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의 입학 사정관으로 16년째 일해온 포샤는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학부형과 학생들의 절박함이 딱히 공감가지 않는 싱글 여성입니다. 같은 대학의 영문과 교수와 10여년 넘게 동거를 하고 있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 거의" 가족 같은 관계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입학 처장이 은퇴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자, 포샤는 차기 입학 처장이 되기 위해 돋보이는 실적을 쌓기로 결심합니다. 그것이 다른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무명 신생 고등학교로 그녀가 찾아간 이유죠. 그 학교 선생인 존은 이번에 자신의 학교에서 첫번째 졸업생을 배출하게 되었다면서 한 명의 학생을 주목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가 바로 제레미야죠. 잡화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둔 그는 독학으로 공부한 내공이 엄청난 학생이었습니다. 그와 몇 마디를 나눠본 뒤 포샤는 제레미야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프린스턴의 재목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레미야의 잠재력을 확신한 존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죠. 포샤는 헛수고 하는 셈치고 지원 서류를 보내 달라고 하고, 그걸 본 순간 다시금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걸 알게 됩니다. 제레미야의 내신이 엉망이었기 때문이죠. SAT를 거의 만점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프린스턴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알았으니까요. 그때 존은 포샤에게 폭탄 하나를 터뜨리고 갑니다. 제레미야가 바로 그녀의 아들이라는 것이었죠.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화를 내던 포샤는 존이 가져온 제레미야의 출생증명서를 보고 망연자실하고 맙니다. 자신이 대학 시절 낳아서 입양 보낸 그 아이가 분명했기 때문이죠. 한순간에 입학 사정관에서 학부모가 되어 버린 포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프린스턴의 입학을 허락받을 수 있을까요? 존이 선물로 준 <세계 최고의 엄마>라는 적은 트로피를 쓰다듬으면서 포샤는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되는데요...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두 주인공, 티나 페이와  폴 러드때문에 본 영화였는데, 두 배우의 이름값을 하던 괜찮은 작품이었다.  인간적인 주제엔 마음이 쏠렸고, 코미디 물임에도 작위적이거나 강요하는 웃음이 아닌 공감가는 상황과 대사로 웃게 만든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런걸 두고 어깨에 힘을 빼고 연출을 한다고 하는 것이겠지.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이해 되면 웃던가라는 가벼운 뉘앙스가 자신감 있어 보여 좋더라. 현실을 바라보는 지나치게 맹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나가지도 않은 균형잡힌 감독의 시선도 마음에 들었는데, 한쪽에만 치우친 일방적인 견해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각자 입장을 들려준다는 것도 호감이 간다. 덕분에 대학 입학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짧은 시간안에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이상을 지향하는 흑백식의 지루한 토론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사정이 담긴 이야기들이라서 더 공감이 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을 들라하면 주인공 포샤의 심경 변화에 따른 그녀의 행동 변화를 보는 것이었다. 한점의 헛틈도 보이지 않는, 바늘에 찔려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던 그녀가 말랑말랑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무척 즐거워서 말이다. 처음엔 여자이면서도 아이라면 근처에 가지도 않는 그녀가 당최 이해되지 않더니만, 나중에 자신의 아들을 입양 보낸 아픔이 있다는걸 알고나니 그제서야 이해가 되더라. 자신의 아이가 어디에서 어떻게 크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아이를 귀엽다고 안고 쓰다듬어 주겠는가? 해서 나중에 찾은 아들 때문에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모성애를 발견해가는 포샤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귀엽기 그지 없었다. 인간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특히나 제레미야가 쓴 성장 에세이를 읽으면서 포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너무도 그럴듯해서 나도 울컥했다. 어떻게 그런 장면들을 생각해내고 연기를 하는지,  몇 컷 되지 않음에도 포샤의 아픔과 그리움, 미안함과 대견함등을 순식간에 보여줘서 놀랐다. 코미디물에서 절제미를 논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어쩌면 절제미라는 것은 진실의 다른 말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은 시간안에 모든 것을 표현하더라. 어찌나 설득력 있던지, 그 다음에 오는 포샤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을 정도. 자연스런 상황 전개란 것은 바로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어떻게 보면 그냥 가볍게 볼만한 코미디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데, 자세히 보면 그보단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웃기는 듯 싶다가도 진지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티나 페이도 그렇고, 폴 러드도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 둘이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더라. 두 배우들에게 실망하지 않아서 무척 다행이었다. 망작이면 어쩌나 불안했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서 이건 원작이 있을 것 같은데 싶더니만, 역시 그렇단다. 나중에라도 챙겨볼 생각이다. 영화가 딱 내 취향의 작품이라, 아마도 책도 그렇지 않을까 기대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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