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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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장 소설을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성장소설에는 항상 중요한 키워드로 '호의의 연대'를 말한다. 물론 어떠한 상처를 극복하는데 자신의 마음먹기와 행동이 최우선이겠지만 거기엔 늘 관계 맺기가 있다.

누군가와 연대하고 누군가 마음을 나누고 보다듬고 그것을 또 누군가에게 나눠주는데 까지 이르러야, '성장'이라고 말하는 것에 다다르는 것이 성장소설에 큰 특징이다.

늘 내가 받은 호의를 다른 다시 전달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리고 어쩐지 뭉클해졌던 대사는,

"그러게 서로서로 좋은것만 줘야지. 결국 이렇게 돌아오잖아"라는 한마디였다.


' 사랑도 받아본사람이 잘받고 잘준다 ' 고 했던가.

호의를 받아본적 없는 사람은 그것을 언제 어떻게 갚아야할지 몰라 어색해 한다. 주는것도 받는것도 익숙치않다. '호의는 반드시 돌려받기 위해 주는것이 아니라는 것' 을 모를리 없지만서도 그것에 안절부절하며 '어쩔 줄 모르겠다'며 굳은 표정을 하는 친구들.

여기에 나오는 친구들은 그랬다. 도무지 '익숙해 질 수 없는 호의', 모든게 낯설기만 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친구들.

'어떻게 되는 것도, 어떻게 크는 것도 바란적 없이, 어떻게든 되겠고, 어떻게든 컸잖아' 라고 말하는 아직 어른이 덜 된 이 친구들은 '보호 종료'가 된 '자립 준비 청년'이다.

이 소설은, 그룹홈에서 자란 친구들이 독립해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서로의 독립을 지켜보며 서로를 돌보고 위하는 마음이 가득담긴 책이다.

어떤 것들을 받았기에, 좋은 것들만 줘야지, 라고 말 할 수 있는걸까.

"결국 돌아오니까 서로 좋은것만 줘야지"라는 말은 정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말이다.



이 책의 주요 인물들인 민서, 해서, 솔은 '그룹 홈'이라고 부르는 '공동 생활 가정'에서 함께 지낸 친구들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친권을 포기하면서 맡겨진 김민서(6), 이혼과 재혼으로 맡겨진 민해서(10),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신고하면서 맡겨진 윤솔(9)이 만난 나이는 다 10세 이하일 때였다.

그룹홈은 부모가 돌볼 수 없거나 부모가 돌보기를 거절하여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모여 사는 집이다.

학교에 다니는 (또래)아이들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게

그룹홈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그룹을 지어 '보통 가정'과 '비슷한 가정 환경'을 만든다. 일단 보육원, 고아원과 같은 '시설'이 아니라 일반적인 주택이나 아파트같은 주거지에서 생활하며, '담당 사회 복지사'들이 보호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갈 곳이 없었기에 이곳에 적응했다'는 말처럼 해야 할 일과 하면 안되는 일이라는 '규칙'들 속에서 이를 지키며 지내는 입소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 규칙의 최종 단계가 바로 '통장에 찍힌 오백만원의 자립 지원금과 함께' 떠밀리듯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 라는 규칙이다. '보호종료아동'이 되는 것이다.

'보통가정'처럼 보이기 위해 보통의 주거에서 살다가 갑자기 오백만원과 함께 살곳을 잃은 아이들은 곧바로 살곳부터 찾아야 했다. 살아간다는건, 살 곳이 있는것이 전제였다.

'보호'가 '종료'된 채로 살아간다는건, 살 '곳'을 마련해야 하고, 그렇게 살림을 차렸으면 나아갈 방도를 꾸려나가며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보호'자였던 '자립지원전담요원'의 역할도, 돌봄도, 집도, 모두 직접 구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누구나' '언젠가' 해야할 일이지만,

'보호아동'의 '보호 종료'에는 '선택'이 없기에

'보통가정'의 '독립'과는 다르다.

'보통 가정' 이라는 것은 온전한 부모 아래의 가정을 말한다.

그러니까, 부모를 '선택'한 적 없지만 부모가 '온전히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온전한 부모가 돌보는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옳은 인생'이라면,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는 것은 '오점 인생'이 되는걸까.

남들과 다른 까닭에 설명할 게 많은 인생은 피곤했다.

자세히 설명한다고 더 환영받는 것은 아니기에

시간을 들여 설명하는 일은 분명 손해였다.

