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


미나토 가나에의 책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던 작품. 원래 미나토 가나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히 일드 <N을 위하여> 1화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1화가 상당히 신선하고 충격적이라 눈을 뗄 수 없던데, 일본 드라마 관계자들이 워낙에 연출력이 좋아서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온것인지, 아니면 원작 자체가 그렇게 좋았던 것인지 저의기 궁금해서 말이다. 아, 물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기다리고 있자니 좀이 쑤셔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서도...


내용은 초호화 고층 아파트에서 부부가 살해된 채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장에 있었던 네 사람을 취조하던 경찰은 그 중 한 명이 자백을 하자 살인죄로 그를 기소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우연히 그 장소에 모인 것이었다고 말하던 네 사람은 각자의 기억대로 당시를 회상하는데...


네 사람, 살인 사건, 10년뒤의 회상, 그 네 사람에 얽힌 사연, 과연 진실은? 이라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기게 하던 작품이다. 과연 드러난 진실과 그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 사이에 어떤 괴리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괴리는 어쩌다 생긴 것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안 볼 수가 없었다. 설정이나 풀어가는 전개등에서 뜻밖이다 싶을 정도로 탄탄하다는 점이 장점. 특히나 그 네 사람중 유일한 여주인공인 스기시타 노조미의 인생 역정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좋을만 했다. 데릴 사위로 들어온 아버지가 17년간의 헌신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단지 자기 마음대로 한번 살고 싶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다 내 쫓았다는 이야기. 도무지 어디서고 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그게  묘하게 신빙성과 호소력이 있어서 말이지, 홀딱 넘어가고 말았다. 단점이라면, 그외 다른 주인공들에 대한 묘사 부분에서 공감하기 힘들었다는 점과 현재와 과거를 회상하는 씬이 늘어나면서 같은 문장들이 자꾸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대체로 극도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등장시킴으로써 리얼리티를 해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그러니까 한마디로 지나치게 극단적이라서 공감하기 힘들었다는 뜻--이 작품속에서도 결국엔 그런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별로였다. 그런 사람들을 빼고 보통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면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이상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켜야 하는 것이 작가 특유의 전개 방식인가 보다. 그녀가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글이 써진다고 한다면, 독자로썬 적응하는 수밖엔...그게 싫음 읽지 않음 되니 말이다.  아직 드라마가 1회밖엔 방영되지 않아서 확신은 못하겠으나, 아마도 작품성 면에서는 드라마가 좀 더 낫지 않겠는가 한다. 다른건 몰라도 일본 드라마 제작진들, 별거 아닌 원작들을 가지고도 뚝딱뚝딱 근사한 드라마를 잘도 만든다니까. 그것 하나만은 인정해 줘야 할 듯...


                 우편 주문 신부/ 마크 칼레 스니코/★★★☆☆



일단 이 책은 19금이다. 뭐, 내 기준에만 그런가는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왔는데, 아무나 빌려 갈 수 있는 서가에 꽂혀 있던 만화책에 이런 내용이 숨겨져 있어서 살짝 놀랐다. 뭐, 이런 정도는 요즘 청소년들이 봐도 아무 지장이 없으려나? 하긴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가질 만한 나이가 아니긴 하겠다 싶지만서도...


