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카랑 함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보고 왔어요. 이왕이면 큰 화면으로 보라고, 먼저 보신 블러거들의 조언에 힘입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천호 CGV 아이맥스에서 보게 되었는데 , 글쎄 보고나니 과연 큰 화면으로 봤어야만 했을까 의문이긴 하더라구요. 근데 그게 알 수가 없는 것이 작은 화면으로는 어떨지 작은 영화관에서는 본 적이 없으니 비교 불가이긴 해요. 다만, 3D로 봤는데, 그닥 3D 효과가 큰 것 같지도 않고, 화면이 크다고 감동이 더한것 같지도 않으니 그게 만족스럽진 않더라구요. 천호 CGV 아이맥스는 화면이 너무 커서 뒷쪽에 앉아 보는 것이 좋다고 하길래 뒤에서 봤는데, 그것때문에 아이맥스의 압도적인 화면발을 느끼기 못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여간 화면에 관한 불만은 이쯤해서 접기로 하고...
내용은 전작들의 오마주를 이것저것 끼워넣었다고 하던데, 전작들의 리바이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지 않았는가 싶더라구요. 자신의 혈통을 모르는 채 쓰레기장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혐오를 느끼고 저항에 나서게 된 군인, 그를 우연히 도아주게 된 우주 사기꾼 솔로에 마스코트격인 로봇, 그리고 부자의 갈등까지...등장하는 주인공들만 살짝살짝 바뀌었을뿐 1편의 이야기 구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덕에 스타워즈 전작들을 깡그리 알지 못하고 본다고 해도 새로운 이야기로 무리없이 즐기기에 지장이 없었어요. 저만 보는게 아니라, 조카와 함께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녀석이 이해를 못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됐었거든요. 다행히도 어린아이라도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없을만치 단순하고 분명하게 흘러 간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더불어 스타워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스타워즈의 올드팬이라면 향수를 느끼면서 볼 수 있는 장점 역시 가지고 있더라구요. 맞아, 스타워즈는 그런 이야기였지 라면서요. 스타워즈 4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었다면 아마도 이 7편 역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둘 다 아주 아주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전작들을 기억하고 있는 저로써는 7편에서 의외의 곳에서 단점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가장 커다란 것은 어떻게 4편이 나오고 수십년이 흘렀는데 그 사이 매력적인 배우가 이렇게 없다는 것이냐 하는 것이었어요. 여주인공을 빼면 매력적이라고 할만한 배우가 전혀 없더군요. 오죽하면 악역으로 나오는 다크 제다이가 투구를 벗을때마다 소리를 치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거 다시 뒤집어 쓰라고...그걸 보니 아무리 악역이라도 어느정도는 매력적이여야 집중이 되는가 봐요. 너무 평범한 사람을 악역으로 만들어 놓으니 ,김이 새는 기분이랄까, 그 누구도 응원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었답니다. 영화 보는 내내, 아, 해리슨 포드가 정말 시대를 뛰어 넘는 대단히 매력적인 배우였구나, 우린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구나, 라는걸 깨달은 외에, 왜 그 많은 돈을 들이고도 배우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것일까, 매우 궁금해 지더군요. 뉴스에는 이 영화에 까메오라도 출연하겠다고 줄을 선 배우들이 늘어섰다고 하던데, 그 잘난 배우들은 다 어디로 가고, 무매력배우들만 나서서 이렇게 흥이 깨놓고 마나 매우 아쉬웠어요. 이야기가 이 정도로 단순할 시에 배우들만 매력적이면 참으로 멋진 영화가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사실 영화관을 나올때는 안도하는 심정이었답니다. 조마조마했거든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을까봐서...다행히도 소문날만한 잔치긴 하더라구요. 과거의 유산을 올드하지 않게 되살려 놓았으니 말여요.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아도 좋겠다 싶었어요. 8편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꼭 봐야겠는걸 이라는 생각으로 나오긴 했는데....시간이 흐르고 나니 기억에 더 남는건 이 시대의 매력적인 배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라는 것이네요. 해리슨 포드를 대체할만한 그런 배우를 우린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늘 뭔가 대체할만한 것이 무궁무진하게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로써는 조금 충격이었네요. 예전에 읽은 책에서, 회화는 발전이라는 것이 없다고, 과학과는 달리 축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천재가 죽는 순간 진보는 멈추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것이 연상이 되었어요. 결국 오로지 인간 자체에 의해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은 발전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인가봐요. 인간이라는게 그렇게 유일무이하고 대단한 존재인데, 우리는 그걸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하여간 스타워즈를 보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대체불가한 매력적인 인간에 대한 칭송으로 끝을 맺게 되었네요. 그래서 추천이냐 아니냐를 물으신다면,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완벽하게 흡족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불만스러운 영화 역시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스타워즈의 영광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보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왜냐면 그 추억들을 고스란히 되새기게 해줄 것이거든요. 한 세대가 가고, 다른 세대가 오고 있네요. 이 영화는 그걸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늘 우리는 미래가 더 나은 세대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때론 과거의 세대 역시 찬란했음을, 그리고 어쩌면 그 세대를 자랑스러워 해야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뭐...늘 말하지만 뭐를 느끼게 될것인가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니, 당신이 무엇을 느끼게 될까는 영화관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