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는 알지만 [캡틴 하록]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사람으로, 단지 류승룡이 더빙을 하셨다기에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궁금해서 보게 된 영화다. 알고보니 그것은 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나은 점으로 작용했는데, 왜냐면 나는 과거의 하록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지금의 하록에 거부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애정만화 주인공 필이 나는 정감 넘치는 하록과 달리 이번 하록은 칼에 찔려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인공미 쩔은 하록이었기에, 과거 하록의 팬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듯해서 말이다. 뭐, 내가 봐도 그 차이가 엄청났으니, 그들이 어이없어 하는 것들이 이해가 가긴 하다. 이름과 코스프레만 똑같을 뿐, 전혀 다른 분위기의 등장인물을 같은 사람이라고 우기니 얼마나 생경했겠는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아니면 적응이 영 안 되거나.

뭐, 일단 줄거리는 우주의 반역자이자 해적선의 선장이 되어 나타난 하록과 그를 저지하려 혈안이 된 우주 위원회 가이아의 대립으로 시작된다. 지구를 멸망시켰다는 죄책감에 우주의 시간을 되돌려 초기화 시키려는 하록과 자신의 실수로 형을 불구로 만든 죄책감에 하록을 암살하기 위해 하록의 선함에 잠입한 야마...서로를 적대시해야 마땅한 둘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파괴했다는 공통의 죄책감때문에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이 가이아 위원회에서는 환상이 지속되는 한 우주는 평화롭다는 모토하에 하록 일당을 저지하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만다. 지구의 멸망에 맞서 과연 하록과 야마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들에게 과연 희망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줄거리는 영화를 보면서 따라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그치기로 하고, 대충 내가 영화를 보면서 든 느낌만 정리하자면...

일단은 우주 배경이나 우주 함선을 표현하는 것들이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멋졌다. 이렇게 탁월하고 정교하게 우주 미래를 구현해 내다니, 비록 만화속에서지만 일본 사람들이 존경스럽더라.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하면 미국이 먼저 떠오르고, 그들의 스케일이야말로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그렇지도 않더라. 섬세하고 엄청난 기술력등은 미국 못지 않았으며, 어떤 장면들에선 애니라서 가능한 상상력들에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대단하다는것만은 인정해야 겠다.

두번째로 언급하고 싶은건 , 하록 선장이 망토를 휘두르는 장면이 왜 이다지도 많을까 싶었던 점이다. 툭하면 바람에 화르르~~망토가 휘날리던데, 일본어로 가꼬이, 즉 멋지다라는 감탄사를 듣기 위해 각고의 애를 쓰는듯한 느낌이었다. 문젠 처음엔 그래도 멋져 보였는데, 지나치게 남발하니 식상해지더라는 것. 오로지 가꼬이를 위해서만 그림을 그렸다는 느낌이랄까. 왜 꼭 이다지도 멋져 보여야만 하는지, 멋진 캡틴이 아니라 지적이고 영리하며 정감이 가는 캡틴이여도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멋지게 보이는 것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캐릭터의 인간미는 제대로 살리지 못한듯 보여서 말이다. 아마도 이런 겉멋 잔뜩 든 멋짐에 환장을 하는 것이 일본의 정서인 듯 보이긴 하는데, 우울한 천재, 완벽한 고독남, 인류의 운명을 한 손에 쥐고도 불평하지 않는 사내에 대한 일본의 로망은 사무라이의 잔재 때문일까? 일본 영화다 보니 일본정서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지만서도, 종종 심했다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살짝 오바다 싶은 것이지, 영화를 감상하는데 치명적인 결점은 아니었으니 감안해서 들으시길...

세째는 더빙판으로 봤는데, 그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나 기대했던 류승룡님의 하록이 별로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원작은 누가 배역을 맡았을까, 그는 이보다 더 잘 했을까가 궁금했는데,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오구리 슌이 했다고 한다. 원작 예고편을 보니 우리나라 더빙보다 훨씬 낫다. 그건 아마도 일본 영화의 색을 누구보다 일본 사람들이 잘 알아서 그런 것일 것이고,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일본 제작진이 더 적확하게 찾아낸 것일테지. 하여간 누가 더빙을 했는가에 따라서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던데, 만약에 보실 생각이라면 자막으로 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나는 다음에 볼 기회가 생긴다면 자막으로 보겠다. 정말로 원본 같다. 우리나라 더빙이 복사본 같다면...

네째는 3D영화로 본 건데, 보는 내내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이 3D 효과라는 것인지, 그것이 크게 다가오지 않아서 말이다. 2D로 봐도 3D와 별 차이가 없는게 아닐까 싶던데, 내가 잘못 본 것인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다섯째는 영화가 약간의 진화적이고 철학적인 고찰을 내용속에 집어 넣으려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절대 멸종하지 않을 것처럼 현재를 살아가고는 있지만, 멸종은 과거에 늘 반복되었던 사실이다. 그리고 미래에도 벌어질 사실이고 말이다. 그런 멸종이 있어 왔기에 현재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양 큰소리 땅땅 치면서 사는 기회를 얻은 것이고, 우린 이런 현재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 우리 역시 언젠가는 멸종될 것이라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종말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그렇다고 그걸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우리가 두려워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운명도 아니고, 또 그것이 아주 아주 먼 미래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런 이야기가 일반적인 대화속에선 흔하게 접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보면서 솔깃했다. 그걸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영화속 헛소리처럼 들려왔을지 모르겠지만서도...

2시간 여를 흥미진진하게 봤다. 다만 중간에 깜빡하고 졸길래 피곤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나처럼 졸았다는 분이 더 계시더라. 그 말은 즉, 어쩜 피곤해서가 아니라 지루해서 였을지도...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을 뿐이고, 영활 보는데 지장이 있는것이 아니었으니, 고로 결론은 재밌었던 걸로. & 볼만한 영화였던 걸로. 하지만 12세 이하는 관람시키지 않는 걸로. 재밌으면 조카 보여줄 생각으로 봤는데, 안 보여 주기로 했다. <그래비티> 이후로, 왠만하면 연령가는 지키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 영화 는 12살 이상가이면 적절하지 않는가 싶다. 해서 조카는 나중에 나중에 알아서 보라고 하기로. 12세 이상 되시는 분들 역시 알아서 하시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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