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조직내에서의 벌어지는 권력을 향한 암투 과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부서간의 갈등을 주로 소설속에 그려냈던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경찰서의 내부를 현미경 들여다 보듯 상세하게 분석해주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전직 기자출신 답게 신문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해서 취재에서부터 어떻게 기사가 만들어 지고, 정치적인 역학 관계에 따라 지면이 할당되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편집국의 모습과 윤전기의 돌아가는 상황에 판매국과의 알력까지...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판매되어 가는지 신문사의 뒷모습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작가만의 특유한 시선으로 다른 기자출신들은 말하지 않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작가분은 사람들간의 사각이나 입장차에 의한 갈등이나 그로인한 절망등에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이 아닐까 하는데, 미숙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 갈등 과정들을 통해 서로를 미워하고 오해하고 백안시 하다 결국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성숙해나가는 과정들을 주로 작품들 속에 그려내고 있지 않는가 한다. 거기에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의 시각에 맞춰 이야기를 줄곧 풀어나가고 있는 것도 그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이번 책에서는 마흔살의 사내 최고참 기자 유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부하 직원의 사고사로 인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그는 동료 직원과의 산행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물론 그 산이 왠만한 산악인들도 두려워 하는 산이고, 중년의 초보 산악인인 그가 올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도 알지만 친구가 있기에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산에 가기 위해 퇴근할 무렵 신문사는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한다. 524명을 태운 JAL 123편이 추락했다는 전문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마침 당담자가 아무도 없던 탓에 사건을 총괄한 데스크로 지명된 유키는 이때부터 정신없이 보도 전쟁이 뛰어들게 된다. 전례없는 사상 최악의 사건을 맞이해 과연 그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는 톱을 무엇으로 정하는가부터 취재 기자로부터 기사를 송고받는 일까지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불어 부서간의 알력은 그가 하는 일 하나 하나 태클을 걸어 그의 피를 말려 대기 시작한다. 몸이 부서져라 하고 싸워 대던 통에 그는 그간 알려 하지 않았던 두려움과 자신이 맞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해주는데...


사람들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으며 아무리 미성숙한 인간일지라도 부딪히면서 살아가야 배우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던 소설이다. 조직내에서는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이해관계가 있다. 그런 사정들이 부딪히고 갈등하다보면 성숙하게 되더라, 라는 것이 요쿄야마 히데오가 조직을 보는 관점인 것 같던데, 이 소설속에서도 그것이 주효하지 싶다. 이기적이고 미성숙하며 오해 투성이인 인간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하다보니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그것이 어떤 것은 오해이고, 어떤 것은 심각한 인간적인 모자람일 수도 있고, 때론 치기어린 분노로 인한 복수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 작가의 특징이라면 그걸 모두 인간적이라는 이름으로 수용한다는 데 있다. 즉, 인물 각자가 자신이 알아서 깨닫도록 일부러 상황을 그대로 둔다는 것. 이런 면들은 지극히 일본적인 정서이지 않는가 한다. 인간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미성숙이면 영원히 미성숙이라는 전제하에서 모든 것을 미리 통제하는 것이 서양식 사고 방식이라면, 일본은 아무리 미성숙해도 그것을 그냥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유치하건 잘못된 사고 방식이건 간에 자신이 깨닫지 못하면 남이 아무리 말해 줘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일본식 정서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답답하기도 한데, 다른 일면으로는 인간을 그만큼 믿어준다는 뜻 내진 내 일이 아니니 상관해선 안 된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것이 낫냐고? 솔직히 일본식은 내겐 좀 답답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난 사람이 그렇게 잘 깨닫는 존재라고도 생각지 않기 때문에, 과연 일본식 지켜보는 자세가 그들을 진정으로 깨닫게 할 수 있는가도 자신하지 못하겠다. 


결국 이 책속에서는 미성숙한 사람들 대부분이 어느 순간은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있던데, 아마도 이런 식의 성장 소설을 일본 사람들은 많이들 좋아하지 싶다. 미천한 자리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 가다보면 뭔가를 일궈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국민성중 하나인가보다.그래서 아마도 이 책이 일본에서는 인기가 있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산 정상을 향한 유키의 집념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감상적인 것이 대부분이라서 조금은 남사스럽기도 했다. 아마 실제 산악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는 이렇지 않은데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감상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아마도 그런 감상들은 작가들이 그들을 바라봤을때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일 지도...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보게 된 책인데, 난 그저 그랬다. 기자들의 한계는 그렇다. 아무리 그가 상황에 몰입하고 유가족이나 기타등등에 안타까움을 가진다고 해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절대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없다. 안다고 자신한다면 그건 오만한 것이거나 아주 아주 멍청한 것이거나...해서 때론 차라리 사건이란 그들이 벌어먹고 사는 이야기감일 뿐이라고 말하는 기자들이 차라리 낫지 싶다. 난 당신을 깊이 이해해요 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적어도 사건 관계자들을 우롱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의사나 변호사나 기자나 경찰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해서 난 조금은 당신들의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이 작가가 난 별로였다. 그건 그냥 이야기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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