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 - 부모와 교사를 위한 하버드 교수의 자전적 멘토링
캐서린 엘리슨 외 지음, 윤영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왜 집어 들게 되었는지는 명확하다. ''부모와 교사를 위한 하버드 교수의 자전적 멘토링' 이라는 표제에 궁금증이 일었고--아마도 하버드에--ADHD 판정을 받은 문제아가 어떻게 하버드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라는 문구에도 솔깃했다. 나 역시도 학벌에 연연하는 속물이라 그런지 그런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버드에만 방점이 찍힌건 아니고, 어떻게 저자가 역전에 성공했을까 그게 궁금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의 성적으로 대학교가 결정이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고등학교 중퇴자가 어떻게 하버드에? 그게 가능한가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학교 성적이 하도 낮아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저자가 하버드 교수가 되었다는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의 서구 결정판 같은 이야기, 읽기도 전에 내용이 대충 그려지면서, 뭔가 건질게 있을 거라고 난 지레 짐작했다. 하버드 대학교 교수를 할 정도면 명철할 것이고, 그런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니 얼마나 풍부한 사례들로 가득하겠는가 라는...돌아온 탕아가 자신의 개과 천선 과정을 직접 설명한답니다, 여러분! 다들 앞으로 물려 나와 귀 기울여 들어 보세요, 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책 자체가 말이다.


결론만 말하면 나 혼자 너무 앞서 나간 모양이었다. 알고보니 제목이 저자가 단순히 ' 사고뭉치' 라는건 굉장히 언어를 순화시킨 것이더라. 그는 한마디로 불량배였다. 아주 아주 어렸을 적부터. 시도때도 없이 드는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ADHD를 앓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찌나 밉살맞게 행동을 하던지 말이다. 주변 사람들이 애가 타고 속이 타고 그러다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훤하게 들려왔다. 그냥 단순히 장난을 치는게 아니라 애가 정말로 타인에게 해가 될만한 행동을 한다. 그것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해보도 싶다는 이유로. 지나가는 차에 창문에 돌을 던지지 않나, 동생들을 위협하고 못살게 구는건 애교 수준이고, 평생 폭력을 습관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적은 없다고 자랑하지만, 폭력 못지 않게 주위에 해를 끼치고 다녀서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저자는 폭력과 그냥 못되게 구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 같던데, 사실 당하는 입장에선 그다지 차이가 없다. 싫은건 마찬가지니 말이다. 해서 버스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규칙은 지키지 않으며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을 다발로 하고 다닌 덕분에 학교에서 왕따 신세가 된 저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솔직히 억울한 것은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들 아닐까 싶어 가소롭더라. 더 웃긴 것은 그가 자신의 밉살맞은 행동 덕분에 몸집이 더 큰 학생의 폭력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을 아주 아주 괴롭게 묘사한 대목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한 행동은 수긍할만한 행동이고, 자신이 남에게 얻어 맞은 것은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던데, 당장 반발심이 들었다. 적어도 저자라면 균형감각이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왜 자신이 남에게 끼친 해는 별게 아니고, 자신이 당한 것만 대단한 일이라는 것인지...거기서부터 이 책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아졌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던지 간에, 그의 왜곡된 시선을 통해 보여진 것이니 올바른 것일 거라고 생각되지 않아서 말이다. 그가 학교 폭력을  그렇게 소리높여 고발하고 싶었다면 자신의 행동 역시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되는거 아니었을까. 그는 학교에서 자신이 맞는 것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억울해 하던데, 아마 내가 거기에 있었다해도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고소해했을지도 모른다. 잰 맞아도 싸, 누군가 내 대신 때려주니 얼마나 감사한가 하면서...아마도 이런 사고방식들이 학교 폭력을 심화시키는 과정이 되겠지만서도, 그걸 알면서도 저자의 행동은 참기가 힘든 수준이었다. ADHD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그걸 넘어서 저자에게 소시오패스나 아스퍼거스 증후군이 살짝 있는게 아닐까 싶을정도였다. 본인은 그걸 모르는 것 같던데, 나중에 진단을 해보면 그런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 그저 장난이었다고 생각하던데, 그건 정말로 정상을 벗어나는 이야기니 말이다.


그렇게 한때 밉살맞은, 범죄자의 미래가 예약되어 있었던--빈말이 아니고 진짜로. 그는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 범죄에 가담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가 교도소에서 인생을 끝내지 않는 것은 그저 다만 그가 너무나도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걸린 적이 없었기에--그가 19살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부터 그래도 제 궤도에 올라 지금은 대학 교수로 있다는 이야기...다행이긴 하다. 이 사람 머리가 좋아서 만약 범죄의 길에 빠져 들었다면 상상을 초월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를 잘만 보살피면, 그리고 믿어주면, 악순화의 고리가 아닌 선순환의 고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 책을 통해 강변하고 있었다. 문제는 선순환이라고. 언제나 아이를 그쪽으로 밀어 주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이다. 왜냐면, 사고를 치고 다니는 아이의 마음 속에도 실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저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러고 있는 것일뿐이라고 말이다.


ADHD가 이렇게 파괴적이구나 라는걸 알게 되었다. 남에게 해를 끼치고 싶은 충동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우리 사회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니 말이다. 저자 말에 의하면 지금 어엿한 교수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도 사실 그 충동은 어렸을 적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지금은 그 충동이 벌어질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일뿐. 그러니까, 어른이 되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다만 충동을 조절하는 짠밥이 는 것이라고나 할까. 사람들과 어울려 살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충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며 산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게 아닌 일. ADHD 가졌다는 것이 참 현대 사회에선 적응하기가 힘들겠구나 싶었다. 아이가 그럴지니 그걸 바라봐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 타들어 가는 것은 뻔한 일...그런 부모들에게 어쩜 이 책은 그래도 어두운 밤에 빛나는 등불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적어도 희망을 주니 말이다. 거기에 부모에게 아이를 놓치 말라고, 그게 아이의 인생을 좌우하는 버팀목이라고 설명하는데 이해가 갔다. ADHD가진 아이들을 키우면서 좌절하고 어리둥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하는 부모님들이 보심 좋을 듯 싶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행동 하나 하나로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뭐, 미래까지는 아니라도 고통의 크기는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는가. 내진 서로를 바라보는 이해의 눈길이 깊어질수도...하니 사고뭉치를 넘어서 이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이신 분들은 한번은 보셔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보기엔 좀 역겨울지도...하여간 이런 아이들을 키워 내는 부모님들 기타 선생님들은 대단하시다니까. 나는 인내심이나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 일은 못하겠다 싶다. 하니 ADHD가 있는 아동을 키우시는 부모님들은 기억하시길....늘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를 놓치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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