남들과 '다른' 까닭에 '설명'할게 많은 인생은 피곤한 삶,

누린 적 없는 삶의 형태를 평균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모습이 모든걸 말해준다.

'온전한'이 '완벽함'이라면, '다름'은 불완전이고 불안함이된다.

'다름'은 '놀림'의 대상이거나 '약점'이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오점'처럼 남겨져있다.

어쩔 수 없이 상처받는다.

상처의 원인을 생각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였고, 거기에 따른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민서는 어렸을때부터 '아빠 탓'을 했다. 그러나 해서와 솔은 '자기 탓'을 해왔다.

"부모를 바꾸는것보다 나를 바꾸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나한테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쉬웠어. 그게 희망이었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같았으나 살아가는 모습은 달랐다. 서로의 변화가 궁금했기에 그들은 자립하고 나서도 자주 만나게 되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을

'불행'이라는 두글자에 담기엔 그릇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상처에 대한 기억은 그 '상처를 되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있지만 여기에 나오는 세명은 모두 다른 생각과 '반대의 선택' 을 보여주었다.

"나는 아빠와 닮지 않기 위해 아빠가 해 온 모든 것들을 하지 않기로 했다."

라며, 반복되지 않기 위해 '그 사람'은 물론 '그 사람'이 살던 방식과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민서였다. 최고로 좋아하는 것보단 최선의 선택을 했고, 책임 질 수 있는 것들만 책임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난 엄마처럼 삻기 싫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게 내 소원이야."

반면 내가 완벽하지 않았기 내가 부족했던 부분은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그 마음으로 어떻게든 채워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해서였다. 완전한 구슬이라는 뜻이라는 '완벽'이를 태명으로 짓고, 완벽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키우겠다는 꿈을 꾸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들 아빠를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는거 같아."

한번을 미루고 다음 한번을 더 미루며 마음과 행동이 바뀔지도 모른다며 '다시, 잘 살거라고 믿었어'라며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은 솔이였다. 계속해서 기대하며 불행은 한때였을 뿐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찬성표를 받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닥인줄 알았는데 더 바닥이 있더라.

이것보다 더 바닥도 있을까봐 사는게 너무 무서워.

책 속에서 유일하게 '희망'이라는 것을 품고 살았던 솔이가 이런 말을 했을 때도, '나도 매일 밤 영원히 잠들게 해달라고 빌어'라고 대답하며 '이게 슬픈 얘기던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상처가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물들어 있는 것이 이 친구들의 대화였다.

자립 준비금으로 받았던 돈이 오백만원이였던가, 그 돈을 받고 세상에 나왔을때 얼마나 막막했던가.

그러나 돈이 필요하단 소리에 오백은 줄 수 있어 선뜻 빌려줄 정도의 사람이 그룹홈의 친구들이였다. 그들에게는 부모와 자식간에도 얻을 수 없었던 연대와 믿음이 분명 존재했던 것이다.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제멋대로 주는 호의는 악의보다 나쁘다."

'선량한 얼굴로 선물을 사들고 그룹홈으로 찾아오다가 마음을 주면 어느순간 발길을 끊는 가족 단위 봉사자들'도,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도 아빠 욕을 하던 식당 이모들'도 '동정'이란 이름으로 남게되는 잘해주다가 쉽게 멀어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히려 사람을 더 아프게한다. 타인을 믿는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들은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그래도 그들은 끝까지 '호의의 연대'를 말한다.

갚고, '살아'

'갚고 살아', 민서는 나를 놓지 말라는 말을,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놓지 말고 같이 살자는 말을 하기 위해 '살아' 라는 말에 힘을 주며 말했다. 갚는게 사는 이유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빚지고 갚으며 사는 것을 반복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기대어 운다. 상처 받는 일은 허다하다. 다만 부디 홀로 울지 않았으면.


두렵다는 이유로 사람을 끊어내는게 아빠같은 방식 같았다.

나는 솔 언니와 해서 언니를 끊어내고 싶지 않았다.

전부 부질없더라도, 다시 상처받더라도, 결국 실패하더라도

나는 믿어보기로 했다


그 마음이 모아 세사람은 완벽이를 만날 준비를 한다.


무서워요. 어떻게 해야 해요?


