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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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을 좋아하고픈 마음에 그간 출간된 책들을몇 번 보기는 했는데, 도무지 알길이 없었더랬다. 그림이 아름답다는 것 외에 이야기가 특별히 재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왜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혹시 그 당시에는 그림책을 잘 그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토록이나 유명해지신걸까? 내내 의아했었는데, 드디어 결정적으로 그 의문을 풀만한 책을 만났으니 바로 이 책이다.

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다시 말해 베아스트릭스 포터의 모든 책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그리고 난 이 책을 보고 나서야 비로서 이해하게 되었다. 왜 피터 래빗이 그렇게 인기 있었는가 하는 것을. 그리고 그건 결단코 거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대를 지나 읽어도 결코 뒤지지 않은 매력을 지닌 포터의 책들. 아기자기 귀여운 동물들 그림들도 특색있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야기 역시 참신하고 매력적이었다. 그간 간간히 나온 포터의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갸우뚱한 것이 잘못도 아닌게, 하필이면 그녀의 책들 중에서 별로 재미없는 것들만 단 권으로 출간된 모양이더라. 하여 모든 책을 망라하여 읽어보니 그녀의 매력이 여실히 보인다.  삽화가로써의 예술가적인 자질은 물론이고, 이야기꾼으로써의 재능 역시 차고 넘치시는 분이었다는 것을. 다만 문제라면 23권이나 되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책들의 재미가 길쭉날쭉하다는 것일뿐.  하지만 그건 비단 포터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작가들 대부분은 작품의 질이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다. 하니 독자인 우리들로써는 그 모든 작품을 합산해서 계산하기보단 그 중 어떤 것이 출중하냐 그걸로 기억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렸다. 다시 말해 한 권이라도 출중한 책이 있다면 그걸로 좋은 작가라고 칭해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한권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계산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가정하에 전권을 다 흝어본 내 입장에선, 베아트릭스 포터는 인기를 누려도 마땅한 그런 작가였다. 그녀만의 고유한 개성을 특색있게 담아낸 것은 물론이요, 그녀의 특별한 마음씨까지 내용속에 적절히 투영시켜 보여주는데 미소를 감출 길이 없었다. 특히나 여자라면 아기자기 인형 놀이를 좋아하고 차와 파이와 옷매무새에 관한 엄마 같은 그녀의 시선에 공감대를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동물들을 세밀히 관찰한 데서 오는 현실적인 데이타에 적절한 의인화와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탁월까지는 아니래도 개성넘치는 이야기꾼으로써 그녀만의 매력은 충분하지 않았는가 한다. 이렇다보니 그녀가 시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동화 작가로 여겨지는 것도 이해가 가더라.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과연 이 책을 요즘 시대 아이들이 좋아할까 라는 생각에는 의문이 들긴 하다. 좋은 이야기이고, 여전히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요즘같이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녀의 소박하고 다정한 이야기가 과연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그녀의 명성이 오직 우리 같은 어른 독서꾼들에게만 이어지는 건 아닐까 싶어 좀 안타깝긴 하다. 어쩌면 먼 미래에 베아트릭스 포터의 책을 읽는 사람은 더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어쩜 사람들 기억속에 남는 것은 그녀가 책속에 그려낸 다양한 동물 삽화뿐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것의 생명력만큼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 이 책을 읽어서 좋았다. 그녀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좋은 작가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이 책을 보고 알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포터가 베아트릭스 포터에게서 온 것이라고 한다. (실은 과거에도 알고 있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이젠 나도 내 기억을 확신하지 못한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두 작품속 인물들이 연결되는 황홀한 느낌이랄까. 다른건 몰라도 영국, 탁월한 이야기꾼을 배출해낸다는 점만큼은 인정을 해줘야 할듯...포터들이여~~~영원하시길...추신--합산해서 기억하지 말자고 해놓고, 이 책에 대한 점수는 합산해서 매기게 된 점 양해 드립니다. 좋은 작품도 있지만 뒤로 갈수록 작품성이 좀 떨어지는 작품들이 늘어나더군요. 그당시 포터양의 몸이 좋지 않아서 간신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냈다고 합니다. 독자들을 위한 그녀가 애를 쓴 것이지요. 그러니 피터 래빗의 참 맛을 알고 싶다시는 분들은 주저없이 이 책을 드셔도 상관없다는 점을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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