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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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어덜트 소설이자 청소년 소설로 세명의 2023년의 도서부 친구들이 1937년 도서부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여행을 담고 있는 판타지 학원물이자, 미스테리물이자, 성장소설이자, '기억하는 소설'이다.

<미션 1> '종이접기'를 수행하기 위해, 얼른 색종이를 펼쳐서 소설 속에도 나오는 종이학, 단풍잎, 판다, 니모, 파랑새를 접어보았다. '평평한 종이였을 뿐인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접다보니 입체가 되어 그림자가 생기고,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과 닮아가는게 신기하지 않느냐' 는 소설 속 대사가 실감났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친구들이 '도서부'에서 대출, 대여, 책 정리 등의 활동을 하던 중 한 친구가 취미삼아 시작한 종이접기에 다른 두 친구가 동참하면서 일주일에 두번씩 종이접기를 하는 '종이접기 클럽'까지 겸하게 되었기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이라는 '한 팀'이 되었다.


이 도서부에는 규칙이 있다. '자기의 종이는 자기가 책임지는 것'


누군가 대신 해주거나 도와주는 것은 안된다. 이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에, 여기 있는 친구들은 모두 '아무리 어려운 일도 끈질기게 매달려서 결국은 해내는' 면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성립될 수 있었다. 두렵고 어려운 일도, 자신의 능력과 방식으로, 끝까지 매달려서, 결국은 해내는 친구들이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 친구들의 종이접기는 항상 '할만한데' 할때쯤 '어려운데'가 나오는 순간들의 반복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해낸다. 더욱이 그 일을 '모두'가 해낼 수 있을때까지 기다린다. 어떤 일에도 '한 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과 어떤 일을 한다는 건 때로는 서로 속도를 맞추는게 전부인것 같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中


'관계'는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사람끼리 더 깊어 지는 것이고,

보폭을 맞춰가며 속도를 맞추는 사이가 가장 오래동안 깊이 있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다. 어느 한쪽이 너무 느리거나 누군가는 빨라도 결국 서로를 배려하며 보폭에 맞는 동선과 속도를 다시금 조율해가며 나아가는 것이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이다.


도서부 친구들은 '종이학 귀신' 사건이라는 미스테리한 일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조사하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

"왜 그것을 끝까지 알려 하지?" 라는 질문에 호기심요, 취미요, 마음에 걸려서요 등 대답은 제 각각이였지만, 모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과 믿음은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일이었다. 이것은 주인공 세연이 모든 '거짓말'과 '마음의 속임'에 견디지 못하는 속성을 지닌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심상조불언중 '한마음으로 말이 없는 가운데 서로 비추고 있다'

도서실 액자 속의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처음으로 와닿았다.

한마음으로 말없는 가운데 서로를 비추어 주는 사이,

친구란 그런 관계를 뜻하는게 아닐까.

내가 널 지켜봐 온것처럼 나의 좋은점을 네가 봐주고 있었구나.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다른 사람이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저것은 좋은 친구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과거와 미래의 관계에 대한 말일지도 모른다. 과거와 미래는 서로를 비추고 있다.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물러나 뒤를 지키고 미래는 앞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라보며 함께 나아간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中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도서부에는 처음 도서실을 만들었을때부터 걸려있던 액자가 하나있다. 누구나 도서부에 들어오면 그 말의 의미를 아는 것이 전통이다. 그러나 그 말의 참 의미를 가슴에 새기가 되는 것은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이 책의 줄거리는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의 세 친구들이 '종이학 귀신'이라는 사건에 휩쓸리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 미스테리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며 해결하는 내용이다.

왜 이 책의 주인공들이 '도서부'이자 '종이접기 클럽'의 친구들이면 안돼었는지 그 이유가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책" 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과거"로 데리고 가 "역사"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것. 그리하여 "책"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

도서부 액자에 있는 말처럼 우리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것은,

서로를 지켜봐 주고 존중하면서 그 존재 자체를 응원해 주며 결코 그 존재 방식에 부정의 말(비난, 대신해주거나 말리는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종이접기 클럽의 규칙과도 상통한다는 것.

그저 기다리고, 기억하고, 함께 나아간다.

때문에 이 일은 이 친구들이였기에 경험이 가능했고, 이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것도 가능했던 것이다.

'기다릴게. 미래에서'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그들에게는 약속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그들의 약속을 기억해 줄 사람이.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中


보통의 청소년 소설의 키워드는 '성장'과 '연대'.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것들에 대해 충분히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살아 있었던 과거'와 '살아있는 지금'과 '살아갈 미래'를 잇는 연대, 그리고 그 연대 속에 '우리'라는 이름의 '우리'를 기억할 것.

그리고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내고, 제 몫을 해 낼 수 있도록 기다릴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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