완벽이를 처음 만나서 하는 말은, 너무나 작고 소중한 이 존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무섭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차분히 아이를 안으며 '완벽이는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는 사실을 책임감으로 받아들였다. 네가 겪을 세상에는 부디 내가 겪은 아픔은 없길, 부디 따뜻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완벽이는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는 마음으로 다음 세대에게 연대하듯이, 우리도 우리가 겪은 상처와 불편함과 오점을 대할 때, '너도'가 아니라 '너라도'라는 마음으로, 호의를 연대하며 앞으로의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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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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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성장소설 단편집 『스터디 위드 X』는 총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소설집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클리셰적인 전통적인 공포 서사를 요즘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 현상과 함께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행동'에서는 유튜브 브이로그, 카톡 단체체팅방, 인스타그램 게시물, 커뮤니티 판 등 2023년을 살고있는 청소년들의 문화가 모두 담겨있으면서도 그 '소재'는 전교 1등을 질투하는 전교 2등의 질투라던가, 전교 꼴등의 열등감과 같은 학력제일일 주의의 이야기라던가, 교묘한 괴롭힘과 은근한 따돌림을 받는 학교폭력 이야기라던가, 첫사랑이나 외모 지상주의와 관련된 이야기, 소문이 돌고돌아 괴담이 되고 진실처럼 남게되는 전통적인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키워드로 보는 이야기들의 단편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터디 위드 미」 #유튜브 #전교1등 #걱정인형 #경쟁 #연민
「카톡감옥」 #단체카톡방 #괴롭힘 #복수
「벗어나고 싶어서」 #첫사랑 #고백
「영고1830」 #학력주의 #낙인
「그런애」 #소문 #SNS #외모지상주의
「하수구아이」 #괴담 #은따 #죄책감

학교, 교실이라는 주는 공간이 그렇다. 모호하고 불안정한 아이들이 모여 갖가지 감정들이 뒤섞이는 곳이다. 즐거움도 있지만 후회와 미련이 있고, 경쟁과 즐거움이 있고, 돋보이고 싶은 욕망과 도태되는 것에 대한 불안, 솔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 과장되고 거짓된 행동에 대한 미안함, 좌절감과 슬픔 등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한 공포의 선이 늘 존재한다. 그 두려움과 불안속에서 소문과 괴담이 존재하고, 이를 딛고 온전한 성장과 자립을 이루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괴담의 형성은 모호하지만, 파고들면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집요하게 그 진실을 찾다보면 우리는 그제서야 서늘한 공포가 아닌 따스한 온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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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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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어덜트 소설이자 청소년 소설로 세명의 2023년의 도서부 친구들이 1937년 도서부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여행을 담고 있는 판타지 학원물이자, 미스테리물이자, 성장소설이자, '기억하는 소설'이다.

<미션 1> '종이접기'를 수행하기 위해, 얼른 색종이를 펼쳐서 소설 속에도 나오는 종이학, 단풍잎, 판다, 니모, 파랑새를 접어보았다. '평평한 종이였을 뿐인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접다보니 입체가 되어 그림자가 생기고,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과 닮아가는게 신기하지 않느냐' 는 소설 속 대사가 실감났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친구들이 '도서부'에서 대출, 대여, 책 정리 등의 활동을 하던 중 한 친구가 취미삼아 시작한 종이접기에 다른 두 친구가 동참하면서 일주일에 두번씩 종이접기를 하는 '종이접기 클럽'까지 겸하게 되었기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이라는 '한 팀'이 되었다.


이 도서부에는 규칙이 있다. '자기의 종이는 자기가 책임지는 것'


누군가 대신 해주거나 도와주는 것은 안된다. 이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에, 여기 있는 친구들은 모두 '아무리 어려운 일도 끈질기게 매달려서 결국은 해내는' 면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성립될 수 있었다. 두렵고 어려운 일도, 자신의 능력과 방식으로, 끝까지 매달려서, 결국은 해내는 친구들이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 친구들의 종이접기는 항상 '할만한데' 할때쯤 '어려운데'가 나오는 순간들의 반복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해낸다. 더욱이 그 일을 '모두'가 해낼 수 있을때까지 기다린다. 어떤 일에도 '한 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과 어떤 일을 한다는 건 때로는 서로 속도를 맞추는게 전부인것 같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中


'관계'는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사람끼리 더 깊어 지는 것이고,

보폭을 맞춰가며 속도를 맞추는 사이가 가장 오래동안 깊이 있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다. 어느 한쪽이 너무 느리거나 누군가는 빨라도 결국 서로를 배려하며 보폭에 맞는 동선과 속도를 다시금 조율해가며 나아가는 것이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이다.


