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년전, 공룡이 지구를 점령하고 있던 그때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비켜지나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으니 그후로 쭉 지구는 공룡의 세상이 되었을 것인데 그렇다면, 공룡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과연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겠는가라는 상상으로 말이죠. 간단히 말해 공룡이 현재 우리 인간과 같은 위치를 점하고 있지 않겠는가, 라고 제작진들은 가정을 합니다. 종에 따라 농사를 짓거나, 소몰이를 하거나, 약탈족이 되거나를 하고는 있지만 현생 인간이 하고 있는 것들을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되죠. 그에 비해 체격이 현저히 열등한 인간은 공룡에게 해충같은 존재가 되어 공룡이 열심히 모은 식량을 훔쳐가는 존재로 전락하고 맙니다. 비유를 하자면 쥐나 고양이 같은 신세가 된 것이죠. 여기서 공룡과 인간이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면 둘 사이에는 충돌만이 있었을까요? 이왕 엉뚱한 상상을 하는 김에 우리 한번 크게 나가보는건 어떨까요?

삼 형제중 가장 작은 아이로 태어난 알로는 농장을 하는 부모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공룡입니다. 그에게 유일한 걱정거리라면 외소한 외모만큼이나 겁이 많았다는 것이죠. 그는 자신이 한몫을 하는 공룡으로 성장하지 못할까 걱정이고, 그건 알로의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답니다. 알로가 언제나 두려움을 껴안고 사는 아이로 남아있지 않기를 바란 알로의 아빠는 그에게 새로운 임무를 던져줍니다. 곡식창고를 잘 지키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알로는 창고의 옥수수를 훔치는 인간 아이를 보고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살려 보내줍니다. 이에 알로의 아빠는 대노해서 그의 뒤를 쫓아가게 되죠. 하필이면 그때 거대한 폭풍이 몰려와 인간을 쫓던 알로의 아빠는 강물에 빠져 실종되고 맙니다. 자신의 어이없는 실수로 아빠를 잃어버린 알로는 크게 마음의 상처를 입습니다. 하여 다시 나타난 인간 아이에게 그가 분노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겠죠. 너 때문이야를 외치면서 인간아이의 뒤를 쫓던 알로는 강물에 빠지게 되고, 결국 길을 잃어 버리고 맙니다. 집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감을 못잡는 알로 앞에 인간아이는 홀연히 나타나 도마뱀을 내려놓고 도망가는데요, 과연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요?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된 영화인데, 무엇보다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보게 되서 좋았던 영화입니다. 보통은 영화관에서 떠들거나 울거나 웃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눈살을 찌프리기 마련인데요, 이 영화만큼은 오히려 그것이 공감대를 높여주더군요. 영화관이 아니라 집에서 가족들하고 월드컵 중계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알로의 아버지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 갔을때는 한쪽에서 죽었나봐 하더니 다른 한쪽에선 흑흑흑 우는 소리가 났고, 알로와 스팟이 땅다람쥐와 노는 장면에서는 다들 왁자하게 한바탕 웃어 제끼더라구요.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악당 익룡에게 당하는 장면에서는 다들 흥분하고 난리가 났었지요. 장면장면마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상황을 설명하고 훈수를 두느라 소곤대는 소리가 들려오던데, 아이들 특유의 해석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내 안의 소리가 밖에서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참 나...아이들과 영화를 보는 것이 이렇게 재밌는데, 왜 어른들은 아이들을 영화관의 적처럼 생각하는 것일까 싶더라구요. 오히려 아이들이 그렇게 재밌어 하면서 집중해서 보니, 같이 보는 저도 덩달아 영화가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런면에서 아마 이 영화는 저 혼자 봤다면 재미가 덜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시선에서 보려니 한층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거든요.

해서 결론은 재밌습니다. 공룡이 인간처럼 살아가는 모습이나, 인간이 마치 야생 들짐승처럼 살아가는 모습도 의외라 흥미로웠고, 그 인간이 공룡의 애완 동물이 되어서 우정을 나누게 되는 과정도 설득력이 있었어요. 인간을 개처럼 그려놨던데, 얼추 그럴싸 하더라구요. 거기에 무엇보다 자연을 그려놓은 배경 그림이 압권이었어요. 반딧불이 숲이나 새를 쫓아가는 장면들, 그리고 강물을 그려놓은 것들은 어떻게 저걸 그려냈을까 싶을 정도로 정교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더군요. 영화의 설득력을 높이는데 한몫 하지 않았는가 합니다. 그외에 이 영화를 보면서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건 바로 <주토피아>의 예고편이였어요. 왠만하면 예고편에 박장대소하지 않는 편인데, 주토피아의 예고편은 예외더군요. 교통국을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 나무늘보라니, 도대체 그런 냉소적인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원...미국인들의 천부적인 풍자 감각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아서 크게 웃고 말았네요.  언제 상영을 하게 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기다려지는 애니를 하나 만난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좋은 영화 한편을 보고 나오면서 기대되는 영화 한편에 눈도장을 찍고 나왔으니,  꽤 만족스런 영화관 나들이였지요? 하여 괜찮은 영화관 나들이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려요. 특히나 영상미가 압권인 영화라서 큰 화면으로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전 더빙으로 봤는데, 자막판을 찾지 못하신다면 것도 나쁘지 않더을 것 같더군요. 아이들과 보기엔 더 낫더군요. 화면에 집중할 수 있고 해서...하니, 누구와 보실지를 감안하셔서 고르시면 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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