우편 주문 신부...제목만으로 반발심이 들만한 작품인데, 보게 된 이유는 표지에 보이는 한복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한복 같아서, 설마 한복? 이라고 들여다 봤더니 진짜 한복이다. 한복에 담배라...거기에 우편 주문 신부라. 뭐, 이 정도면 이 작품에 대해선 설명은 거반 다 한듯 하다. 캐나다의 39살 숫총각 몬티는 우편 주문으로 한국인 경을 신부감으로 데려온다. 작은 동양인 여인을 기대했던 몬티는 키가 큰 경을 보고는 실망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그는 실망감을 누그러뜨린다. 경 역시 한국이 싫어 모든 것을 잊는다는 심정으로 캐나다에 왔지만, 만화책 가게를 운영하면서 크지 않는 아이처럼 집안 가득 장난감을 모으고 살아가는 몬티가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선 두 사람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일. 한편으로는 실망감을 감추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앞으로는 행복했음 좋겠네 라는 희망을 안고 둘은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순종적이고, 근면하고, 가정적이고, 고분고분한 동양인에 대한 환상이 있는 몬티가 과연 산전수전 다 겪은 현대적인 여성 경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덜 자란 애들처럼 환상에 절어사는 몬티에게 경은 과연 사랑을 느낄수 있을까? 둘의 파국이 예정된 것이라면, 남은 것은 이제 언제 그것이 터지는가 하는 것일 터... 탈출구를 찾던 경은 우연히 사진 작가 이브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누드 모델 제안에 응하면서 예술이라는 일탈로 나가가게 된다. 그런 경을 바라보는 몬티의 눈에는 불안감과 질투가 가득한데, 과연 이 커플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이 과연 부부로써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팔려온 신부, 라는 말이 맞겠지? 팔려온 신부가 타국에서 이렇게 살아가겠구나 라는걸 뜨악하고 끔찍한 심정으로 보게 된 책이다. 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읽기가 더욱 더 끔찍하던, 물론 여기엔 살인이나 그런게 없지만서도, 이런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것 자체가 이미 끔찍한 일이라서 말이다. 작가가 어디서 어떤 경로로 경이라는 이 책의 주인공을 만났는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분명히 모델이 될만한 사람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리얼리티 있어서 말이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렇게도 행복은 잡기 힘든 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저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자신을 내버린다는 것의 결과가 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순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성 면에서는 거짓이 섞이지 않는 수작이나, 솔직히 이런 책을 읽고 싶은가는 의문이다. 내용을 알았더라면 아마 읽지 않았을지도...오해는 마시길. 주인공이 한국인이여서 그런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저 인간으로써, 읽기 힘들었다는 것일뿐.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박현희/★★★☆☆



고등학교 선생님인 저자가 사회학인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전래 동화의 다시 읽기 내진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던 책.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만큼 좋았다. 물론 이 작가의 견해에 다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그럼에도 동의를 넘어 한 수 배웠다고 할 만한 곳도 군데 군데 있었다. 한국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떡이고 존경스러워 보긴 또 오랜만 인데, ( 오해는 마실 것이, 이럴때의 오랜만은 일주나 이주 정도의 기간이다. 이는 지루한 것을 못 참는 나의 성향상, 독서 주기가 시간 주기보다 짧기 때문이다.). 다만 알아두셔야 할 것이 이때 재해석의 상대가 주로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학생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심 된다. 그걸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래 동화를 사용한 것이고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들의 거짓말을 이해하라는 부분이었다. 비교적 자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어른들에 비해 모든 것을 통제 받아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거나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밖엔 없는 것이라고 하던데, 일리 있지 했다. 하니, 거짓말 했다고 그들을 추궁하고 다그치기 보단 이해하는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라고 하시는데, 전적으로 공감이다. 오히려 내가 왜 그걸 진작에 생각하지 못했는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어렸을 적에 어른이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내 맘대로 , 그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어른이 되고 보니 편리하게도 그건 까맣게 잊어 버리고, 너희들은 뭐가 불만이냐, 불평할게 뭐가 있냐면서 고개를 저었더랬으니... 그런걸 보면 기억력이란 참 편리한 것이고, 우린 우리들의 기억력을 너무도 과신하는 경향이 있는가 보다. 하여간 아이들의 거짓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든다. 지금 내게 필요한 정보라서 더 그렇게 느꼈는가는 모르겠으나...그 외 외로움 때문에 백설공주가 자꾸 문을 열어준다는 해석이나, 싫어하는 것들을 굳이 좋아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도 맘에 든다. 이 모든것을 합해서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작가가 참 마음이 따스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인 해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는 파워를 가지신 분이었는데, 그걸 자신을 위한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힘으로 사용하시는걸 보면서 말이다. 이런 선생님이 아직 존재한다는 자체가 아직은 우리 학교에 희망이 있다는 것 아닐런지...그리고 그 선생님의 눈엔 아이들의 희망이 보인다고 하시니, 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싶다.


고등학생들이 보면 더 좋을 것 같던 책으로, 더 확대해 보자면 학생을 자식으로 둔 학부형들이 읽으셔도 좋지 않을까 한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한 선생님의 눈으로 본 이야기니,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귀 기울여 들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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