도서부 친구들은 '종이학 귀신' 사건이라는 미스테리한 일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조사하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

"왜 그것을 끝까지 알려 하지?" 라는 질문에 호기심요, 취미요, 마음에 걸려서요 등 대답은 제 각각이였지만, 모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과 믿음은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일이었다. 이것은 주인공 세연이 모든 '거짓말'과 '마음의 속임'에 견디지 못하는 속성을 지닌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심상조불언중 '한마음으로 말이 없는 가운데 서로 비추고 있다'

도서실 액자 속의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처음으로 와닿았다.

한마음으로 말없는 가운데 서로를 비추어 주는 사이,

친구란 그런 관계를 뜻하는게 아닐까.

내가 널 지켜봐 온것처럼 나의 좋은점을 네가 봐주고 있었구나.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다른 사람이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저것은 좋은 친구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과거와 미래의 관계에 대한 말일지도 모른다. 과거와 미래는 서로를 비추고 있다.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물러나 뒤를 지키고 미래는 앞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라보며 함께 나아간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中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도서부에는 처음 도서실을 만들었을때부터 걸려있던 액자가 하나있다. 누구나 도서부에 들어오면 그 말의 의미를 아는 것이 전통이다. 그러나 그 말의 참 의미를 가슴에 새기가 되는 것은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이 책의 줄거리는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의 세 친구들이 '종이학 귀신'이라는 사건에 휩쓸리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 미스테리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며 해결하는 내용이다.

왜 이 책의 주인공들이 '도서부'이자 '종이접기 클럽'의 친구들이면 안돼었는지 그 이유가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책" 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과거"로 데리고 가 "역사"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것. 그리하여 "책"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

도서부 액자에 있는 말처럼 우리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것은,

서로를 지켜봐 주고 존중하면서 그 존재 자체를 응원해 주며 결코 그 존재 방식에 부정의 말(비난, 대신해주거나 말리는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종이접기 클럽의 규칙과도 상통한다는 것.

그저 기다리고, 기억하고, 함께 나아간다.

때문에 이 일은 이 친구들이였기에 경험이 가능했고, 이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것도 가능했던 것이다.

'기다릴게. 미래에서'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그들에게는 약속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그들의 약속을 기억해 줄 사람이.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中


보통의 청소년 소설의 키워드는 '성장'과 '연대'.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것들에 대해 충분히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살아 있었던 과거'와 '살아있는 지금'과 '살아갈 미래'를 잇는 연대, 그리고 그 연대 속에 '우리'라는 이름의 '우리'를 기억할 것.

그리고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내고, 제 몫을 해 낼 수 있도록 기다릴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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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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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에서 출간한 #이금이 작가의 신작 『너를 위한 B컷』은, 다 읽고나면 이 책제목이 책내용과 얼마나 찰떡인지 알 수 있다.

#청소년문학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답게 이책에는 청소년의 많은 문화가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아이들, SNS가 인간관계의 전부인것 처럼 연결되고, 무리 속에 보이지 않는 계층이 존재하며, '찐친'과 '겉친'을 가리며 사귀는 교우관계에, 교묘하게 친한척 하며 괴롭히는 방식으로 바뀐 학교폭력의 수법과, 학업과 진로에 대한 압박감 등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이금이 작가는 우리의 '3년'을 강타한 '코로나 시기의 학교'를 시기적 배경으로 다루며 온라인 개학, 실시간 쌍방향(줌) 수업의 우왕좌왕한 모습 속에서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싫어하면서도 결국 연대의 장이 되는 예전의 학교를 그리워하는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담아낸 점은 정말이지 탁월했다. 

