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나르도 드카프리오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서도, 그런 그가 그의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는 말에 새삼 관심이 생겨서 보게 된 영화다. 뉴스에 의하면 레오가 이보다 더 고생한 작품은 없었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길래 도대체 어떻길래 했더니만, 정말로 고생도 이런 생고생이 없겠더라. 내내 감탄스러웠다. 레오처럼 곱상한 외모에 전세계적인 인기에 부에 사는데 부족함이 하나도 없을텐데, 그럼에도 쉬운 길을 마다하고 이렇게 힘든 역을 진지하게 하는걸 보면서, 레오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보게 됐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번에야말로 레오가 아카데미상을 드디어 거머쥐게 되지 않을까 추측을 하시던데, 진짜 내가 줄 수 있다면 하나 주고 싶을 정도로 레오의 고생은 엄청 났다. 그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묻고 싶어질 정도로. 영화를 찍으면서 한번쯤은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라고 후회한적이 없으시냐고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만한 생고생을 몸소 실감나게 보여주시는데, 객석에서 보다가 몸을 움츠리거나 깜짝 놀라거나 헉 소리를 지르거나 하던 것이 여러번. 도대체 보는 이로 하여금 질겁해할만한 장면들을 직접 찍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자못 궁금해졌다. 그들도 대체로 제정신인 사람들은 아닐 듯...
서두가 길었는데, 내용은 심플하다. 19세기 미국, 비버 가죽을 모으기 위해 인디언 구역이 들어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이 된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드카프리오 분)은 인디언 아내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 호크를 자신의 전부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백인들의 손에 아내를 잃고, 간신히 아들 하나 건진 글래스의 마음을 알리없는 사람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호크를 온전한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디언의 사나운 추적을 피해 산길에 오르게 된 글래스 일행중 피츠제랄드(톰 하디 분)는 편한 배를 버리고 먼 길을 돌아서 가야 한다는 말에 글래스에게 불만을 품는다. 정찰을 위해 먼저 나서던 글래스는 회색 곰의 습격을 받고, 목숨만 간단간당한 채로 발견되게 된다. 가야할 길이 구만리구만, 글래스의 상태가 심상찮은걸 본 대위는 부하 세명을 뒤에 두고 앞으로 가기로 한다. 뒤에 남은 사람중 하나인 피츠는 어차피 죽을거 내가 일찍 죽어주겠다며 입을 틀어막고, 이 장면을 본 아들 호크는 피츠를 막기 위해 저항을 한다. 호크와 업치락뒤치락하던 피츠는 그를 죽이고, 자신의 눈앞에서 아들이 살해되는 광경을 본 글래스는 분노로 어쩔 줄 모르지만 중상때문에 한마디로 할 수 없다. 호크를 죽인 피츠는 어차피 죽을 놈이라면서 글래스를 남겨두고 앞서간 일행을 따라가게 되는데...과연 글래스의 운명은?
간단하게 말해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담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 왜냐면 어찌보면 그게 다라서 다른 흥미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루하다. 예전에 <앙투라지>라는 미드에서 스타 배우 빈스가 출연한 영화가 모두의 큰 기대를 얻고 개봉을 했는데 다들 지루해서 경악을 하던 에피소드가 떠오르면서, 그 정도로 참담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레오의 작품 치고는 재미가 덜하긴 했다. 그러다보니 남는 것은 온갖 고생을 다하고 있는 레오의 연기. 그와 톰 하디의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던데 , 그것만큼은 대단하더라. 그래서 레오가 아카데미상을 탈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는 글쎄? 지 싶다. 원래 상이라는게 물론 연기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주기도 하지만, 배역 자체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약간의 감동이 있어야 되는게 아닌가? 말하자면 배역 자체가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 이 작품속에서의 글래스는 캐릭터가 평면적이다. 생명력과 가족애가 전부인.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간당대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것을 염두에 둘 여력이 없는 자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 영화의 글래스는 <장고>의 싸가지 남부 농장주 레오보다 덜 인상적이다. 심각하게 나쁜쪽이었지만, 매력만큼은 장고가 월등했다. 거친 자연을 상대로 어떻게 중상과 배신을 당한 한 인간이 살아남는가를 보여주던 요령피우지 않던 묵직한 영화이긴 했지만서도, 영화 자체로는 그다지 재밌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럼에도 만약 올해 레오가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는다면 그의 몸사리지 않는 연기를 다들 인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하겠다. 올해 본 어떤 영화에서도 레오만큼 고생한 배우는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