크게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성장기, 방랑과 자기비하의 세월, 신경다양인으로의 진단과 수치심에 대한 받아들임, 새로운 농담을 발명하며 젠더 퀴어 자폐인의 코미디를 만들어 내기, 나네트:나의 이야기의 완성까지의 이야기 단계를 밟는다.


예술가는 시대 정신을 창조하지 않습니다.

시대 정신에 응답하죠.

스텐드업 코미디 쇼, 나네트 中


그리고 그 시대정신에 응하는 예술가에는 '블랙 코미디'를 선사하는 코미디언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자랄 때 우리집 모든 여자는 '바늘'을 사용했다.

나는 그 '바늘'에 매혹되곤 했다.

바늘은 '마법'을 만들어냈다.

바늘은 구멍이나 찢어진 곳을 '수선'할 때 사용했다.

잘못을 '용서'하겠다는 뜻 같았다.

그리고 절대 공격적이지 않다.

'바늘'이지 '핀'이 아니니까.

루이즈 부르주아


말은 '바늘'같아서 '핀'처럼 사용하면 상대를 찔러 아프고 공격적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을 꿰어 서로에게 이어주며 벌어진 상처를 '수선'하여 치유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유머' 한 꼬집이 더해지면, 우리는 웃으며 인생을 말할 수있을것이다. '그때'의 그 무엇이 '지금'의 그 무엇이 되었는지를.


차이에서 배워라를 읽으며 깊은 분노를 일으킬 만큼 웃긴 안티 코미디 를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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