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사회에서 보고는 이제서야 하는 포스팅. 이런 저런 생각들이 교차해서 선뜻 리뷰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물론 영화 자체는 좋았다. 그동안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을 해서 내용이나 좋은 점들은 이미 많이들 들으셨을 것이라 생각해서 생략하고. 간단하게만 평하자면 음악도 좋았지만 난 그보다는 그림이 더 좋았다. 어떻게 이런걸 상상하고 그려내는지 입이 딱 벌어지더라. 줄거리 자체로만 보자면 지루하거나 뻔하다고 생각되기 쉽상인데도, 그럼에도 이 영화를 좋다고 말할 수 밖에는 없는 이유는...


​첫번째는, 일단 멕시코란 나라의 가장 좋은 점들만을 모아서 그려넣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한 나라를 소개하는데 이보다 더 긍정적일 수 있을까했을 만큼 멕시코가 자신이 자랑하고픈 모든 것을 화려하게 담아냈더라. 죽은 자의 날이라는 전통에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는 대가족의 잔재. 그리고 프리다 칼로의 특징적인 색채와 열정적인 음악으로 대변되는 그들만의 감성들 모두. 이 영화의 제작에 멕시코 사람들이 얼마나 투입이 되었는가는 모르겠으나, 그들 모두가 멕시코인들이었을리는 만무하니, 타국 사람들의 정서를 이토록이나 애정을 담아서 표현해냈다는 자체가 존경받을만하다. 코코를 보고있으려니 평소 멕시코 하면 떠오르던 온갖 나쁜 이미지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더라. 이미지 세탁의 탁월한 성공사례가 아닐까 싶다. 만약 내가  멕시코 인이라면 자랑스러운 마음에 기립박수를 쳤을 것이다.

둘째는--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인-- 이 영화가 구상해낸 사후세계라는 설정이다. 지루하거나 뻔한 줄거리의 아이들 대상 애니를 보면서 정작 어른들이 줄줄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줄거리 그 너머로 정교하게 그려낸 죽은 자들의 세계가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가...사랑이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기 때문 아니겠는가. 대상은 이미 사라졌는데, 미련스럽게도 끝나지 않는 사랑을 부여잡고 절규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가 그린 사후세계가 얼마나 따스하고 위로가 되는지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단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는 그 소망이 이뤄지는 세상이라니....그런 세상이 만약 실재한다면 우린 얼마나 마음이 편해질까.  그렇다. 이 영화는 죽은 자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망자를 잊지 못해 애가 끓는 남겨진 자들을 위한 영화다. <코코>는 말한다. 사랑이 죽음때문에 끝이 날 필요는 없다고. 왜냐면 언젠가 우리는 죽음뒤에서 만나게 될테니까. 우리가 서로를 사랑했다는 그 기억이 있다면 말이다. 죽음이 가져다 주는 그 강력하고 무자비한 충격을,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기억하는 나로써는 이 영화의 세계관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 아. 진짜 죽음이 저렇게 애통하지도 아프지도 않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니. 그런 현실을 송두리채 무시하고 이런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칭찬을 받을만하다. 왜냐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도가 나쁘지 않았고. 망자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그리움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도대체 얼마나 우리를 안도하게 하는지. 따스한 포옹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하여 멕시코 명절이라는 죽은 자의 날이 어떻게 생겨났을지 비로서 수긍이 되더라. 멕시코인들 역시 우리들 만큼이나 죽은 자들이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겠구나 싶은. 어쩌면 전통이란, 인생을 먼저 산 선배들의 요약본 노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지는 같은 고민을 할 사람들을 위한 애정어린 조언일지도...물론 현세같이 이성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그 조언이 별 소용이 없긴 하지만서도.

세째는 영화속 코코의 모습이 나의 할머니(키워주신 할머니)의 모습과 너무 닮았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미어졌다. 같은 황인종이라서 그런가 늙어가는 모습이 실사라고 해도 믿을만큼 현실적이더라. 다만 다른 점이라면 코코는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가족들이 그녀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북작대는 대가족속의 그녀가 너무 부러웠다. 왜냐면 치매를 앓는 노인이 그렇게 늙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이 멕시코의 현재 모습인가는 모르겠으나, 대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모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내 할머니의 영화같던 코코...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하여 결론은 볼만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열광하진 못했다. 만약 내가 죽음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강한 확신만 없었더라면 난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자, 이제 내가 왜 이 영화의 리뷰 쓰기가 그리 난감했는지 이해가 되시겠지.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오는 내내 만약 이 영화를 20대에 봤다면 어땠을까 궁금했다. 내가 지금 아는 것이라곤 이 영화가 내겐 너무 늦게 왔다는 것이다 . 하니...그저 가족의 사랑을 특별하게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심 되겠다 싶다. 각자의 개인사가 투영된 감상은 그들만의 것으로 남겨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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