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
에스터 헤리슨 지음, 김태정 옮김 / 재승출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우연히 길에서 만난 딸에게 자신이 암에 걸려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린 엘리자베스, 그녀의 딸 코코는 엄마가 죽을 것이란 사실보다 그 정보가 아빠와 새엄마, 자신의 애인에게 몰고 올 파장에 쾌재를 부른다. 다시 말해 자신이 엄마를 잃어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 마냥 기쁜 것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드시, 코코는 정상적인 부모밑에서 자란 정상적인 아이라고 보긴 어려운 아이다. 그런데 그걸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코코의 엄마 엘리자베스 역시 그다지 정상적인 엄마라고는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딸과 이별을 해야 하는 엘리자베스, 하지만 그녀의 딸은 현재의 상황을 슬퍼해야 하는건지, 가슴 아파 해야 하는  건지, 위로를 해야 하는건지, 위로를 받아야 하는건지 알 수 없어 한다. 감정의 혼란속에서 코코는 엄마를 간병한다는 핑계로 엘리자베스의 집으로 들어가고, 코코가 3살 이후로 함께 살아본 적이 없는 둘의 어색하고 긴장 넘치는 동거가 시작되는데...

 

이런 저런 책들 속에서 이런 저런 모녀들을 꾸준히 많이도 봐왔지만, 이 모녀 역시 최악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모녀의 모습을 보여주던 소설이었다. 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 그게 사실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행동만으로는 그걸 제대로 실천해보인 적이 없는 엄마 엘리자베스, 그런 엄마 밑에서 어딘지 많이 부족해 보이는 멘탈로 성장해버린 코코, 둘이 죽음을 앞두고 벌이는 이별 과정이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보는 내가 다 짜증이 날 정도였다. 둘이 진정한 모녀 사이라고 할만한 모습은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그냥 겉만 돌다 끝이 난다고 보면 되는데, 한두달만 같이 다녀도 이보다는 더 친하게 정이 들것 같은데, 엄마와 자식이라는 천륜임에도 서로 서로가 이렇게 낯설고 거리가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유럽 사람들이 차갑다고, 그래서 동양 사람들의 정을 보면 따뜻하다고 환장을 한다고 하던데, 그 말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갈 정도. 거기에 왜 작가들은 엄마와 비틀어진 관계는 늘 섹스중독으로 끝을 맺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거기에 정당성이나 개연성이 있다고 믿는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엄마의 기나긴 부재에서 오는 허전함을 이 남자 저 남자와 헤프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풀어내는 점이 참 마음에 안 들었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하도 난리를 처대니 어쩌면 그건 코코 네가 성욕이 강한게 아닐까, 다른건 그저 핑계가 아니고?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책임은 안지고, 핑계만 한가득인 사람들의 이야기. 뭔가 뭉클한 감동 비슷한 것을 원하신 분이라면 들지 마시길. 당신이 원하는 것은 전혀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드문드문 작가의 통찰력이나 문장에 빛을 발할 때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열심히 날아오르려 애를 많이 쓰는데, 결국엔 추락하고 마는 어린 아가새를 보는 듯했다. 뭐...이렇게 애를 쓰다보면 언젠가는 날아 오를 때가 있겠지. 그게 이 책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서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