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왔다 - New York Story by Snowcat
스노우캣 글.그림 / 모요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고양이 노튼 시리즈를 출간한 미디어 2.0의 편집장 이 현수님 덕분에 알게 된 스노캣의 책을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우습지만 내가 블러그를 하게 된 계기는 노튼때문이다. 파리로 간 고양이를 너무도 재밌게 읽은 나는 아쉬운 마음에 책을 뒤적이다 표지 날개에 쓰여 있는 문장 하나에 주목하게 된다. 노튼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으신 분은 네이버 노튼네 클럽으로 와 달라는 말이었다. 호기심 삼아 찾아간 김에 이웃을 추가 하라는 단추를 보고 누르게 되었고, 이웃을 누르고 나니 내 블러그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연히 생긴 텅빈 공간에 장난삼아 한자 두자 어설프게 끄적이게 된 것이 어느덧 8년이 흘러 지금에 이르른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최초의 이웃으로 노튼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블러그를 하고 있을 수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녀 덕분에 나는 블러그가 굉장히 좋은 것이라는 선입견을 왕창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지금처럼 오래 하지도 애정을 가지고 있지도 못할 것이다. 지금은 블러그를 쉬시고 계셔서 오랜동안 소식을 알 수 없는 노튼님...아마 그녀가 아직도 블러그를 하고 있었더라면 이 책의 출간은 오래전에 알았을 것이다. 노튼님이 나서서 나발을 불어주셨을 테니 말이다. 책 출간이 아니라도 간간히 본인의 블러그를 통해 스노캣의 이야기를 들려 주시곤 해서 늘 귀동냥을 하곤 했었는데, 노튼님이 블러그 상에서 사라진 후로 잊어 버렸다. 스노캣에 대한 것을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책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새삼 감회에 젖고 말았다. 아, 맞다. 스노캣이 있었지. 내가 까맣게 잊고 있었네 라는 생각과 함께...


해서 감회에 젖어서 읽게 된 책. 스노캣의 책은 그간 몇 권 읽은 것 같은데, 이 번 권이 제일 맘에 든다. 노튼님이 블러그를 활발하게 하실때 스노캣이 뉴욕에 있다고 소개해 주셨었는데, 이제보니 그게 6년 전이란다! 하~~ 세월이 어쩜 이리도 빠르다냐 싶다. 1년 머물자고 했던 스노캣의 뉴욕행은 미국 체류 5년으로 연장이 되었고, 지금은 한국에 들어오신지 1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2년전이니까 ,이젠 한국에 들어오신지 3년이 된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입양이 된 고양이 나옹이와 함께 미국 살이 5년간을 담담하고 정겨웁게 그려내고 있던 만화책이다. 뉴욕이 배경이라고는 하나 스노캣 이 작가의 머리속에는 그저 나옹이 나옹이 나옹이 뿐이라서, 나옹이를 주연으로 한 동물 만화집 내진 사진집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니까, 뉴욕의 경치나 여행기, 내진 뉴욕을 더 잘 알기 위해 정보를 얻기 위한 용도로는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아는 사람 거의 없는 공간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나옹이와 함께 생활한 행복한 5년을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만화로는 나옹이의 깜찍함과 새침함을 제대로 만끽하시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간히 사진이 들어있는 것도 좋았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한 것이지만 사진을 보면 이 작가의 나옹이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대번에 짐작이 되더라. 피사체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 많아서 말이다. 


이런 말이 있다. 개를 보면 주인을 알 수 있다고. 그게 어느정도 사실이라면 이런 말도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를 보면 그 주인을 알 수 있다고 말이다. 스노캣에게는 행복하게도 그녀에게 너무도 어울리는 나옹이가 그녀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와 보낸 시간들을 충실하게 기억한다. 우리가 너무도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그러하듯이, 그녀는 나옹이에 대해 자신의 사랑을 온전히 바친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에서 종종 그러하듯, 그 둘 사이에는 기적이 일어난다. 스노캣이 정말 100% 과장없이 진실이라고 빡빡 우겨대는 사건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비오는 날 나옹이에게 먼지나게 맞았다는 것이나 약을 먹일때 차분차분 설명해 주었더니 그 다음부터 고분고분 먹는다는 것이나 칸막이 벽을 뛰어 넘고는 얌전히 앉아 있더라는 것등등... 난 정말로 그녀가 과장없이 100% 진실만을 말했을 것이라 본다.아니 어쩜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 같아 축소해서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종종 사랑하는 존재들 사이에선 말 없이도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 그게 동물이건 말 못하는 아기들이건 연인들이건 간에...특히나 영특한 고양이의 경우야 뭐...고양이를 영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 근거없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종종 고양이들은 나를 놀라게 하니까. 마치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이 아닐까 했던 적도 여러번 있었으니 말이다. 하루키가 어떤 수필에서 자신은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을 맹세코 들어 봤다고 단언하던데, 난 그의 말이 하나도 놀랍지 않았다. 나 역시도 고양이가 말을 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 흔연스럽게 대꾸를 할지도 모른다. 역시 그런 것이었어 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하여간 결론은 애견 나옹이와 스노캣이 함께 한 이야기가 그렇게 다정하고 다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간결하고 깔끔한 그림체에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 이 책의 매력을 더하고 있었다. 핵심만을 짚어서 조곤조곤 설명받는 기분이랄까. 이런 책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짓지 않기란 어려운 법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최강 매력쟁이라는걸 아는 나옹이를 그린 것이라면 말이다. 다만, 스노캣이 말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언젠가는 나옹이와의 작별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암담한 부분이긴 했다. 둘이 하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타자로써 걱정이 되더라. 저자는 오히려 남들의 그런 시선이 상처가 된다고 하더만은, 일리있는 말이다. 나 역시도 이제부터는 누군가의 애완 동물에 대해 나이를 묻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다만 그들의 행복한 인연을 축복해 주기로...특히나 그 인연이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을 남긴 것이었다면 더군다나 더 말이다. 스노캣과 나옹이의 행복한 한국 생활을 기도해 본다. 그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적들이 생겨 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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