주로 잡지에 실리는 화보용 사진을 찍을때 선택되어 실리는 사진을 A컷, 선택되어 실리지 못하였지만 우수한 후보로 남겨진 컷들을 B컷이라고 부른다. 요즘의 SNS는 개인이 발행하는 잡지와 같다. 선택되어 올려진 사진들은 아마도 수십장의 사진 중에 고르고 골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최상의 사진을 올렸을 것이다. 이처럼 선택되어 업로드 된 컷들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고, 선택되지 못한 컷들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할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타인의 A컷을 보면서 동경하거나 질투하면서 '좋아요'로 공감을 표시했을 터이다. 후보였거나 잘라버린 B컷까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중학생 내에서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과 함께 브이로그로 유튜브를 시작한 친구와 이를 편집해 주는 친구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는 이 소설의 키워드는 '편집'이다. 일상 영상을 고스란히 찍어서 넘겨주면, 편집의 힘을 빌려 캐릭터성을 부여하여 단점은 잘라 내고, 장점만을 내세우며 얼마든지 매력적인 인물로 연출할 수 있다. '컨셉'에 따라 필요 없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모두 B컷이 되어 잘라낸다. 이 이야기는 보여주고자 했던 A컷과 임의로 잘라낸 B컷 과의 괴리감, 그 속에 담겨진 '진실'과 '진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여주고자'했던 것들 이면에 '모르는척' 외면 했던 것은 없었는지,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당최 인생에 '편집'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묻는다. 한 사람의 진실, 삶의 진실은 고르고 골라 내세운 A컷이 아닌 잘라내고 감추려 했던 B컷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꼭 SNS가 아니더라도 스스로도 편집하고 가공하여 드러내려 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A컷을 보여주어도 그 너머의 B컷까지 들여다 볼줄 알고 서로에게 진심어린 안부를 물을 수 있을까. 

SNS에서의 '편집'과 '선택'은 우리의 일상에서 '편견'과 '오해'로 불리울 수도 있는 부분들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보여준 주인공의 배려와 용기 있는 마음은 우리에게 큰 울림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지만, 동시에 당신도 누군가의 이면을 들여다 볼 줄알고, 헤어릴줄 아는 다정함을 지니고 있냐고 묻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디 그렇다고 대답하길.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눈을 보며 진심을 알아주길 부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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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 -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3
김수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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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지루한 삶이라 뭐하나 내세울게 없는 나는, 친절하지만 용기는 없어 나서서 무언가 바꾸진 못하는 나는, 그럼에도 올곧게 자신의 몫을 해낸다.

이런 나는 어설프게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랜덤뽑기에서 원하지않던 결과물처럼 여기기도 했다.
그렇기에 다른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을 늘 눈여겨보며 '관찰'해왔다.

늘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고 책임감 있는 반장 '정후', 왕따로 괴롭힘을 당해도 늘 당당한 '고요', 그림을 잘그리는 '우연', 관심과 호기심, 동경의 마음으로 친구들을 관찰하던 수현이는 평범한 '현실'에서는 전할 수 없었던 말들을 본모습을 숨긴 익명의 '온라인 친구'가 되어 대화하기 시작한다.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오가던 메세지들은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했고 응원했으며 힘을 얻었다.
인스타그램, 부계정, 비밀 계정, 팔로우, 맞팔로우, DM 등 말하기 어려운 속내를 '대나무 숲'인 온라인 상에서는 익명의 비밀 친구로 특별한 관계로 발전다기도 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날수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대화는 진지하면서 따뜻한 대화들이 오가고, "교실"에서는 용기없는 친절이 오가고, "동네 공원"에서는 연결고리가 되는 만남이 오간다. 

달의 앞면과 뒷면처럼 우리가 보고 있는 앞면과 속내인 이면을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이 다른 공간인것처럼 교차하면서 이루어지던 전개는 막판에 서로 현실에서의 문제 해결로 이어지면서 결국 달은 하나의 행성이며, 우리의 가려진 이면이나 온라인에서의 모습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연대와 친절, 배려, 용기, 자신이 가진 것을 반짝이게 하는 힘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고요한 우주속에서 떠도는 각기 다른 하나의 '행성'이다. 우주에서 그 행성들은 각각 스스로 빛이 나거나 타인에 의해 빛을 내거나 하며 공간속에서 은하계를 이룬다. 우리의 관계는 그 속에서 탐사하는 우주비행사의 모습과도 같다. 어떤 우주비행사는 달 표면에 착륙하며 발자국을 남기지만, 어떤 우주 비행사는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도 한다. 나와 같은 면을 보기도 하고 나와 다른 면을 보기도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일이다. 부러울 수도 있고 자랑스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은 결국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이나 너무 튀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용하며 모두가 각기 다른 행성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을 내며 우리는 서로 같은 공간안에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나는 네가 궁금해졌어.
그러니 평범해도 너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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