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어떤 업종에 종사하건 간에 일과 관련한 비애나 고충이 없을리 있겠는가 만은, 난 정말로 호텔리어가 자신을 창녀처럼 느끼면서 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말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다시피, 그저 책을 읽기 전에는 늘 웃으면서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화가 쌓인 모양이로구만, 이렇게만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더라. 리뷰를 시작하자마자 결론부터 턱하니 내어놓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으니--이런 책을 읽고 나면 갑자기 내가 예의 바른 인간인지 아닌지를 의식하게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일 것이다.--일단 먼저 내용을 요약해 보기로 하자.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었던 부모를 따라 이 도시 저 도시를 전전하며 살아온 저자는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그 전공이 취직하는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체로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는 애정을 갖기 힘든 법인데, 그나마 현실에서 전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공부를 4년씩이나 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기분은 과연 어떨까? 괜한 것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취직이 되지 않는 통에 하는 수 없이 호텔 발렛 요원이 된 저자는 나름의 성실성과 인격 장애자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마약 테스트에 통과했다는 이유로 번듯해 보이는 호텔리어로 입성하게 된다. 호텔의 심장부인 프런트 데스크를 맡게 된 것이다. 뉴올리언즈의 럭셔리 호텔의 호텔리어라...어쩌다 보니 호텔리어가 되었지만 하다보니 자신이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자신이 총 지배인이 되는 것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를 지켜본 상사도 그가 그럴만한 자질이 있다고 격려해준다. 하지만 자질이 있다고 해도 누구나 총 지배인으로 승진할 수는 없는 것. 점차 호텔리어로써의 능력도 일취 월장하고,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도 익숙해지며, 호텔 안에 공존하는 여러 사람들과도 친해지긴 하지만 방랑벽만은 버리지 못했던 저자는 유럽 여행을 위해 호텔을 그만 둔다.1년간 유럽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한 저자는 돈이 떨어져 하는 수 없이 뉴욕에 정착하기로 한다. 다른 직업을 알아보던 그는 자신을 받아 주는 곳이 호텔밖에 없다는 사실을 결국엔 받아 들이게 되는데...


현직 호텔리어가 호텔리어의 실체를 까발리던 책이다. 내부 고발서로써는 만점을 주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가명을 쓴 것 외엔 대체로 솔직하게 있는 대로 써 내려 간 것이 마음에 든다. 아마 이 저자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호텔 뒷면에 이런 사정들이 숨겨져 있는 것을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호텔에 갈 일이 없기도 하지만, 원래 남이 보여주는 것 이상은 잘 상상하지 못해서 말이다. 해서 그가 털어놓는 호텔리어의 실상은 좀...심각하더라. 타인에게 서비스를 해주고 돈을 받는 직업은 결국 자신을 창녀처럼 느끼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근사한 집과 이름난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해도 자신이 하는 모든 것에 값어치를 매겨 그것의 댓가를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그렇게 모욕적인줄은 몰랐다. 아니, 어쩜 내가 순진하게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을 오해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적어도 정규 봉급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을 창녀라 비하하진 않지 않겠는가. 상대방이 줄지 안 줄지 모르는 팁에 목매달고 사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런 자괴감을 갖게 되는가 보다 싶어 씁쓸했다. 뭐, 그렇게 치자면 내 직업도 마찬가지다라고 하면서 결국 노동을 해서 벌어먹고 사는 일들이 다 창녀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서도...


거두절미하고, 이 저자가 호텔에서 좋은 대접을 받고 싶으면 하라고 하는 조언들은 이렇다. 팁을 후하게 쳐주라는 것이다. 호텔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어맨에서 벨 보이, 주차요원, 그리고 특히나 프런트 객실 담당원에게 말이다. 그들은 당신의 호텔 나들이를 단박에 업그레이드 시켜 주면서 건네 준 20달러짜리 푼 돈이 전혀 아깝지 않는 서비스를 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타인에게 무례하지 말 것과 예의를 지킬 것, 호텔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아랫사람 취급하지 말 것등을 조언하던데, 그건 물론 당연한 것이니 안 지키는 사람들이 잘못이라 할 것이다. 혹시나 그런 곳에선 그래도 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으셨던 분들은 이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바로 잡으시길 바란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일 뿐이다. 그저 호텔에서 일하는 것이 그들의 직업일 뿐, 그들이 아랫사람이라는 뜻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그들을 그렇게 취급했는데도 당신에게 앙심을 품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하여간 호텔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이다. 무엇보다 팁이란 것이 그렇게 강력한 소통 수단이 되는 줄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아마 앞으로 내가 호텔에 묵게 되는 날이 오게되면 적어도 팁에 관한한 짜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업그레이드를 바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그들에게 친절은 돈으로 환산된 것이라서 , 그것의 값어치를 제대로 매겨 주지 않는다는 것은 무임승차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의도된 것이건 아니면 무지에서 기인한 것이건 간에... 하니 호텔에 묵게 된 당신이여~~~팁을 주시라. 팁을 줄 생각이 없으시다면, 아예 호텔에 묵지 마시길...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얻게 된 결론이다. 언젠가 미국에 살다 온 선배 언니가 우리나라에 팁이란 제도가 없는게 얼마나 편한건지 모른다고 하더니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타인의 친절에 얼마를 줘야 하는지 늘 계산해야 하는 것은 얼마나 신경 곧두서는 일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우리나란 아직은 정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후진국이라서 자신의 이권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하여간 결론은 호텔에 가게 되면 팁을 많이 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예의 바르도록 노력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수많은 서비스 종사자들이 분노 조절 세미나에서 시간을 보낼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서비스 종사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애환을 토로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이 책은 가치가 있을 거라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가 솔직한 점은 좋은데, 간혹 밉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뭐, 그가 성직자나 교육자도 아니니 인격 수양까지 바란다는 것은 무리겠지만서도, 인간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작가로써 치명적인 단점이지 않을까 한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늘어놓으면서도 마구 마구 사랑스러운 작가들이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본다면 그 점에서만큼은 점수가 내려갔다. 글도 잘 쓰는 편이고 유머 감각도 있는데 인간적인 매력은 별로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는 호텔에 가기가 무서워졌다. 이렇게 팁을 바라면서 눈을 붉히고 있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 전쟁터인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서 말이다. 하긴 자신을 창녀 취급하는 사람을 좋아하기란 어렵긴 하지. 아마도 그것이 이 책의 최대 딜레마가 아닐까 한다. 과연 호텔리어들은 자신을 창녀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일까 라는...호텔리어가 된 이상, 벨 보이가 되고, 도어맨이 된 이상, 우리는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게 될 수 밖엔 없는 것인가 라는 것 말이다. 아니었음 하고 바란다. 그 누구도 자신이 하는 일을 가지고 그렇게 비하하는걸 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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