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
소어 핸슨 지음, 하윤숙 옮김 / 에이도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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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었을때 제목만 보고도 호기심이 절로 동하던 책이다. 이런 저런 사족을 달지 않고도 제목만으로도 뭔가를 상상하고 호기심이 생겼다는 점에서 깃털이라는 소재에 어느정도는 흥미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긴 인간이 다른건 다 해도 혼자서 날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동력을 가지지 않고도 잘만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경외감을 갖지 않기란 힘들 것이다. 새들 기타 날아다니는 동물들로 하여금 우리 인간도 못하는 일을 아주 아주 자연스럽게 매일 매일 하도록 할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걸작품, 깃털...과연 그 깃털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진화해 왔고, 그리고 그들의 다양성은 어떠한지, 그 깃털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동경과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쓰임새에 이르기까지 아우르고 있던 책이었다.


일단 진화론적 측면에서 시조새가 과연 공룡인가 아니면 그저 새일 뿐인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시조새의 아름다운 모습에서부터, 그것이 어떻게 날아 다녔는지, 그리고 그들의 깃털은 어떻게 진화하게 된 것인지 아직까지 갖가지 주장만이 있을뿐 정설이 없다는 것은 나로써는 충격이었다. 왜냐면 공룡에서부터--즉 파충류에서--새가 진화해 온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보니, 시조새가 날았다는 것만큼은 이견이 없지만서도, 그것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고, 어떻게 날게 되었으며, 그리고 그들의 후손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연구가 계속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시조새 화석이 아주 희귀하기 때문이라고...연구할만한 사료가 거의 없다시피하니, 대충 상상력과 감과 직감에 의해 때려 맞추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공룡 화석들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조새가 그렇게 희귀한 것은 깃털의 속성상 화석으로 남아 있기 어렵기 때문라고도 하던데,그렇다보니 지금 남아 있는 시조새 화석은 엄청나게 희박한 확률속에서도 살아남은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했다. 해서 과거 그들이 이 지구상을 얼마나 장악하고 활개를 치고 다녔던지 간에 지금 남아 있는 화석은 그야말로 손에 꼽을만큼 희귀하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에서 계속 발굴 하고 있는 중이라 기대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서도, 그들이 아무리 많아 봤자 과연 시조새들에 관한 궁금증을 쌈박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 내가 죽을때 까지도 과학자들은 갑론을박하면서 싸움을 하고 있는게 아닐런지...물론 그 과정 속에서 정설이 나타나고 , 무언가 확실한 그림을 그려내기도 할 수 있겠지만서도, 의외로 간단해 보이는 이 깃털이 사실은 엄청난 진화적 함의와 함께 놀라운 과학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자연의 진화에서의 기적이라는 부제가 절대 과장이 아닌 것인, 곰곰히 들여다보니 깃털이라는 자체가 그야말로 기적이더라. 어떻게 생물이 진화해가다 이런 기관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퍼트리게 되었을지 과학자들이 호기심을 가질만 하다 싶었다. 

거기에 화려한 색채 감각들에 각기 새들에 알맞게 진화해온 다양한 깃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진화학자들이 새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이해가 되더라.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새들만큼 사람들의 넋을 빼놓은 것도 없을 듯 싶으니 말이다. 인간은 그에 비하면 너무도 단조롭고 재미없는 생물이라고나 할까? 전세계에 분포해서 살고는 있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골격에 생김새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새들이야말로 찬란한 진화와 다양성의 표본이라고 할만하지 않는가. 거기에 이미 멸종해버린 그 수많은 종들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안타까움까지 더해진다. 그들의 아름다움이 지구를 얼마나 찬란하게 만들었을까 싶어서다.

더불어 땅에서 날아 올랐을까? 아니면 나무에서 뛰어 내렸을까 라는 물음에 나 역시도 고개를 갸웃댔다. 마치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질문처럼 헷갈린다. 이 저자의 생각엔 나무에서 뛰어 내리다가 결국 날아 오르게 되었을 거라 추측하던데--절벽에서 뛰어 내리는 어린 새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것이다.--어느정도 일리가 있지 싶다. 하지만 고작 나무에서 뛰어 내리는 연습을 통해 결국 날아오르게 되었다는 말은 정말 믿기 힘들단 말이지. 진화론자들이 사실에 근거한 주장을 함으로써 우리의 과학 지식을 넓혀 주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서도, 종종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귀를 막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왜냐면 내가 오늘 나무에서 뛰어 내린다고 해도 내일 날아다닐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아봐야 고작 100년을 살기 때문에 머리로는 얼마든지 억만년을 이해한다고 해도 감성적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월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이냐라는 점에서 어쩜 창조론자들은 멍청한게 아니라 솔직한 것일지도...뭐, 공룡이 시조새로 진화를 했고, 그들이 다시 그 다양한 새들로 진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긴 했다. 아마도 우리가 그렇게 벙찌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의 연결 고리의 증거들이 단단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우리의 상상력의 한계 탓도 있는게 아닐까 싶어 객적은 소리 조금 했다. 그렇다고 내가 창조론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작가가 서두에 밝히길 자신은 어떤 주제를 갖다 줘도 할 말이 아주 많다고 하던데, 그 말이 틀리지는 않는 듯하다. 실은 어떤 주제를 갖다 줘도 할 말을 찾아낼 수 있는 분 같더라. 작가로써 말이 많다는 것은 분명 장점 중의 장점.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다만 단점이라면 뒤로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 깃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올만한 이야기는 다 집어 넣어야 한다는 사전적인 강박관념 때문인지, 진화론적인 이야기서부터 나중엔 깃털의 쓰임새까지 집어 넣던데, 솔직히 뒤의 장식이나 깃털펜이나 낚시 미끼로 쓰였다는 장은 넣지 않아도 좋았지 않는가 싶었다. 진지하게 과학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장사터로 나온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그냥 진지하게 과학 이야기만 했어도 충분히 즐거웠을 것 같은데, 왜 갑자기 깃털의 쓰임새까지 우리가 알아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사족같은 기분이랄까? 하지만 아마도 작가 성격에 마지막 장들을 넣지 않았더라면 잠이 오시지 않았을 듯...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 같으니 말이다. 기대하고 본 책인데, 기대할만했지 싶다. 물론 완전히 반했어요 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서도, 그래도 이만한 글발을 가진 과학자--작가의 본래 직업은 보존 생물학자라고 한다.---드물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볼만하지 않는가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니 깃털에 대해 뭔가를 좀 알았는가? 라고 물으신다면 ...몇 가지 세부 사항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날 듯 하다. 하지만 그 외엔 재밌게 읽었다는 느낌 말고는 얻은게 없긴 하다. 뭐, 원래 대부분의 책이 그러니 그러려니 한다. 재밌게 읽은게 그래도 어딘가? 재미도 없는 책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의 작가에게 나는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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